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일본 오키나와 제도 사이 동중국해에 위치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釣漁島紛爭)는 일본, 중국, 대만이 각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조업을 하던 중국 선원이 일본에 의해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강력한 항의와 함께 일본에 *희토류, 즉 ‘지구상의 희소한 금속’들을 수출하지 않는 조치를 취했고, 이러한 중국의 제재에 당황한 일본은 3일 만에 백기를 들고 그 중국인 선원을 석방했다.
이 외교전에서 중국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 준 *희소금속의 가치는 오늘날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관련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도 전 세계가 들썩거리고,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열하다. 도대체 전세계는 왜 이렇게 희소금속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그리고 이토록 중요한 희소금속의 매장량이 바닥을 보이는 때가 온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희소금속 수급 위기, 세계를 위협하다
희소금속의 종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산업이 그 시대에 흥하냐에 따라, 희소금속이었던 것이 아니게 되기도 하고, 나라별로 매장량과 주력 사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게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희소금속이라 지정하고 있는 금속으로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있다. 이러한 희소금속은 상당량이 중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 한정된 지역에 매장되어 있어 해당 지역 이외 국가들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희소금속의 수급과 시세는 생산 국가의 사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특히 최근 몇 년간은 글로벌 팬데믹의 영향으로 희소금속 수급 상황이 대단히 불안정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소금속 3종의 *수급안정화지수가 2022년 들어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니켈은 7.4, 코발트는 7.82를 기록했으며 리튬은 1.94로 수급안정화지수 기록이 시작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공급위기’ 단계에 들어섰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희소금속의 수급상황이 악화되자, 해당 금속류의 가격 역시 치솟고 있다. 지난 2월 17일 기준 리튬의 가격은 kg당 417.5달러로 지난해 대비 무려 267.3%나 폭등했고, 니켈과 코발트의 가격도 각각 30.6%, 37.8%로 오르며 불안 요소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희소금속 수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올 2월 리튬, 니켈 등 희소금속의 해외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하는 민간 기업의 프로젝트에 정부가 출자할 수 있는 한도를 현재 최대 50%에서 100%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해외 광산 투자에 따른 위험을 정부가 상당 부분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민간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희소금속 확보에 나설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작년 6월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그리고 희소금속을 포함한 4대 핵심품목에 대한 공급망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고, 특정 국가로부터의 희소금속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 정책을 시행 중이다.
폭등하는 희소금속 수요, 그 이유는?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소금속 수급 위기는 앞으로 더욱 절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2040년까지 전 세계 금속 수요는 2020년 대비 약 2.7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희소금속인 리튬은 42배, 코발트는 21배, 니켈은 19배나 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1) 이처럼 희소금속의 수요가 폭증하는 까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실천이 전세계적 과제로 대두되며 희소금속을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EV, Electric Vehicle)는 희소금속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대표적 생산품이다. 우선, 전기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에는 약 13kg의 희토류가 필요한데, 이중 전기자동차용 고출력 모터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데만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 2kg 가량의 희토류가 사용된다. 또한 전기자동차의 동력원인 배터리(2차전지)에도 양극재의 핵심소재인 리튬, 양극재의 부식과 폭발 위험을 막아주는 코발트 외 니켈, 망간 등의 희소금속이 사용된다.
한편,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인 신재생에너지 장치 생산에도 희소금속이 반드시 필요하다. 태양열, 태양광, 풍력, 조력 등 거의 모든 신재생에너지 장치에 희소금속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태양광 발전을 위한 태양전지 패널에는 인듐, 갈륨, 셀레늄, 규소, 몰리브덴 등이 사용되며, 풍력발전용 고출력 모터로는 전기자동차에도 사용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 모터가 사용된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2121년 자료에 따르면, 천연가스 발전에 사용되는 금속자원 사용량 대비 태양광 발전은 6배, 육상풍력 발전은 8.95배, 해상풍력 발전은 13.55배 더 많은 금속자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희소금속 자원 위기가 야기한 문제는?
앞서 소개한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를 강력한 무기로 내세워 일본을 굴복시켰듯, 희소금속 수출국가가 자국의 자원을 무기화하는 추세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 석유를 중심으로 한 자원 민족주의가 있었다면, 오늘날은 희소금속을 중심으로 한 자원 민족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희소금속 자원 매장량 및 보유량에 있어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리튬 매장량 세계 4위, 인듐과 희토류 매장량 세계 1위이며, 특히 희토류에 있어서는 전세계 매장량의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해외 자원 선점과 개발에 있어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크다.
코발트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약 50%가 콩고에 있는데, 콩고 코발트 광산 19개 중 15개의 주인이 중국이다.(The New York Times, 2020) 이에 더해 중국은 전 세계 코발트 제련량의 70% 가량을 도맡고 있기도 하다. 즉, 전 세계 코발트 수요의 70%가 중국 소유의 광산에서 생산되고 중국 영토 내에서 가공되어 충당되고 있는 것이다. 희소금속 시장에서 중국이 기침만 해도 관련 주가가 요동치고, 각국이 긴장 태세로 돌아서는 것이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희소금속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낳은 문제는 비단 보유국의 자원 무기화뿐만이 아니다. 희소금속의 가치 상승은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등 전세계 탈(脫)화석연료 추세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런 친환경 수단에 필요한 희귀금속을 얻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을 파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희소금속 채굴 및 정제 과정에는 방사성 분진, 중금속, 유해가스, 오염물질 함유 폐수 및 광물찌꺼기 등이 발생된다.
