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에너지 자립 도시 속으로!(with 부산)
도시 내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는 세계의 에너지 자립도시들을 찾아 떠나보자.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가 끓는 시대(Global boiling)다. 그만큼 전 세계 도시들이 사상 초유의 더위에 신음하는 오늘, 우리에게 시사점을 줄 곳들을 둘러보려 한다. 바로, 일찌감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자급자족을 선택한 ‘에너지 자립 도시’들이다.
에너지 자립은 기본, 특별한 하수처리 방식까지: 독일 함부르크 브람펠트
독일 최대 항구도시이자,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Hamburg) 시. 독일 최대 무역항 도시답게 함부르크는 각종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도 180만 이상인, 그야말로 대도시이다. 그런데 이런 대도시에 뜻밖에도 ‘생태 공동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특별한 마을이 있다고 한다. 바로 1994년부터 에너지 자립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된 브람펠트(Bramfeld) 지역이다.
함부르크 도심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브람펠트 지역은 124세대가 살아가는 작은 주거단지다. 주목할 점은 모든 가구의 주택 지붕에 태양열 집열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전체 면적이 3,000 m²가 넘는 이 집열기를 통해 생산한 에너지로 마을의 난방 및 온수에 필요한 에너지 5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가파른 지붕 위에서 햇빛을 받아 달구어진 집열기로 물을 데워 축열조에 저장했다 꺼내 쓰는 형식인데, 마을 옆 풀밭 지하에 매설된 마을의 축열조는 지름이 26m, 깊이 12m에 달할 정도로 유독 거대하다. 이는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 브람펠트의 겨울을 대비해 많은 양의 온수를 보관하기 위함이라고.
또한 브람펠트 내에는 4채의 특별한 ‘생태주택’도 찾아볼 수 있는데, 열에너지 소비가 이전 건물 대비 1/6만 있으면 될 정도로 단열이 잘되게 지어졌다는 것도 특징이지만, 이 생태주택의 가장 특별한 점은 ‘하수처리’ 방식이다. 생태주택에서 나온 하수는 처리장이 아닌 그 집 마당으로 흘러가 갈대 등의 습지에서 자연 정화되어 마을 연못으로 보내지기 때문. 또한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도 발효를 통해 퇴비로 사용되게끔 설계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브람펠트 마을이 감축하고 있는 탄소배출량은 연간 약 200톤.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은 그 이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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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부자, 석유를 버리고 음쓰를 얻다: 노르웨이 오슬로
추운 기후 탓에 에너지 소비량이 만만치 않은 북유럽에도 에너지 자립 도시들은 존재한다. 오히려 유럽연합 중에서도 북유럽 국가들은 신재생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탄소 절감은 물론, 에너지 자립 도시로 거듭나기에 유리하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그중에서도 북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가 탈석유 신재생 에너지 전환의 선두주자라는 점이다.
2020년 기준으로 노르웨이는 이미 국가 전체 에너지의 98%를 신재생 에너지에서 얻고 있는데,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의 ‘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방법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일례로 오슬로의 시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녹색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데, 이 녹색봉투들은 따로 분류되어 바이오가스로 전환, 오슬로 시내 버스나 대형트럭의 연료로 활용되고 있다. 오슬로의 바이오가스 생산 공장에서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연간 5,000여 톤. 이 폐기물 1톤당 약 900KWh의 액체 바이오가스(메탄)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를 기존의 운송 연료로 생각하면 약 90L의 디젤을 대체하는 효과라고 한다.(2019, Nordic Council of Ministers)
또한 노르웨이 최대의 폐기물 에너지 발전소(Waste to Energy Plant)도 오슬로에 위치해 있다. 클레멧스루드(Klemetsrud)라는 이름의 이 발전소는 매년 160,000톤 가량의 폐기물을 소각 처리해 오슬로 40,000가구의 난방과 20,000가구의 전력 소비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오슬로의 주요 발전원이다(Citec.com). 그런데 에너지 자립의 개념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이 발전소에도 문제점은 있다. 바로 오슬로의 가장 큰 단일 이산화탄소 배출원이라는 것(연간 400,000톤의 CO2 배출)인데, 다행히도 2022년부터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2026년까지 완벽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갖춘 세계 최초의 폐기물 에너지 발전소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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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칼바람 부는 재해 마을, 재생에너지 마을이 되다: 일본 야마가타 현
일본 북서부에 있는 야마가타 현(山形県)은 우리나라 강원도처럼 눈과 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추운 겨울이면 일명 스노우 몬스터라 불리는 수빙이 생기는데, 이는 영하의 기온에서 나무에 얼음이 맺혀 생기는 현상으로, 낮은 기온과 적당한 습도에 세찬 바람까지 가세하며 빚어내는 눈 조각이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수빙이지만, 정작 이 수빙을 빚어내는 강풍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야마가타 현의 쇼나이 마을(庄内町)은 차가운 강풍 탓에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일종의 재해 지역이었다. 그러다 1993년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 특성을 살려 풍차 마을로 지정된 뒤 미국의 풍차 3기를 들여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풍차였기에 출력은 100kW 수준에 불과했지만, 일본 최초의 풍력 발전 시설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연간 방문객이 4만 명에 하는 관광 마을로 거듭났다.
