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종류는 국제기준에 따라 정해져 있다. 모두 7종류다.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 등이다. 이렇게 하면 모두 6개. 마지막 하나는 무엇일까. 누구나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산화탄소(CO2)다.
사람들은 ‘온실가스’라고 하면 다른 6종류의 온실가스를 제쳐두고 우선 이산화탄소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온실가스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91.4%에 달한다.(출처: Climate Watch) 사실상 이산화탄소 한 가지만 통제할 수 있으면 우리는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2021년 한 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364억t. 실로 막대한 양이 대기 중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이산화탄소를 우리는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회수할 수 있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탄소’를 끊임없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석탄, 석유, 가스, 목재 등 대량의 연료를 끊임없이 사용하는데, 이런 연료의 성분은 주로 탄소(C)로 돼 있다. 연료성분의 연소과정에서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되면서 빛과 열을 내지만, 탄소는 이산화탄소가 되어 공기 중에 배출되는 것이다. 이에 최소한 배출하는 양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각고의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문명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결국 제대로 된 방법은 에너지공급 시스템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뿐일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상황을 놓고 생각하면 이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과학자들은 전혀 다른 발상을 하기에 이른다. 이산화탄소가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인위적으로 회수’해 오면 어떻겠냐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을 CCUS(Carbon Capture∙Utilization∙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라고 부른다.
CCUS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을 총칭하는데, 주로 산업현장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 즉시 포집하는 경우를 이야기할 때가 많다. 기술의 종류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바뀌는데,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대기로 내보내지 않고 땅속 깊은 곳 등에 저장해 버리는 경우는 CCS, 다양한 산업에 직접 활용하는 것을 CCU라고 부른다. 드물게 탄소를 포집해 탱크 등에 보관하는 것도 ‘저장’이라고 생각해 CCS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확실하게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는 의미의 CCS와는 차이가 있으므로 문맥에 따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DAC(Direct Air Capture, 직접 공기 포집)라는 용어도 쓰이는데, 이는 이미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거의 같으므로 넓은 의미에서는 DAC도 CCUS의 종류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CCUS 기술에 사람들이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2020년 국제에너지기구가 ‘CCUS 기술 없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다. 또,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는 2021년 1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최적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곳에 1억 달러(약 1120억 원)의 상금을 기부하겠다”고 해 이슈가 된 바 있다.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잡지?
그렇다면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서 회수한다는 것일까. CCUS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발전소, 시멘트, 철강, 정유 산업 등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산업현장이다. 이런 곳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전 세계 배출량의 50~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산화탄소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배기가스 통로에 별도의 포집 장치를 설치해 포집한다. 포집 방법은 크게 3가지 기술로 나뉘는데, 그중 ‘흡수제’ 방식이 보편적이다. 습식이나 건식의 흡수제를 넣고, 화학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방법이다. ‘흡착제’를 이용하는 방식도 있다. 이산화탄소와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물질을 이용해 배기가스 속의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세 번째로 ‘분리막’ 방식이 있는데, 이산화탄소만 통과할 수 있는 ‘필터’를 만들어 포집하는 방법이다. 흡수제 방식은 대형 산업시설에, 흡착제, 분리막 방식은 중소규모 산업시설에 적용하기 유리하다.
이산화탄소를 잡아다 어디에 쓸까?
