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더 이상 Internet Explorer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적의 환경을 위해 다른 웹브라우저 사용을 권장합니다.

폐기물 산업에 일어난 ‘업스트림’ 파도를 넘을 방법은?

단순히 태우고 묻는 폐기물 처리 시대는 끝났다. 고도의 기술력과 투자로 발전하고 있는 폐기물 업스트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어떤 미래 전략을 세워야 할지 해외 사례를 통해 모색해 보자.

이동근

삼정KPMG Deal Advisory본부 전무

박도휘

삼정KPMG 경제연구원 겸 수석연구원

“나는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지대를 보고, 쓰레기 산이나 섬이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나는 ‘묽은 플라스틱 수프’를 떠올렸다. ‘만두’라 볼 수 있는 대형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들어 있고 그 위에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볍게 양념을 친 수프 말이다.”

– 해양 환경운동가 찰스 무어

1997년 요트를 타고 하와이섬에서 캘리포니아로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찰스 무어 선장은 망망대해에서 지도에도 없는 거대한 섬을 발견하게 된다. 새로운 발견에 대한 경이(驚異)도 잠시, 섬의 실체를 확인한 선장은 곧바로 경악하게 된다. 그것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섬이 아니라 인간이 바다로 배출한 비닐, 플라스틱 등이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에 의해 모인 거대한 섬 모양의 쓰레기 더미였던 것이다.

하와이섬 북동쪽, 그리고 일본과 하와이섬 사이를 떠다니는 두 개의 거대한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은 찰스 무어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이후, 대한민국 면적의 15배가 넘는 155만㎢의 거대한 크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 크기도 매년 커지고 있다.

태평양 쓰레기 밀집 지역(출처: 미국 해양대기청(NOAA))

인류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지난 2018년 발간한 보고서 ‘What a Waste 2.0’ 에 따르면 인류의 쓰레기 배출량은 이미 연간 20억 톤을 넘어섰는데, 이는 수영장 80만 개를 채우고도 남는 양이라고 한다. 각국이 지난 수십 년간 궁여지책으로 땅에 묻고 태워도 봤지만 이처럼 넘쳐나는 쓰레기양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쓰레기들이 바다에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쓰레기 섬이라는 인류의 재앙을 만들어 냈다.

위기감을 느낀 국제 사회는 쓰레기 배출을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인류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각국의 정부는 최근 부상한 이상기후 등의 환경 문제와 잔여 매립량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순환경제를 강조하며 더 적극적으로 재활용을 촉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쓰레기, 이제는 폐기를 넘어 활용으로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폐기물 처리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는 소각·매립 등 폐기물 다운스트림(Downstream) 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됐고, 이에 따라 폐기물 시장의 주인은 SK에코플랜트, 에코비트, IS동서 등 극소수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압축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최근 시장의 관심이 다운스트림을 넘어 *재활용 중심의 업스트림(Upstream)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폐기물 업스트림(Upstream): 재활용, 재사용, 에너지 회수 등 폐기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폐기물 사업 영역

국내 폐기물 시장은 크게 3단계의 흐름을 거쳐 성장해 왔고, 현재 업스트림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출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재활용(Recycling)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교란을 야기한 외부 환경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일 뿐만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현실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상했다. 우리 정부도 순환경제를 강조하며 폐기물 재활용 시설을 고도화하고, 폐기물 에너지 인프라 구축 사업에 국비를 지원하는 등 소각이나 매립보다 재활용 산업을 촉진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환경이 뒷받침되며 발 빠른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한편, 상당수의 재활용 기업 규모는 아직 영세한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국내 *명목 재활용률은 86.5%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그린피스가 조사한 국내 *실질 재활용률은 22.7%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다시 말해 아직 재활용 시장의 전성기는 도래하지 않았다. 지금은 부상하는 업스트림 시대에 대비해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명목 재활용률: 배출자가 재활용 목적으로 분리한 폐기물이 선별업체·재활용업체로 전달된 물량 비율
*실질 재활용률: 선별업체가 재활용할 가치가 있거나 돈이 되는 품목을 골라내고 나머지 폐기물은 소각, 매립, 처리한 이후 실질적으로 재활용된 비율

.

미국과 일본, 그들은 어떻게 준비했을까?

이 시점에 우리는 과거에 이미 우리와 유사한 궤도를 지나간 바 있는 해외 국가의 사례를 통해 대책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미 대형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 단계를 지난 미국을 살펴보자.

데이터 수집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미국은 WM, 리퍼블릭 서비시스, 웨이스트 커넥션스(Waste Connections)로 구성된 ‘빅3’ 기업이 미국 폐기물 시장의 57%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수집-처분-재활용으로 이어지는 폐기물 처리 밸류체인(Value Chain)을 완성한 가운데 업스트림 산업인 재활용 사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폐기물 처리의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경쟁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이들 기업은 시장 점유율 확대, 기업가치 상승, 수익성 제고 등 호황을 누리는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 폐기물 시장 현황. (출처: 삼정KPMG 경제연구원)

일본은 섬나라 특성상 매립지 확보가 쉽지 않으나, 그 대안으로 소각에 주력해 이미 매립 제로화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정책적 지원 외 유럽의 선진기술을 도입하며 ‘소각열에너지’ 사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했다. 이를 통해 최근 부상하는 글로벌 폐기물 에너지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 국가 에너지 전략 수립에도 소각열에너지를 활용하며 순환경제를 구현하고 있다. 나아가 소각시설을 관광시설로 탈바꿈하는 등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사회경제적 효과까지 창출하고 있다.

.

이제는 우리도 움직여야 할 때

국내 폐기물 처리기업이 갖추어야 할 4가지 미래전략 (출처: 삼정KPMG 경제연구원)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의 전략을 통해 국내 기업은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첫 번째, 폐기물 업스트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미국처럼 폐기물 처리 밸류체인을 완성해야 한다. 또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폐기물 처리의 디지털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매립 제로화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을 참고하며 소각에서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다. 기업은 소각열에너지 기술을 적극 도입·개발하고, 정부는 소각시설 지원 제도를 재검토하며 부가가치 창출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재활용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를 대상으로는 기술 투자 및 협력을 통해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폐기물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개도국 시장은 신규 개척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본 투자와 기술력 공유를 활성화하거나 M&A를 통해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시장의 변화는 타성에 젖어 안주해온 기업에는 위기일 수 있지만, 미리 준비한 기업에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다가올 변화에 잘 대처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폐기물 업스트림 시장을 이끄는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

이동근 전무는 에너지·환경·자원개발 분야 전문가로서 기업의 투자 자문, 기업 인수합병,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도휘 연구원은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인프라 산업팀 팀장을 맡고 있으며, 건설, 물류를 비롯해 인프라 산업 전반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