하지만, 쇼나이 마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풍력 발전을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2021년까지 풍력 발전기를 꾸준히 증설해 현재 22.5MW 규모의 풍력 발전기가 건설됐으며 연간 약 60,000Mwh의 에너지를 생산해 마을 전력 사용량의 약 60%를 충당하고 있다.(WWF Japan) 또한 야마가타 현은 쇼나이 마을의 성공 사례를 디딤돌 삼아 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공급량을 87만7,000kW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중 풍력 발전의 목표치는 45만8,000kW 로, 출력 2,000kW 풍력발전기 230개가 필요한 규모다. 이 외에도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발전 방식을 다양화해 지속 가능한 신재생 에너지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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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100% 자립 도시가 우리나라에? : 대한민국 부산 에코델타시티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남부럽지 않은 에너지 자립도시가 세워질 예정이다. 부산 강서구 약 360만 평의 대지에 약 3,380세대가 살 수 있는 대규모 스마트 도시 ‘에코델타시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는 스마트도시라는 이름 답게 도시 곳곳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과 도시의 다양한 정보들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률을 100%까지 끌어올린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가 될 것이란 점을 주목할 만하다. 연료전지, 지붕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뿐 아니라, 폐열을 활용한 열전(熱電) 발전 등의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기 때문. 이처럼 에코델타시티에 필요한 에너지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 공급될 경우 저감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7만4,000톤에 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현 상황에서 에너지 자립 도시는 많은 도시가 나아가야 할 주요 모델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부산을 시작으로 여러 도시들이 에너지 자립 도시로 변모하여 성공적인 에너지 자립 사례로 벤치마킹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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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가 끓는 시대(Global boiling)다. 그만큼 전 세계 도시들이 사상 초유의 더위에 신음하는 오늘, 우리에게 시사점을 줄 곳들을 둘러보려 한다. 바로, 일찌감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자급자족을 선택한 ‘에너지 자립 도시’들이다.
에너지 자립은 기본, 특별한 하수처리 방식까지: 독일 함부르크 브람펠트
독일 최대 항구도시이자,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Hamburg) 시. 독일 최대 무역항 도시답게 함부르크는 각종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도 180만 이상인, 그야말로 대도시이다. 그런데 이런 대도시에 뜻밖에도 ‘생태 공동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특별한 마을이 있다고 한다. 바로 1994년부터 에너지 자립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된 브람펠트(Bramfeld) 지역이다.
함부르크 도심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브람펠트 지역은 124세대가 살아가는 작은 주거단지다. 주목할 점은 모든 가구의 주택 지붕에 태양열 집열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전체 면적이 3,000 m²가 넘는 이 집열기를 통해 생산한 에너지로 마을의 난방 및 온수에 필요한 에너지 5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가파른 지붕 위에서 햇빛을 받아 달구어진 집열기로 물을 데워 축열조에 저장했다 꺼내 쓰는 형식인데, 마을 옆 풀밭 지하에 매설된 마을의 축열조는 지름이 26m, 깊이 12m에 달할 정도로 유독 거대하다. 이는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 브람펠트의 겨울을 대비해 많은 양의 온수를 보관하기 위함이라고.
또한 브람펠트 내에는 4채의 특별한 ‘생태주택’도 찾아볼 수 있는데, 열에너지 소비가 이전 건물 대비 1/6만 있으면 될 정도로 단열이 잘되게 지어졌다는 것도 특징이지만, 이 생태주택의 가장 특별한 점은 ‘하수처리’ 방식이다. 생태주택에서 나온 하수는 처리장이 아닌 그 집 마당으로 흘러가 갈대 등의 습지에서 자연 정화되어 마을 연못으로 보내지기 때문. 또한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도 발효를 통해 퇴비로 사용되게끔 설계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브람펠트 마을이 감축하고 있는 탄소배출량은 연간 약 200톤.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은 그 이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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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부자, 석유를 버리고 음쓰를 얻다: 노르웨이 오슬로
추운 기후 탓에 에너지 소비량이 만만치 않은 북유럽에도 에너지 자립 도시들은 존재한다. 오히려 유럽연합 중에서도 북유럽 국가들은 신재생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탄소 절감은 물론, 에너지 자립 도시로 거듭나기에 유리하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그중에서도 북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가 탈석유 신재생 에너지 전환의 선두주자라는 점이다.
