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본다  2021.09.02

#3. 시장 주도형 수소경제로의 전환

시장 주도형
수소경제로의 전환과
선도 기업의 역할

우리나라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수소경제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지향점을 생각해 본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이후의 이야기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국내 수소경제도 어느덧 햇수로 3년째에 들어섰다. 물론 2005년 정부의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 발표나 더 거슬러 올라가 2002년 제레미 레프킨의 저서 ‘수소 혁명’ 발간까지 떠올리면 국내 수소경제 추진 기간도 상당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수소경제라는 명칭에 부합하는 관련 시장 창출 및 산업 육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2019년으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이같이 비교적 짧은 국내 수소경제의 역사에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관련 브리핑
(출처 : 대한민국 산업통상자원부 유튜브 채널)

사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작성될 시기에 관련 부처 및 업계의 주된 관심사는 수소차나 연료전지 등을 수출 상품화하는 것이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수출 효자상품으로써 수소차나 연료전지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 시장 창출에 우선적인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향후 확대가 예상되는 수소차 및 연료전지 시장에 수소를 양적으로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적어도 2019년 이전까지 국내에 유통되는 산업용 수소는 다른 공정의 부산물 수소(부생수소)를 정제하여 사용하거나 필요할 때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하는 수소(추출수소)가 전부였기에, 당시로서는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부생∙추출수소 중심의 공급전략이 합리적인 상황이었다. 다만, 속된 표현으로 ‘누가 총대를 메느냐’가 문제였다. 대규모 수소 공급능력을 지닌 정유·석화·제철 분야 민간기업들은 정권교체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선뜻 나설 수만은 없어 관망하는 입장이었다. 대신 한국가스공사를 포함하여 공공 부문이 주도적으로 수소공급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정부 주도형 수소경제의 큰 틀이 완성되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당시 수소경제의 성공을 위한 우선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한결같이 ‘민간기업들의 수소 공급사업 진출’이었다.

수소경제, 공공에서 시장으로 주도권이 넘어오다

그러다 202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큰 국면전환이 있었다. 그린뉴딜,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새로운 경영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관망세였던 정유·석화·제철 등 민간기업들이 앞다투어 수소 공급사업 진출에 나섰다. 현재 기업들의 투자계획만 고려한다면, 당분간 국내 수소는 공급과잉 상태로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같은 민간 수소산업 진출 러시는 수소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당시 수소의 수요는 수소차나 연료전지 등 에너지 용도만 국한되었다. 그러나 탄소중립 달성에 불가피한 수소환원제철, 탄소중립 연료(E-fuel)나 합성 나프타 제조 등을 위한 새로운 산업용 수소 수요가 창출∙확대되는 추세다. 하여, 당초 2040년 국내 수소 수요 전망은 526만 톤으로 예상되었으나 2050년에는 이보다 3~4배 정도 상향 조정될 상황에 이르렀다.

수소의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이 확대되고 그 위상이 바뀌어 가는 2021년 현재, 우리나라 수소경제는 정부 주도형에서 시장 주도형으로 빠르게 기조가 바뀌는 전환기라 할 수 있다. 향후 민간기업 중심의 시장 주도형 수소경제가 본격화되면 정책 동력이 약화되더라도 우리나라 수소경제에 지속가능한 시장의 내적 동력이 갖춰질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수소경제의 성공도 가까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기회를 개척해 나가는 선도 기업에게 필요한 것

이 같은 전환기는 사명까지 바꾸는 굳은 의지를 갖추고 주요 시장 플레이어로서 본격적으로 그린수소사업에 뛰어든 SK에코플랜트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경북 구미에 자리잡은 블룸SK퓨얼셀 구미공장
경북 구미에 자리잡은 블룸SK퓨얼셀 구미공장

2017년 12월 8.3MW 규모의 분당 연료전지를 수주한 이래, 세계 최고의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을 보유한 미국 블룸에너지와 전략적인 협력을 통해 SK에코플랜트는 최고 효율의 연료전지 발전을 국산화하여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다. 특히 2019년 9월 블룸에너지와 국내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조인트 벤처 협약 체결 후 2020년 1월 설립한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은 국내 연료전지 시장 선도에 교두보가 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SK에코플랜트는 부생수소, 바이오가스 및 그린수소를 주입하는 연료전지 발전으로 사업을 다양화하고 수출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SOHC 수전해 기술을 개발하여 국내외에서 사업 기회 창출을 모색 중이다.

최근 민간으로 주도권이 급격히 이양되고 있는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처럼 적극적 투자와 도전을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개척해 나가는 SK에코플랜트와 같은 선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 수소시장이 강건한 내적 동력을 갖추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SK에코플랜트를 비롯한 민간기업의 지속적인 도전과 성취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SK에코플랜트가 건설한 화성연료전지발전소 전경
SK에코플랜트가 건설한 화성연료전지발전소 전경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민간 주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와 같은 기조 변화에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 대비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이제라도 더 늦지 않도록 민간 사업자 중심의 시장 주도형 수소경제를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SK에코플랜트를 비롯한 민간 수소 사업자들과의 소통을 보다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천연가스 및 전기와 같은 수소 생산원료 세제공과금 인하나 가격체계 구축,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 민간 주도 수소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하면서도 유효한 시장친화적 정책 프로그램 개발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민간주도 수소경제의 활발한 성장기라 할 수 있는 지금, 관련 기업을 향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글_김재경 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