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탈탄소 전환 흐름에 따라 건설용 자재의 대체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철근의 친환경 대체재인 ‘케이에코바(KECO-BAR)'의 등장은 너무나 반갑다. ‘에코바의 마이스터’라 불리는 SK에코플랜트 Eco Solution Value-up팀 홍석주 팀장을 통해 에코바 탄생 스토리를 들어본다.
‘누구냐 넌!’ 생긴 건 철근인데, 철근이 아니다. 무게는 가볍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녹슨 흔적이 아예 없다. 철근 대비 경량성과 견고함을 두루 갖춘 이 물건은 다름 아닌 ‘케이에코바(KEco-bar)’. 철근의 친환경 대체재인 GFRP(Glass Fiber Reinforced Plastics,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에 폐 PET *함침제(含浸劑)를 더한 케이에코바가 울산에 신규 공장을 착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다. 초기 개발부터 지금까지, 케이에코바의 탄생을 이끈 홍석주 팀장은 궁금했던 케이에코바의 실체를 직접 보여주며, 친환경 대체재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말했다.
*함침제: 유리섬유를 기계적∙환경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고, 섬유의 배열을 유지하며, 개별 섬유 간 하중 전달을 가능케 하는 원료
철근을 대체할 완벽한 친환경 소재의 탄생!
(홍석주 팀장이 직접 가져온 케이에코바와 일반 철근을 함께 들어보며) 이게 말로만 듣던 케이에코바인가! 철근과의 무게 차이가 엄청나다! 정말 가볍다.
사업 관계자들과 회의나 미팅을 할 때 일반 철근과 케이에코바를 가져가 직접 들어보라고 한다. 말보다 경험이 더 중요할 때가 많더라. (웃음) 실제 케이에코바의 무게는 철근의 1/4이다. 반면 강도는 그 2배에 달한다. 철근 대비 우수한 *인장과 깨끗한 절단면, 시멘트와의 강한 부착강도, 여기에다 철근, 그리고 다른 GFRP보다 가격도 낮아 시공과 유지 측면 모두에서 케이에코바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인장
어떤 힘이 물체의 중심축에 평행하게 바깥 방향으로 작용할 때 물체가 늘어나는 현상
직접 눈으로 보고, 들어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서 이번엔 말로 케이에코바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케이에코바를 설명하기 전에 GFRP를 먼저 알아야 한다. GFRP는 유리섬유(Glass Fiber)를 주 보강재로, 다양한 수지를 함침하여 가공한 복합 구조재다.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철보다 강하다. 녹슬지 않고 열에 변형되지 않아 철근 대체재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교량 상판이나 도로, 건축물, 해양구조물 등 다양한 시설에서 철근 대신 GFRP를 사용하고 있다. 또 각 나라별로 GFRP 사용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케이에코바는 기존 GFRP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폐 PET를 활용한 불포화폴리에스테리 수지를 함침제로 적용해 만든 친환경 신소재다. 검은색인 케이에코바는 재활용이 쉽지 않은 유색 PET도 얼마든지 함침제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GFRP의 함침제인 열경화성 수지는 독성으로 환경에 위해한 것은 물론, 생산 시 엄청난 악취가 발생해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반면 친환경 수지를 사용하는 케이에코바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여타 GFRP 대비 환경적, 사회적인 의미까지 크다고 할 수 있다.
1년 만에 개발부터 생산까지! 케이에코바의 초스피드 탄생 비결은?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인프라 현장에서 일을 했는데 지금의 업무는 많이 달라보인다. 이전의 경력들이 현재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나는 현장에서 철근량을 계산하고 철근을 배치하던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에코바가 어디에 들어갈 수 있는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현장에 대한 적용성이나 사업성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철근을 들면서 그게 얼마나 무거운지 알았기 때문에 이 가벼운 케이에코바가 필요한 이유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웃음) 업무가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케이에코바와 다른 대체재 사업을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이전의 구조 설계와 현장 경험 때문이라고 본다.
케이에코바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엄청 큰 것 같다. 처음 케이에코바를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
그 시작은 국내외 인프라 구조 설계와 입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조직 자체적으로 친환경 자재 등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보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관련 TF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때 여러 아이템들이 나왔는데, 그중 가장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었던 것이 GFRP RE-BAR(리바), 즉 케이에코바 사업이었다.
케이에코바를 만들기 위해서는 GFRP 생산 기술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친환경 수지 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마침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강소기업들을 발굴하는 상생협력팀의 프로그램을 통해 카본화이버앤영 윤재영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기존 수지 생산 시 악취의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 스티렌 모노머(STYRENE MONOMER)를 넣지 않은 불포화폴리에스테르 수지를 개발한 카본화이앤영의 기술 덕분에 케이에코바 사업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다.
