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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 공시 시대… 재무제표에 지속가능성 담아라

바야흐로 ‘기후 공시’의 시대다. 재무제표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기업의 주요 평가 지표로 삼는 움직임이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세부지침을 공표한 미국을 비롯, 국제사회의 기후공시 의무화 정책들을 살펴봤다.

기후위기 대응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각국 정부, 투자자, 소비자 등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예전보다 더 관심 있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성과에 더해 기후위기 대응 노력도 함께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기업의 *기후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지침들도 하나둘 공개되고 있다.

*기후 공시: 기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경영활동에 대한 재무적인 지표를 공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 확보 및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기업의 비재무적인 지표까지 재무제표에 통합해 함께 공시하는 기업설명(Invester Relationship, IR) 활동.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기후 공시 범위에 원재료 채취-생산-운송-판매-사용-폐기 등 기업 활동의 전 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이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자원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Scope 1)과 기업이 외부로부터 공급받은 전력 및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Scope 2)뿐 아니라, 연관된 전체 밸류체인(Value-Chain)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Scope 3)에까지 현미경을 가져다 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이제 공급망은 물론, 직원의 출퇴근, 출장, 사업장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에 이르기까지 기업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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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기후 공시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 2019년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 증가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가리키고 있는 모습. 그는 당시 주요 기업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재정적 위험에 대해 더 투명해지도록 강제하기 위해 기후 중심 법안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출처: 연합뉴스)

지난 10월 7일, 개빈 뉴섬(Gavin Newsom)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SB-253 기후기업데이터책임법(Climate Corporate Data Accountability Act, CCDAA)’ 법안 통과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인 캘리포니아 소재 상장∙비상장 기업에게 Scope 3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한 것으로, 이는 미국에서 기업에게 Scope 3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애플, 아마존 등을 포함한 약 5,300개 기업은 2026년부터 Scope 1, 2를, 2027년부터는 Scope 3 배출 정보까지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하며, 이에 대한 탄소감축 수단 공개는 물론, 공개 내용에 대한 제3자 인증까지 거쳐야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도 Scope 3를 포함하는 기후 공시 의무화 규정 규칙안(Enhancement and Standardization of Climate-Related Disclosures for Investors)을 발표한 바 있다. SEC는 연내 세부지침을 확정할 방침인데, 이 규정이 발효되면 *미국 내 상장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함께 배출량 산정 방식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사업 모델과 전략, 미래 전망 등에서 예상되는 기후 관련 영향을 사업보고서 또는 증권신고서에 포함해 공시해야 한다. 또한 기후 변화에 따른 재무적 영향도 측정해 재무제표 내 주석에 포함하도록 했다.

*SEC 기후 공시 의무화 규정 규칙안은 기업 규모별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시기를 차등화하고 있다. Scope 1,2의 경우 대기업은 2023년, 중견기업은 2024년, 중소기업은 2025년 회계연도부터 공시 의무화되며, Scope3의 경우 대기업 2024년, 중견기업 2025년, 중소기업은 면제 대상이다.

SEC는 지난해 초안 발표 당시에는 Scope 1, 2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 공시 대상에 포함하면서도 Scope 3의 경우 해당 기업의 Scope 3 배출량이 중대한 수준으로 많거나 주요 지표 또는 목표에 포함된 경우만 공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CCDAA 통과 이후 이 같은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현재로선 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이 별도 조건 없이 의무 공시 대상에 일괄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SEC 위원장은 지난 9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캘리포니아주의 법안이 통과되면 SEC의 공시 대상을 (Scope 3까지) 더 확장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법안 통과 이후에도 “기준을 바꿀 수 있다(Change the Baseline)”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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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ESRS, IFRS S1/S2… 글로벌 기후 공시 기준 속속 확정

EU도 Scope 3까지 포함하는 기후 공시 의무화를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EU는 지난 2021년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 7월 31일 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인 ‘유럽지속가능성 보고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을 확정했다.

