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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산업이 이끌어 가는 탄소중립의 미래

2050년 전후의 탄소중립이 지구 전체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은 모두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 시대의 대표적 산업, 수소

탄소중립은 발전, 교통, 제조공장 등 산업뿐 아니라 건물, 냉난방 등 개인의 일상생활 자체도 극적으로 전환되어야 달성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이다. 최근 UN IPCC의 보고서에서 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2050년보다 10년 이상 탄소중립의 시점을 앞당겨야 할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의 문제이고, 산업과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이 달린 아젠다이기에 각국의 정책들이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가 개화시킨 대표적인 산업이 수소인데,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그린수소다. 이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수소전략을 통해 개념이 정립되었다. EU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든 전력으로 역내에 40GW, 역외에 40GW의 수전해 설비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그린수소를 다양한 산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20년 간 약 500조 원 이상의 민관 자금이 수소전략의 실행을 위해서 투자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위원회(EC)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그린 에너지 소개 영상 (출처: 유럽연합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

EU가 수소전략을 발표한 이후 미국, 영국, 인도 등의 국가도 수소산업 육성책을 발표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린수소로 통일될 것 같던 지원 정책들이 블루수소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EU는 블루수소를 지원대상으로 정할 예정이고, 미국은 인프라 부양안(案)내의 수소허브 조성 계획 중 화석연료(천연가스, 석탄)에 탄소포집 장치를 장착한 블루수소 클러스터를 포함했다. 가장 최근에 정책을 확정한 영국과 인도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블루수소를 위한 탄소포집 기술이 미성숙되었고,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블루수소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명백하다. 탄소중립의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전환에 따른 고용상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산업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그린수소로 가야 하겠지만, 브릿지(bridge) 개념으로서 블루수소 산업의 육성도 필요한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소시대의 개화, 대한민국에게는 기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하면 수소차의 비율이 승용차 부문은 10%, 상용차부문에서는 3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가 대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소차의 비중도 탄소중립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린수소의 생산과 충전 인프라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로 관련 시설이 확충되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U는 탄소감축 목표를 상향하면서 각국 차원에서 주요 도로 150km마다 수소차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제도를 발표했다. 미국도 인프라 부양안에 교통부문의 수소허브를 건설할 예정이어서 충전 인프라 건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최대 석유업체인 시노펙은 중국 전역에 1,000개의 수소차 충전소 건설 계획을 공시했다. 또한 대량생산 체제로 인해 수소차 가격이 낮아질 경우, 탄소가격을 감안했을 때 내연기관차 대비 경쟁력도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 소개 영상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공식 유튜브 채널)

세계 각국에서부터 시작된 수소시대의 물결은 대한민국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것이다.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발전부문에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에 밸류 체인이 체계적으로 육성되어가고 있고, 대량생산 체제까지 완성단계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수소의 생산과 유통이 원활한 시대에 수소차, 수소발전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민국의 높은 수소차 구매보조금, 수소연료전지 REC 가중치 등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의무화제도 도입은 파격적일 정도로 적극적이다. 전세계가 수소시대로 진입하는 것이 확정되면서 수소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산업을 주도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전세계 수소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구매 보조금, 충전인프라 확충에 정부지원이 강력해 2025년까지는 세계 최대 시장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원효과로 국내의 수소차 소재/부품 국산화율은 100%에 육박했다. 3만대 이상의 수소차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곳도 일본과 대한민국뿐이다.

 

핵심소재와 부품의 기술수준과 원가경쟁력은 선발주자였던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현대차 그룹의 수소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확정되면서 글로벌 리더의 지위가 더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수소차 시장이 연간 전세계 시장의 10%만 차지해도 약 400조 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된다. 선두업체의 위치만 유지해도 내연기관차 산업의 공백을 상쇄하는 주요 성장동력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에너지, 수소가 동력이 되다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도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높여서 적용하고, 향후 발전 사업자의 전력생산에 있어 일정 부분을 수소연료전지 발전으로 의무화하는 등 정부에서 다양한 촉진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력계통의 불안정성 유발과 그레이수소 사용으로 탄소배출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일각의 비난도 있다. 충분히 귀담아 들어야 할 의견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수소연료전지 발전 산업이 가지는 단점 때문에 지원을 낮추자는 주장은 산업 측면에서 보면 타당성이 떨어진다. 수소차 및 연료전지발전 분야에 국가적 지원을 통해 선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세가 된 풍력, 태양광, 전기차 등 그린산업도 초기에는 낮은 효율, 비싼 가격, 부족한 인프라 등으로 정부 지원에 의존한 바 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도 계통 경직성 문제에 대한 기술개발 및 보완을 하고, 대량생산 체제와 밸류체인 육성을 하면 탄소중립시대를 이끄는 선도적 기술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SK그룹 수소사업 소개 영상 (출처: SK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

수소에 대한 수요산업만큼 중요한 부문이 수소의 생산부문이다. EU가 그린수소전략을 발표한 후 전세계는 그린수소 생산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원유/천연가스, 화학 등 탄소 다(多)배출 업체는 좌초자산화 될 사업을 수소로 대체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수소생산의 확대는 철강, 화학 등 산업체들의 수요와 교통, 발전부문까지 수소에 대한 수요를 확대시킬 것이다. 국내에도 주요 그룹사들이 수소생산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액화수소, 수소 파이프라인, 해외 그린수소 수입과 저장 관련된 산업들이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한 과정이다. 결과에 따라 국가의 경제, 산업, 기업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 다양한 탄소저감 산업들을 육성하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빠르게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다행히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기반 기술인 기계, 소재, 디지털 인프라와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시작이 늦었지만 경쟁에 능한 우리의 DNA는 탄소중립 레이스에서도 앞서갈 것으로 전망되며, 수소산업이 대한민국의 가장 유력한 대표 산업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등 최종 수요 산업에서의 강점을 발판 삼아 수소생산과 유통 등의 인프라 산업까지 거침없이 영역을 확대할 대한민국 기업을 응원한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이자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인 한병화 이사는 서강대학교 학사, NYU 석사 출신으로 KB증권에서 유틸리티, 재생에너지 분야 애널리스트로 활동하였다. 국무총리 그린뉴딜 자문위원을 거쳐 현재 유진투자증권에서 그린 인더스트리, 재생에너지, 전기차, 수소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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