GFRP 생산 기술은 KCMT의 도움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양질의 GFRP RE-BAR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9개국 10개 회사밖에 없는데, 그중 한 곳이 국내 유일의 GFRP 생산 회사인 KCMT였다. 그래서 2021년 1분기에 카본화이버앤영과 KCMT와의 MOU를 체결했고, 3분기에 유색 PET chip 활용 친환경 수지 연구개발을 목표로 에코화이버앤영을 설립했다. 그렇게 케이에코바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수많은 성능 검증을 진행했고, 이제 케이에코바의 대량 생산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짧은 시간 케이에코바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 제품에 많은 분들의 도움과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두 파트너와 협업 관계에 있어서 SK에코플랜트는 구심점처럼 보인다.
중요한 다리역할을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초기 사업 기획을 시작으로, 좋은 기술을 가진 두 업체를 발굴하고 연결해 케이에코바를 탄생시켰다면, 앞으로는 SK에코플랜트가 가진 브랜드 파워로 마케팅 및 수요 창출에 힘쓸 예정이다.
또한 갖가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M&A, 투자심사위원회 심사 등에서 리스크가 될 만한 부분을 찾아 검증을 하는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를 SK에코플랜트가 담당하고 있다. 또한 케이에코바의 수지 또한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개발이나 생산, 보관 시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리스크라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의견을 내고 이를 반영하게끔 하고 있다. 이렇게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쓰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고 본다.
케이에코바를 사업화하는 데 있어 탈탄소화 정책 등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 또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TF팀이 구성된 것도 저탄소 건설을 목적으로 한 친환경 대체재 발굴을 위해서였다. 특히건설용 주자재 중 철근 대체재에 대한 시장의 니즈는 매우 크다. 건설 자재 중에서도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이 철근이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산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다. 또 최근엔 러시아 사태가 겹치면서 철근의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또한 철근은 부식이 되기 때문에 주기적인 재시공으로 인한 유지 관리비도 큰 편이다.
케이에코바는 기능적인 강점 외에도, 철근 대비 탄소 발생을 45%나 줄이고 폐 PET를 재활용해 폐자원 순환에도 기여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케이에코바가 친환경에 대한 시대의 흐름은 물론, 철근의 다양한 Pain-Point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재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SK에코플랜트만의 방법
4월 19일 울산에서 케이에코바 생산 공장 착공식이 있다. 이번 공장에 담긴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케이에코바를 만들 수 있는 본격적인 생산 시설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일단 1만 3천 평 부지에 80개로 생산 라인이 증가해 양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 더해 올해 12월에 또 하나의 공장이 지어져 생산 라인이 더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케이에코바를 자재로 사용해 모든 공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부심이 더욱 크다.
팀 내에서는 이번 공장 착공으로 친환경 소재 세상의 문이 활짝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Eco Solution Value-up팀이 하는 일 중 하나가 ‘친환경 & 핵심역량’을 기반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다양한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다행히도 케이에코바가 이에 상응되는 좋은 예가 된 것 같다.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자재를 오랫동안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지구를 살리는 일이니까. 이런 자재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양산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변화가 더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GFRP를 1990년대부터 사용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한국도로공사 지침에 따라 일부 현장 설계에 적용되고 있다. 그 예로 안성구리 14공구에 KCMT에서 만든 GFRP로 시험 시공이 완료된 바 있다.
반가운 건 국내에서 GFRP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맞춰 케이에코바 역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현재의 케이에코바는 철근에 비해 탄성계수가 낮다. 탄성계수는 어떤 물체를 구부렸을 때 바로 복원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철근은 200GPa 케이에코바는 최대 60GPa이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철근의 모든 역할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탄성계수를 높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케이에코바를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4년까지 국내 철근시장의 약 1%(1000억 원)을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계획에 맞춰 앞으로도 친환경 대체재 업무에 매진할 텐데,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과거 설계 업무를 했을 때는 책임감과 디테일이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인명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환경 대체재 역시 안전하게 만들어야 현장에서 잘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업무에 있어서는 고도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케이에코바 이후 나오게 될 제2, 제3의 친환경 대체재를 만들 때도 동일한 마음으로 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다.
그 노력의 결과물을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다.
머지 않은 때에 우리가 걷고, 이동하고, 생활하는 곳곳에 케이에코바가 있을 거라 믿는다. 물론, 눈에 보이진 않겠지만. (웃음) 약 1년 동안 쉼 없이 달리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보람도 컸다. 그 연장선으로 케이에코바처럼 기업 성장은 물론, 사회와 환경에 도움될 수 있는 산업군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오랫동안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면서 생긴 직업병이 있냐고 묻자, 홍석주 팀장은 다리(교량)를 쳐다보는 것이라 말한다. 교량 쪽으로 석사를 받았고, 인천대교 등 장대 교량 일을 오랫동안 해서 마음에 간다고. 그만큼 설계에 진심이었던 그는 처음 친환경 대체재 일을 맡았을 땐 힘들고 어려웠다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소재를 세상에 내놓는 일에 잊었던 열정과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그 재미를 3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 팀원들과 공유하고 있는 상황. 이들이 만들어낼 친환경 대체재가 세상을 바꿀 일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