이번에 확정된 ESRS는 *첫 번째 세트(First Set)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을 다룬다. 지배구조, 전략, 영향·위기·기회, 수치·목표 등 4개 보고 영역에 대한 2개의 공통기준(ESRS 1, 2), 10개의 세부기준으로 구성돼 있는데, ESRS 1은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 시 적용해야 하는 일반 원칙, ESRS 2는 기업의 개요, 전략, 지배구조 등 필수 구성항목에 대한 기준이며, 세부기준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항목별로 공개해야 할 정보의 범위와 수준을 규정한다.

*추후 공개될 두 번째 세트(Second Set)에는 석유·가스, 석탄, 도로·운송, 농·어업, 자동차, 에너지, 식품, 패션 등 이번 세트에서 다루지 않은 8개 산업별 표준안이 담길 예정이다.

ESRS는 *EU 그린 딜(The European Green Deal)의 일환으로 추진돼, ‘환경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Financial Materiality)’뿐 아니라 ‘기업이 환경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Impact Materiality)’을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린다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의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이중 Impact Materiality 요건을 충족하려면 기업과 연관된 모든 영역에서의 기후 관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해, ESRS는 원칙적으로 Scope 3까지 의무 공시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U 그린 딜: EU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환경 위기를 모든 정책 분야에서 기회로 전환시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로드맵.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최상위 목표로 수립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실행 계획을 추진 중이다.

ISSB issues IFRS S1 and IFRS S2(영상 출처: IFRS Foundation)

기업의 비재무적 지표를 공시에 의무 반영하려는 노력은 미국 등 특정 국가뿐 아니라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활발히 진행돼 왔다. 실제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 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는 지난 6월 상장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안인 IFRS S1/S2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전 세계에 통용 가능한 ESG 공시 기준 마련을 위해 설립된 기관. 국제적으로 통일된 재무회계 기준을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ISAB)와 함께 운영되며, 두 기관은 모두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 재단의 감독을 받는다.

IFRS S1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일반적 요건과 공시 방법을 정한 기준으로, 지배구조, 전략, 영향·위기·기회, 수치·목표 등 4개 보고 영역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 사항과 이에 따른 재무제표상의 영향을 모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IFRS S2는 ‘기후’와 관련한 공시 요구사항을 상세히 담은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전환 위험, 물리적 위험, 기후 관련 기회, 자본 배치, 내부 탄소 가격, 보상 등의 정보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재무 영향을 분석해 공시에 포함하도록 했다. IFRS의 의무공시 시점은 2025년이며, Scope 3 공시는 1년 유예해 2026년부터 시행된다.

특히 ISSB 공시 기준은 앞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각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기준을 실제 국가 표준 기후 공시 기준으로 채택할지는 각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IFRS 재단이 그간 자본시장에서 통용되는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해 온 민간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발표된 공시 기준도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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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pe 3 기후 공시는 시대적 흐름… 준비에 만전 기해야

Scope 3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개별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렵고, 일일이 추적해 집계하기도 어려운 영역이다. 그렇다고 개별 기업이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수준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Scope 1, 2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보다 Scope 3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영리 환경단체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가 올해 초 발간한 ‘글로벌 공급망 리포트 2022(Global Supply Chain Report 2022)’에 따르면, 지난해 Scope 3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Scope 1, 2 대비 평균 11.4배 많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CDP는 “Scope 3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부분의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이를 측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특정 기업의 Scope 3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과 이를 감축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해당 기업이 앞으로 지속가능한지, 자신의 투자금이 현재 가치 있게 사용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Scope 3까지 포괄하는 기후 공시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 거세질 것이며, 기업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과제로 남겨질 것이다. 이는 미국, EU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기업에 대한 *RE100 요구가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거래처를 잃거나 사업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준비기간이 넉넉하지 않다. 기후 공시가 본격화되기까지 이제 2년 남짓 남았다. Scope 3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측정·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 절차를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

*RE100: 사용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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