일례로,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으로 중국 내 희토류 매장량의 90%를 차지하는 바이윈어보(白雲鄂博) 광산 근로자들 7,000여 명 중 절반에 가까운 3,000여 명의 근로자가 방사성 원소인 토륨이 함유된 분진을 마시며 작업을 하고 있다. 바이윈어보 광산 주변의 토양, 지하수, 식물은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어 가축이 폐사하고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일이 빈번하며, 주민들은 각종 환경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희소금속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해당 국가들은 규제를 더욱 까다롭게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곧 희소금속 수급에 정체를 빚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도시광산’에서 캐내는 희소금속, E-Waste에 주목하라
희소금속 수급 위기는 단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근본적인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도시광산’이다. 도시광산은 금속자원이 제품 또는 폐기물의 형태로 일상 생활 속에 소량으로 널리 분포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E-Waste(전기∙전자폐기물)는 대표적인 도시광산이다. E-Waste에 포함된 희소금속을 추출하여 재활용함으로써 자원의 무분별한 개발과 채굴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을 막고, 희소금속 자원의 수급 불균형 해소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세계 천연자원 매장량이 바닥나는 시점은 2100년 경으로 예측되는데, 곧 바닥을 보일 천연자원의 고갈 위험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E-Waste 재활용을 통해 기존에 사용된 자원을 최대한 회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주변을 잠시만 둘러보아도 많은 전기∙전자제품에 재활용 가능한 금속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생활필수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스마트폰의 경우 전체 무게의 40%가 금속이다. 스마트폰 1대에서 회수 가능한 금속은 금, 은, 구리, 로듐, 팔라듐, 코발트 등 27여 가지에 달하며, 이 중 대표적 희소금속인 코발트의 경우 27.4g이나 회수 가능하다.
전기자동차가 ‘대세’인 상황에서 전기자동차의 폐배터리는 가장 가치있는 도시광산으로 불리며 수많은 희소금속의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사용한 지 5년이 흐르면 초기 용량 대비 70% 이하로 성능이 감소되며 주행거리, 충전속도, 안전성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사용 기간 5년에서 10년 사이에는 반드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데, 이는 곧 다량의 전기자동차 폐배터리가 지속적으로 양산되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주요 희소금속을 추출해 꾸준히 재활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희소금속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E-Waste가 주목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희소금속 관련 E-Waste 정책을 속속 수립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부터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때 재활용된 니켈, 코발트, 망간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즉, 2030년 이후에는 재활용된 희소금속 없이는 EU내에서 전기자동차를 제작∙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2011년 폐자원 수집체계를 확립하고, 도시광산 산업 육성에 나섰으며, 이에 따라 중국 내 도시광산 시범기지 50곳을 건설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추어 글로벌 기업들 또한 희소금속 재활용에 적극 나서며 변화된 E-Waste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포드 모터 컴퍼니(Ford Motor Company)는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인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0)와 함께 전기자동차 배터리팩의 원료 재사용을 시도하고 있으며, 애플(Apple)은 재활용 로봇을 활용, 폐기된 아이폰에서 14개의 희귀금속을 채취하여 재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등의 E-Waste 재활용 추세가 활발해지고 있으나, 사실 폐배터리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해 내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외부 자극을 받으면 폭발 위험이 높은 배터리 특성상 가장 먼저 방전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전기를 통하게 하는 전해액을 빼낸 다음, 폐배터리를 물리적으로 파쇄∙분쇄하여 만든 분말 혼합물(Black Powder)을 용액에 녹여 금속이온 상태로 만들고, 여기서 희소금속을 분류∙정제하는 등의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직 시장 규모 또한 크지 않다. 2020년 기준 전세계 470억 불 달하는 E-Waste 재활용 시장 중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4억 불 규모에 그치고 있다.(E-Waste Management Market,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전개될 각국의 재활용 금속 의무 사용 권고 및 환경 중심 규제에 대응하는 기업의 변화는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40년 기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87조 원에 달하는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SK에코플랜트, 테스(TES)社 인수로 자원 선순환에 앞장서다
이처럼 E-Waste가 희소금속 자원 위기의 대안으로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21일 E-Waste 전문 기업 테스(TES)社를 인수하며 글로벌 E-Waste 선도주자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SK에코플랜트와 한가족이 된 테스는 E-Waste 재활용을 통한 원재료 및 금속 소재 추출∙재활용 사업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 진출, 다년간 쌓아 온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희소금속 재활용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재사용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테스의 폐배터리 재활용 프로세스는 수거 단계에서부터 잔존가치 검사, 재활용 처리 과정, 산출물의 수요처 공급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체인으로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 향후 폐배터리 배출량이 증가하고 재활용 원료 의무 사용 등의 정책이 본격화되면 테스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또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는 천연자원 매장량이 많지 않다. 특히 희소금속 자원은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업과 전자제품∙모바일 디바이스 생산 기업을 갖고 있다. 또한 양산차 생산기업을 보유하고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에 재활용 자원의 의무적 사용이 점차 요구되고,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 등으로 희소금속의 수요가 커질수록 E-Waste 재활용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핵심 역량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산업이 될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테스와 함께 E-Waste산업으로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국가 생산성을 높이고 희소금속 자원 확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앞장설 것이다. E-Waste 산업을 통한 자원의 선순환, 그것이 SK에코플랜트가 생각하는 희소금속 자원 전쟁의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