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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정책 선진화, 기후변화 위기극복의 해답

기후변화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바로 이곳에서 진행 중인 우리 세대의 현실이다.

기후변화의 경고, 저탄소 정책으로 대응

최근 발표된 IPCC는 기후변화의 충격은 피할 수 없다는 심각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미 지구온도 상승이 1.1도씨를 넘은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금세기 중반까지 온도 상승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2040년 무렵 또는 그보다 더 빨리 1.5도씨 상승에 도달할 것이며 인류사회가 신속하고 대담한 규모의 온실가스 감축을 시행하지 않는 이상 2100년 무렵에는 3에서 6도씨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 지구온도가 이러한 추세로 증가한다면 더 이상 우리가 살아온 환경을 지킬 수 없다. 그야말로 이전에 상상해 본 적조차 없는 재난이 찾아올 것임은 명백하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인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인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전 지구적 위기의식 아래, EU의 ‘Fit for 55’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수준의 55%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2030년까지 미국은 2005년 기준으로 50에서 52%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들의 선언에 적힌 연도를 살펴보면, 유럽의 경우 1990년부터, 그리고 미국의 경우 200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이 실질적으로 감소 경로에 접어들었다는 자신감을 볼 수 있다. EU와 미국 모두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비용의 내부화를 실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재생에너지의 확대 등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K-ETS)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의 선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적 이유는 배출권거래제가 본연의 환경시장 메커니즘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 저감 역량이 글로벌 무역의 핵심

2021년 7월 14일 발표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CBAM 인증서 가격을 EU 배출권의 경매가격에 연동시켰다. 이는 EU 배출권거래제를 글로벌 탄소무역 라운드의 중심에 두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당장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시행되지만 탄소배출량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석유화학제품 등 품목이 확대될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 주요 내용 및 전망 (출처 : 한국무역협회 KITA TV 유튜브 채널)

한편 EU 발표 직후에 미국 민주당에서도 탄소국경세를 제안하였는데, 본 제안이 채택되면 2024년부터 석유제품, 천연가스,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등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에 세금이 부과된다. 전체 수입의 약 12%를 차지하는 이들 품목의 탄소국경세에서 확보되는 연간 50억에서 160억 달러의 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두 제도 모두 실행까지는 몇 가지 단계가 남아 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는 EU의회의 공식 승인과 회원국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WTO 회원국과의 무역분쟁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탄소국경세 역시 지역마다 정치적으로 다양한 동기를 가진 의원들로 구성된 상∙하원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이 제도들은 공통적으로 탄소누출을 막겠다는 정책목표를 갖고 있기에 산업계 의견은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 과정이 원만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종류의 형태로든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외에 탄소관세 형태의 도입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EU의 이와 같은 행보를 보면 부러운 생각도 든다. 미국은 ‘석유중독 시대’라 할 수 있던 조지 부시 대통령 및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차근차근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루어 왔다. EU 역시 탈탄소 정책을 1990년대부터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그 덕에 풍력, 바이오매스와 같은 기술 선진화를 이룰 수 있었다. 무역 통상 분야에서도 수입품목에 탄소비용의 관세를 부과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취지의 제도를 시행하고, 그 재원으로 다시 재생에너지와 기후적응 관련 투자를 이행한다는 완결구조를 갖추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십여 년 전 녹색성장 때도 신재생에너지에 실질적인 기술투자보다는 물량 확대 중심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후, 창조경제, 탈원전,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탄소중립으로 정책 슬로건이 바뀔 때마다 산업계가 겪는 혼선과 정책피로 현상만 누적되었다. 이는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현재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에도 기업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장기적 관점에서 저탄소 정책을 설계해야 할 때

오늘날 탄소중립 정책은 과거와 달리 장기적으로도 그 노선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EU의 상황을 살펴보면, 기후변화와 탄소누출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즉, 환경적 동기와 경제적 동기가 맞아 떨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글로벌 팬데믹의 타격을 입은 제조업 부흥을 위한 탄소무역 라운드의 출범 동기가 강화되기도 했다.

 

친환경 신에너지 또한 중요한 주제다. 주요 경제대국은 신에너지 개발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미 정부가 통과시킨 1조 달러 인프라 패키지에는 클린 수소 지원을 위한 8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이미 2018년 기준으로 연간 1000만 톤의 수소 생산을 기록하였다. 미국의 무역 경쟁국인 중국 또한 이에 뒤지지 않고 2030년까지 3,500만 톤 규모의 수소 생산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제공 수소에너지 안내 영상 (출처 : 국토교통부 공식 유튜브 채널)

연료전지 관련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수소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s)에서 수소를 분리하여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를 입법 추진 중에 있다.

 

HPS까지 도입 이행되면 우리나라에는 RPS, HPS, K-ETS 등 탈탄소 제도가 거의 풀 라인업이 되는 것이며, 여기에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CBAM 등의 제도도 가세하게 된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환경오염의 외부비용을 내부화함으로써 기후환경 비용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유사한 목표를 지닌 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면, 규제의 이중 적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는 위에서 언급된 시장 기반의 제도를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형태의 정부 규제에 묶여 있다 보니 정책 정합성(整合性)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저탄소 경제 체제로의 재편이 진행되는 오늘날, 우리나라가 강건한 구조의 저탄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위의 여러 제도를 통합적으로 정밀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최근 미국과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목적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저탄소 기술개발을 위한 혜택적 측면에서 넛지(nudge)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2도씨 이상 상승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규모의 자본축적 시기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박호정 교수는 자원경제학과 에너지경제학 분야에서 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University of Maryland 자원경제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전력시장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현재 한국자원경제학회장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그린뉴딜∙탄소중립 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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