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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의 변신은 무죄! 자원순환 에코시멘트

건축물과 도로, 교량 등 도시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로 끊임없이 환경문제로 지적되어 온 시멘트. 환경 딜레마에 빠진 시멘트의 새로운 대안을 만나 보자.

시멘트는 ‘접착제’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cementoss’에서 유래된 말로, 건축 재료에 쓰이는 접착제를 이른다. ‘인류 문명은 시멘트 문명’이라는 말이 있듯 시멘트의 기원은 약 7,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벽돌 사이에 석회질의 접착 시멘트를 짓이겨 만든 이집트 피라미드가 바로 그 시초다. 이후 19세기에 이르러 석회석과 점토를 배합해 높은 고온에서 구운 뒤 분말 형태로 제조한 현대 시멘트의 원형이 탄생했고, 그렇게 시멘트는 ‘건설의 쌀’로 불리며 인류와 도시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1,500℃ 이상의 고온 처리가 필수인 시멘트 제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탄소 제로 시대를 역행하는 난제로 손꼽히고 있다(시멘트 1톤당 1톤 가량의 탄소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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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고?

전 세계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저탄소 정책에 선도적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오스트리아, 폴란드 등)들은 시멘트 생산과정에 있어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 방식에서 대체연료의 사용으로 전환하여 시멘트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할 정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업종으로 손꼽히는데(2020, International Energy Agency), 그 배출량의 3분의 1은 *유연탄을 태울 때 나온다. 때문에 대체연료의 사용은 시멘트 생산과정의 탄소저감 활동에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 할 만하다.

*유연탄: 석탄의 분류 명칭. 이탄, 아탄, 갈탄, 역청탄 등이 여기에 속하며 다량의 휘발분을 함유해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국가별 시멘트 생산 연료 중 순환자원(폐기물) 비중 (출처 : 이탈리아 시멘트협회, 한국시멘트협회)

그러면 이런 유연탄을 대체하는 연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비닐, 목재, 가축 분뇨 등의 생활 및 산업 폐기물들이 그 대체연료로 새로운 쓰임을 인정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대신, 단순히 버려지고, 태워지던 가연성 폐기물을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초고온의 연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이러한 대체연료를 도입한 독일, 폴란드 등의 유럽 시멘트 산업계는 시멘트 생산 시 대체연료 사용의 비중이 70%에 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 절반 수준에 미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연료’로의 사용뿐 아니라 ‘시멘트를 만드는 원료’로 폐자원을 사용하는 움직임 또한 커지고 있다. 시멘트는 석회석을 주원료로 점토 등의 부원료를 섞어 만들어지는데, 이 원료들을 슬러지(하수찌꺼기, Sludge), 슬래그(금속 채취 후 남은 광석 찌꺼기, Slag) 등의 폐기물로 대체해 생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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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재로 만든 자원순환 시멘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같은 ‘자원순환 시멘트’는 두 가지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산업의 쓰레기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좁은 면적의 국토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 찾기는 산 넘어 산이다. 일례로 수도권 최대 쓰레기 매립지인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는 2025년 포화 상태로 문을 닫을 예정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21년 기준으로 무려 904만 톤(한국시멘트협회 자료)의 쓰레기가 소재화 되어 자원순환 시멘트 재생산되었으며, 이는 앞서 말한 인천 서구 매립지의 연간 쓰레기 반입량(300만 톤)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이기도 하다.

시멘트산업 순환자원 재활용 현황(출처: 한국시멘트협회)

그리고 순환자원 시멘트가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단연 온실가스 감축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대체연료로 쓰이는 폐타이어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85톤(CO2/TG)으로 화석연료인 유연탄의 배출계수인 95톤에 비해 10% 정도 낮고, 또 다른 대체연료인 합성수지(75톤)나 폐유(74톤) 등은 이보다 더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다고 한다.

*배출계수: 오염원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정도(수량)의 평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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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 시멘트,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일각에서는 친환경은 고비용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자원순환 시멘트의 가장 실질적인 편익은 바로 ‘경제성’에 있다. 우리나라 시멘트 업계의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사회적 편익이 연간 5,031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하다.(2021, 서울과학기술대) 공공 폐기물 처리시설의 최소화, 온실가스 저감, 유연탄 등의 수입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Phoenix Cement Works Krogbeumker)은 이러한 자원순환 시멘트의 장점이 고스란히 나타난 곳으로 손꼽힌다. 연간 약 4만 톤의 폐기물을 연료로 소비하는 이 시멘트 공장은 유럽 내에서도 몇 안 되는 100% 대체 연료 사용 공장으로, 기존 시멘트 생산방법 대비 연간 5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에 피닉스 시멘트 공장에서는 시멘트의 품질 못지 않게 폐기물의 품질 역시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운영 효율과 유해물질 배출 관리를 위해 철저한 폐기물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더불어 일반 소각장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 연료 사용으로 인한 유해물질 배출량을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의 시스템을 갖춰 지역사회의 신뢰를 받으며 운영 중이다.

대체연료를 100% 사용하고 있는 독일 피닉스 시멘트 공장.

멕시코의 다국적 기업인 세멕스(Cemex)는 대체원료의 비중을 높인 시멘트 생산으로 많이 거론되는 회사다. 시멘트 산업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중 절반은 ‘클링커(clinker)’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된다. 클링커는 시멘트의 중간제품, 즉 클링커를 부수면 시멘트가 되는 것인데, 세멕스는 클링커의 기존 원료 비중을 줄이기 위해 고로 슬래그(제철공정의 부산물)와 소각재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대 20%까지 줄인 시멘트를 생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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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이제 다른 방식으로 순환경제에 적응하기

작년 발표된 예측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시멘트의 수요는 매년 2.6%씩 증가해 2026년이면 무려 4억 미터톤(MT)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Freedonia, 2022) 7,000년 역사를 가진 시멘트를 완벽하게 대체할 신소재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인구의 증가와 도시화에 따라 생겨날 더 많은 건물과 시설을 위해 시멘트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물을 짓느라 환경을 외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시멘트와의 공존을 위한 많은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순환 시멘트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첫 걸음을 떼고 있는 상황. 다양한 시도와 건강한 논의로 시멘트가 그간의 오명을 벗고 자원순환의 주역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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