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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새로운 에너지원, 연료전지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이 탄소중립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인 연료전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료전지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애초 연료전지 개발의 당위성은 현재의 그것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처음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이스라엘-이집트 전쟁 발발로 인한 원유수출 제한으로 야기된 1973년 1차 석유파동, 그리고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1979년 2차 석유파동 시기였다. 유가 급등과 경제 성장 둔화로 대표되는 에너지 위기가 정치, 경제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석유를 대신하는 대체 에너지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화석연료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 고효율 친환경 연료전지의 시대가 도래했다
화석연료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 고효율 친환경 연료전지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후 필자가 연료전지 분야의 연구∙개발에 뛰어 든 1990년대에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이 형성되며 연료전지에 대한 관점이 ‘환경’으로 옮겨갔다.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 그리고 1997년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규정한 교토의정서 채택을 통해 에너지 환경 문제가 본격 대두되면서 고효율 친환경 기술로 연료전지 기술 개발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연료전지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구, 한국동력자원연구소)에 견학 방문하는 정부 관료, 산업계 인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료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로 선풍기를 돌리고, 전기 그릴에 소시지를 굽고, 전광판에 불을 켜는 등 발전기로서의 연료전지의 효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전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세 보이는 연료전지 분야

그로부터 30여 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인산형(PAFC), 용융탄산염(MCFC),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고분자연료전지(PEMFC)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연료전지 기술이 개발되어 왔다. 지금은 발전용과 수송용 등 양대 활용 분야에 연료전지 시장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적용 분야에 따라 효율, 경제성, 기동성 등이 고려되어, 발전용으로는 SOFC 기술이, 수송용으로는 PEMFC 기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연료전지 보급율은 현저히 낮았으나 오늘날 우리나라 연료전지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0.69 GW의 연료전지 발전 설비가 설치되어 전력 생산에 기여하고 있으며, 전력 생산량으로 보면 올해 4.5 TWh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 국내 전력생산량의 약 0.8 %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연료전지 시장 성장 추세는 25%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세계 연료전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60% 이상에 달하는 화석 연료 발전 비중을 청정연료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연료전지 분야의 빠른 성장세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은 급속하게 넷제로(NetZero) 체제로 전환되고 있으며, 탄소중립이 중심인 ‘넷제로 2050’을 달성하기 위해서 주요 에너지 캐리어로 수소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보급의 확대, 주력 에너지원으로의 역할 매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을 위해 필수적인 수전해에 의한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 연료전지에 의한 전력 재생산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의 미래, SOFC∙SOEC에 주목하라

세계 각국은 에너지 시장에서의 연료전지 역할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발전효율이 60%이상인 SOFC 기술의 보급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의 대부분이 SOFC인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SK에코플랜트 화성∙파주 SOFC 발전소 소개 영상

SOFC는 가장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으나 소재기술의 난도가 높아 기술 개발은 가장 늦게 이루어졌다. SOFC는 1970년대 에너지 위기와 함께 시작된 연료전지 기술 개발보다 약 10여 년 늦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이 시작되었다. 당시 SOFC 개발을 주도하던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 기술 선진국이었다. 우리나라에서의 SOFC 기술 개발은 그로부터 다시 10여 년이 흐른 199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980년~1990년대에 많은 기업들이 SOFC 기술 개발을 추진하였으나, 상용화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술 개발이 중단된 사례를 분석해 보면, 올바른 기술 개발 방향 선정 실패, 단계별 철저한 성과 및 산업화 진단 분석 실패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SOFC와 같은 에너지 산업의 경우, 기술 경제 분석(techno economic analysis)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며, 핵심적인 원천기술 확보와 지속적인 상용화 추진 및 수립된 전략의 교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아울러 ‘넷제로 2050’이 현실화되어 SOFC 기술이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발전용 SOFC 기술의 효율을 더욱 극대화하여야 한다. 이론적으로 연료전지는 80%이상의 효율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론 효율에 근접하는 기술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여야 한다. 최근 발전효율 70%에 근접하는 SOFC가 개발되는 등 연료전지의 효율 향상에 청신호가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또한 지속적인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수소 터빈 등 경쟁 기술 대비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 또한 계속되어야 한다.

미국 블룸에너지 연료전지 기술소개 영상 (출처 : 블룸에너지 공식 유튜브 채널)

마지막으로 SOFC의 활용 기술인 고온 수전해 기술(SOEC)을 산업화하여 고효율 그린 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로 육성하여야 한다. SOEC는 SOFC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 수월하게 상용화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한 예로 미국 블룸에너지의 기술 전환 사례를 들 수 있다. SK에코플랜트와의 합작사 블룸SK퓨얼셀을 설립한 미국 블룸에너지는 자사가 보유한 SOFC 기술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안에 SOEC 전환에 성공하였다.

 

블룸SK퓨얼셀의 SOFC는 세계 최고의 발전효율을 나타내고 있어 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다른 저온 연료전지와 달리 SOFC 기술을 역으로 운전할 경우, 고온에서 고효율 그린 수소생산이 가능하여, 필요에 따라 전력생산, 수소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역 기술(reversible process)이라는 큰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미래 연료전지 분야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SOEC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명 향상 및 경제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기술 개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향후 넷제로 체제 완성과 수소 경제 사회로의 본격 진입이 현실화되면 SOEC 기술이 전력생산, 수소생산을 동시에 책임지는 최고의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 연료전지 기술로 열어간다

이제 SOFC 연구 개발 및 그 활용 기술인 SOEC 연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환경적인 측면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연료전지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양을 누비는 선박 등 장기 운전이 요구되는 발전장치에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SOFC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생활 및 산업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연료전지의 미래에 있어 SK에코플랜트와 같은 선도 기업의 주도적인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에너지 변환 장치 가운데 가장 높은 효율을 갖는 연료전지 기술의 활용은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에 처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연구원 책임연구원 송락현 박사는 1997년 세계 최초 관형 연료극지지 SOFC 기술을 개발하였다. 2016~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심의 위원, 2016~2021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KIER 대표교수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UST 교수, 한국 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부회장, KIER 책임연구원 및 우수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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