2020년 기준으로 노르웨이는 이미 국가 전체 에너지의 98%를 신재생 에너지에서 얻고 있는데,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의 ‘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방법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일례로 오슬로의 시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녹색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데, 이 녹색봉투들은 따로 분류되어 바이오가스로 전환, 오슬로 시내 버스나 대형트럭의 연료로 활용되고 있다. 오슬로의 바이오가스 생산 공장에서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연간 5,000여 톤. 이 폐기물 1톤당 약 900KWh의 액체 바이오가스(메탄)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를 기존의 운송 연료로 생각하면 약 90L의 디젤을 대체하는 효과라고 한다.(2019, Nordic Council of Ministers)
또한 노르웨이 최대의 폐기물 에너지 발전소(Waste to Energy Plant)도 오슬로에 위치해 있다. 클레멧스루드(Klemetsrud)라는 이름의 이 발전소는 매년 160,000톤 가량의 폐기물을 소각 처리해 오슬로 40,000가구의 난방과 20,000가구의 전력 소비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오슬로의 주요 발전원이다(Citec.com). 그런데 에너지 자립의 개념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이 발전소에도 문제점은 있다. 바로 오슬로의 가장 큰 단일 이산화탄소 배출원이라는 것(연간 400,000톤의 CO2 배출)인데, 다행히도 2022년부터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2026년까지 완벽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갖춘 세계 최초의 폐기물 에너지 발전소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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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칼바람 부는 재해 마을, 재생에너지 마을이 되다: 일본 야마가타 현
일본 북서부에 있는 야마가타 현(山形県)은 우리나라 강원도처럼 눈과 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추운 겨울이면 일명 스노우 몬스터라 불리는 수빙이 생기는데, 이는 영하의 기온에서 나무에 얼음이 맺혀 생기는 현상으로, 낮은 기온과 적당한 습도에 세찬 바람까지 가세하며 빚어내는 눈 조각이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수빙이지만, 정작 이 수빙을 빚어내는 강풍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야마가타 현의 쇼나이 마을(庄内町)은 차가운 강풍 탓에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일종의 재해 지역이었다. 그러다 1993년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 특성을 살려 풍차 마을로 지정된 뒤 미국의 풍차 3기를 들여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 풍차였기에 출력은 100kW 수준에 불과했지만, 일본 최초의 풍력 발전 시설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연간 방문객이 4만 명에 하는 관광 마을로 거듭났다.
하지만, 쇼나이 마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풍력 발전을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2021년까지 풍력 발전기를 꾸준히 증설해 현재 22.5MW 규모의 풍력 발전기가 건설됐으며 연간 약 60,000Mwh의 에너지를 생산해 마을 전력 사용량의 약 60%를 충당하고 있다.(WWF Japan) 또한 야마가타 현은 쇼나이 마을의 성공 사례를 디딤돌 삼아 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공급량을 87만7,000kW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중 풍력 발전의 목표치는 45만8,000kW 로, 출력 2,000kW 풍력발전기 230개가 필요한 규모다. 이 외에도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발전 방식을 다양화해 지속 가능한 신재생 에너지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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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100% 자립 도시가 우리나라에? : 대한민국 부산 에코델타시티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남부럽지 않은 에너지 자립도시가 세워질 예정이다. 부산 강서구 약 360만 평의 대지에 약 3,380세대가 살 수 있는 대규모 스마트 도시 ‘에코델타시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는 스마트도시라는 이름 답게 도시 곳곳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과 도시의 다양한 정보들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률을 100%까지 끌어올린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가 될 것이란 점을 주목할 만하다. 연료전지, 지붕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뿐 아니라, 폐열을 활용한 열전(熱電) 발전 등의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기 때문. 이처럼 에코델타시티에 필요한 에너지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 공급될 경우 저감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7만4,000톤에 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현 상황에서 에너지 자립 도시는 많은 도시가 나아가야 할 주요 모델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부산을 시작으로 여러 도시들이 에너지 자립 도시로 변모하여 성공적인 에너지 자립 사례로 벤치마킹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