그렇다면 이렇게 모아온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선 CCS, 즉 ‘저장(Storage)’ 사례부터 살펴보자. 우리 주변에서 CCS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를 보기는 쉽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유전이나 가스전이다. 땅속 깊숙한 곳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석유나 가스를 밀어 올린 다음, 자원만 갈무리하고 이산화탄소는 땅속에 남겨둔 채 입구를 막아버리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저장은 그렇다치더라도, 환경오염의 빌런 같은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활용한다는 것인지 혹자는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 이산화탄소가 쓰이는 곳은 의외로 굉장히 많으며, 다양한 산업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탄산음료, 맥주의 톡 쏘는 맛을 내는 것 역시 이산화탄소이며,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고순도 이산화탄소는 필수 원료 중 하나다. 냉동식품 배송 등에 사용하는 드라이아이스 역시 이산화탄소로 만든다. 용접 등을 할 때도 공기의 차단 등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등 이산화탄소는 이미 우리 생활 및 산업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물론 이런 것은 CCUS에서 말하는 의미의 ‘활용(utilization)’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산화탄소를 잠시 활용하긴 했지만 결국 대기 중으로 다시 날려 보내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CCU’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화학적, 생물학적 변환과정을 통해 유용한 자원으로 재활용해 시장가치가 있는 물질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CCU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건축자재’를 만들 때 활용하는 경우다. 건축용 골재로도, 시멘트를 만들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칼슘과 마그네슘을 포함한 물질과 반응시키면 ‘탄산염광물’이 형성돼 단단히 굳어지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즉 건축물을 지을 때마다 대기 중으로 흩어졌어야 할 이산화탄소를 건물 벽체 속에 고정하는 셈이 된다.
생명과학계의 노력도 참고할 만하다. 흔히 ‘*대사공학’이라고 부르는 기술을 이용하면 박테리아나 조류, 플랑크톤 등의 대사 활동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즉 생물들에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하고 다양한 유기물을 생산하도록 만드는 ‘인공 광합성’을 하게끔 할 수 있는 것. 이러한 방식으로 바이오 연료, 지방산, 동물사료, 색소, 의약물질 등을 생산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바이오연료’ 등을 생산해 인공석유 등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 밖에 화학제품의 원료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부분의 화학 제품은 석유가 원료이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이산화탄소를 화학 제품의 원료로 다시 활용하면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원료 사용 감축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일례로 강화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코팅제, 비닐백, 라미네이트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이산화탄소 속 탄소(C)를 이용해 다양한 ‘탄소화합물’을 만드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도료, 접착제 등의 원료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배터리 전해액 제조에 쓰이는 에틸렌 카보네이트 등의 제조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 밖에 에틸렌, 개미산, 메탄올, 프로필렌, 합성가스 등 다양한 화학소재 제조기술 역시 연구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연료전지와 CCUS의 만남!
CCUS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방식의 CCUS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흡착 방식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체 형태(액화탄산)로 저장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술 기업 ‘㈜카본밸류’를 발굴, SK에코플랜트의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하는 ‘연료전지 Net-Zero’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부산에서 15MW 연료전지를 수주한 바 있는데, 그중 300KW 모듈 한 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한 것이다.
친환경 고효율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등 불순물이 없어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만들 수 있다. 고순도 이산화탄소가 쓰이는 대표적인 분야로 반도체, 식음료, 농업을 손꼽을 수 있는데, SK에코플랜트가 이번 실증사업에 성공하면 고순도 이산화탄소 관련 시장으로의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산화탄소 저장(Storage) 분야에 대한 환경기반 조성에 맞춰 단계적으로 CCUS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2023년 9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년 동안 진행될 이번 실증사업에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연료전지 인근 주민 편의시설 내 ‘스마트팜(Smart Farm)’에 공급할 예정이다. 토마토 등의 작물들이 광합성을 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빨리 생장하는 것에서 착안, CCU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연료전지에서 배출되는 폐열을 활용한 온수를 스마트팜에 공급, 스마트팜 내부 온도유지에 필요한 비용 역시 큰 폭으로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실증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 C&I 팀의 양원준 프로와 홍빛찬 프로는 “탄소중립을 위한 CCUS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실증사업이 지속 가능한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을 실현하는 CCUS 기술 솔루션을 연료전지 시장에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확대, 탄소세 부과, 탄소국경세 도입 등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연료전지 발전 시장에서도 CCUS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연료전지 발전사업 CCUS 솔루션의 첫걸음을 내딛은 SK에코플랜트의 ‘부산빛드림 연료전지 프로젝트 연계 Net-Zero 실증사업’이 향후 국내를 넘어 세계 연료전지 시장에서도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