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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지금 여기에서.” 기후행동의 날

기후 위기에 맞서기 위해 오히려 멈춤을 택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을 더하는 이들이 있다. 올해 9월,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될 기후행동(기후파업)에 대해 알아보자.

2022년 9월 24일 그린피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4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9월기후정의행동’이 주최한 ‘기후 정의 행진’ 참가자들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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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라 믿고 싶었던 지구온난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살라메, 메릴 스트립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은 현실의 기후 위기를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에 빗대어 풍자한 블랙 코미디 영화다. 웃자고 만든(?) 영화답게 보는 내내 웃음 포인트가 끊이지 않는데, 어느 순간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된다. 이것이 진짜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일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선득하게 차오르기 때문이다.

영화 ‘돈 룩 업’ 속 한 장면. 주인공인 천문학자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구를 파괴할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출처: 넷플릭스)

영화 초반 혜성이 곧 지구에 충돌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부인하거나 우스개로 삼는다. 마치 2000년대 초반 지구온난화 허구설이 관심을 끈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지구온난화 허구설은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자연적 현상이며 지구의 기온은 원래 변화하는데 그 점을 고려해도 지금의 기온이 그렇게 높다고 할 수 없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속 편한 해결책을 들려준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지구온난화가 허구라 믿는 사람은 적어 보인다. 당장 바다가 끓어오르고 있다. 지난 7월 지중해의 해수면 온도는 28.71도로 20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으며,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남쪽으로 64㎞ 떨어진 바다에서는 수온이 약 38.4도까지 치솟았다. 당장 우리나라 전라남도에서도 바다 수온이 30도보다 높아져 양식장에서 수백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폐사하고 있다. 빈번하게 발행하는 슈퍼 태풍이나 극심한 기후 변화 등 원인을 설명하기 복잡한 현상들을 차치하더라도 바다가 끓기 시작했다는 명확한 현상까지 부인하기 어려운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지난달 26일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군내면 양식장에 높은 수온으로 집단 폐사한 우럭이 수면 위로 떠올라 있다.(출처: 연합뉴스)

바다까지 끓는 이 시국에 기후 위기로 인한 파국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많은 과학자와 기후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올해 3월 승인한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표면온도(2011~2020년)는 이미 산업화 전보다(1850~1900년) 1.09도 상승했다. 초당 탄소 배출량을 토대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지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기후위기시계’ 상에서도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6년도 채 되지 않는다.

대전시 서구 만년동 한밭 수목원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지난 5일 오후 기준 남은 시간은 5년 321일 10시간 50분 56초로 표기돼 있다.(출처: 연합뉴스)

순간적으로 연평균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지는 오버슈트(Overshoot) 현상 역시 곧 우리 앞에 닥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오버슈트가 한 해라도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을 66%로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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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뒤바꾼 어른들의 ‘기후 행동’

매년 9월 세계 곳곳에서 기후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열리는 다양한 ‘기후 행동(기후 파업)’은 이런 절박한 상황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이제는 우리가 변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운동이다. 9월 25일을 ‘기후행동의 날’이라 하기도 하지만, 사실 기후행동은 특정한 날을 정해두기보다는 보통 일 년에 1~2회 진행하는데, 최근 몇 년간은 9월에 정기적으로 개최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처럼 주요 이슈가 있을 때 맞춰서 진행되기도 한다.

2019년 9월 20일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위해 학생들이 모여 있는 모습. 이날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 문제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출처: 연합뉴스)

시초는 2018년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기후 위기 대응을 요구하며 매주 금요일 학교 출석을 거부한 기후 파업에서 찾을 수 있다.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 파업은 2019년 125개국에서 100만 명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후 파업으로 확대됐고, 이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청소년 기후 운동 네트워크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어른들까지 동참하면서 그해 9월 20일 전 세계에서 400만 명이 참여하는 글로벌 기후 파업이 열렸다.

2020년에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을 포함한 환경 시민 단체들이 9월 25일을 ‘세계 기후 행동의 날’로 정하고, 기후 파업에 동참하자고 호소하면서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이후 매년 9월마다 ‘세계 기후 행동의 날’ 또는 ‘기후 정의의 날’ 등 다양한 이름으로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과 시위가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기후 정의 행진’에는 400여 개 단체에서 총 3만 5,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는데, 이는 2019년 참석자의 7배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는 9월 15일 청소년기후행동 등의 단체가 주체하는 기후 파업을 시작으로, 9월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기후정의행진까지 기후 행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기후정의행진에는 340여 개 단체와 2,300여 명의 추진위원들이 참여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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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대응도 빨라야 경제적

이런 행사를 두고 누군가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때다”와 같은 자조적인 말을 꺼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탄소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시급한 일이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니컬러스 스턴(Nicolas Stern) 교수는 2006년 발간한 ‘기후변화의 경제학에 대한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on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에서 “이대로 가면 전 세계의 GDP의 20%가 지구온난화로 손실을 보게 된다”며 “이를 막으려면 GDP의 1%를 기후 변화 대응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16년 뒤 발표된 자료에서는 이 비용이 더욱 급증한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 & Company)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 ‘넷제로 전환(The Net-zero transition)’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21년부터 2050년까지 전 세계 GDP의 7.5% 가 투입돼야 한다”고 한다. 기후 위기 대응이 늦으면 늦을수록 들어가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더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영화 ‘돈 룩 업’에서는 혜성을 바라보길 거부하며 그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Don’t look up)과, 혜성을 똑바로 보고 피할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Look up)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는 기후 위기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후 행동은 이 시대 우리에게 명확히 ‘Look up’을 외치는 운동이다. 9월에도 에어컨을 끌 수 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지금, 우리가 ‘Look up’을 외치며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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