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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이제 5분 안에 완충 가능? EV 배터리 최신 기술 탐구

‘딱 1번’ 충전에 서울-부산 왕복 가능한 전기차, 과연 가능할까? 꿈에 그리던 전기차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최신 배터리 기술을 확인해 보자.

(사진: 셔터스톡)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기자 및 저술가

“전기차를 지금 구매하기는 꺼려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의외로 쉽게 볼 수 있다. 아직은 편의성 부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를 가득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도 수분 정도이며, 한 번 가득 채우고 나면 보통 600~800㎞, 길면 1,000㎞ 가량 주행이 가능하다. 일반 가정은 2주에 한 번 정도의 주유로 충분하며, 장거리를 이동할 때도 주유소만 잠시 들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전기차는 이야기가 다르다. 최신형 전기차를 30분 걸려 급속충전을 해도 300∼400㎞ 정도를 운행하는 정도다. 즉 며칠에 한 번씩은 장시간 충전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서울↔부산을 자동차로 왕복해야 한다면 중간에 두 번 이상 발이 묶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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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배터리 자체의 성능’

시대는 전기차를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는 주행 중 일체의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의 ‘전동화’는 피하기 어려운 수순이다. 과학기술자들은 전기차 배터리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교환식 배터리 시스템(충전소에서 전기차의 배터리를 통째로 갈아 끼우는 방식)’이나 ‘플로우셀 배터리 시스템(Flowcell, 충전소에서 전기차 내부의 ‘배터리액’을 교환해 넣는 방식)’, ‘무선전력전송 시스템(도로 밑에서 달리는 자동차에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뾰족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교환식 배터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필요할 때 연료를 절반만 채우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 효율이 떨어진다. 더구나 내 돈 주고 산 고가의 배터리를 공공재로 쓴다는 점이 사용자 입장에선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플로우셀 배터리는 충분한 파워를 확보하기 어렵고, 복잡한 배터리액 교환 시스템을 각 주유소에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무선전력전송 시스템도 모든 도로에 충전장치를 매립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결국 쓰이지 않게 됐다.

한국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차선책으로 충전소 숫자를 계속해서 늘리는 방법이 쓰이고 있지만, 이 역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내 차를 충전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지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배터리 급속충전 시간이 수십 분 이하로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렵다.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속 충전과 방전이 가능하고, 전기저장용량도 충분한 고성능 배터리를 실용화하는 것만이 궁극의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단적인 목표는 ‘수분 이내 완전 충전이 가능한 주행거리 800㎞ 이상의 전기차’이다. 이 정도 성능이 되면 에너지 관리의 편의성 면에서 내연기관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이 이상의 성능을 가진 배터리가 등장하지 않으면 전기차의 사용 편의성은 내연기관차를 넘어서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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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기술의 근간, ‘리튬’

지금 이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고민하기 위해선 배터리의 기본 성질을 알아 두어야 한다. 배터리란 결국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전해액(배터리액) 속에 두 종류의 금속판이 들어있고, 그 금속판 두 개가 전해액과 함께 화학반응을 하며 전기를 만든다. 한쪽 금속판은 전자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극, 다른 한쪽은 전자를 보내주기 때문에 음(-)극이 된다. 배터리 이야기를 할 때 양극재, 음극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성 및 충전 원리(출처: YTN 사이언스)

현재 자동차에 쓰이고 있는 배터리는 대부분이 ‘*리튬’ 계열이다. 다시 말해, 리튬이 들어있는 배터리 형태인데, 리튬은 폭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전에는 자동차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것이 금기시됐었다. 그러나 배터리의 음극재에 리튬 금속을 그대로 넣는 초창기 방식과 달리, 리튬을 이온 형태로 다른 물질에 섞어 넣음으로써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고안됐고, 그렇게 전기차에도 이른바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리튬(Lituium): 현존하는 가장 가볍고 밀도가 낮은 금속성 원소.

이때부터 전기차 운행 거리가 극적으로 늘어났다. 불과 100~200㎞에 불과했던 전기차 운행 거리가 400㎞를 훌쩍 넘어서게 되었다. 현재로서 리튬 이상의 효율을 가진 배터리 소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리튬 배터리의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성패가 갈린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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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용량부터 잡는다… 대세는 ‘하이니켈’

양극재 소재 중에서 특히 최근 가장 주목받는 소재는 ‘니켈’이다. 금속 성분 중에서도 니켈의 비율이 올라갈수록 배터리 성능과 용량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에서 많이 사용되는 양극재는 ‘NCM(니켈·코발트·망간)’으로 3가지 금속을 섞어 만들어진다. 특히 배터리 기술에서 세계 둘째가라면 서러운 국내기업들이 NCM 양극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NCM 배터리 중 니켈 함량을 가능한 한 높게 만든 것을 ‘하이니켈 양극재 배터리’라고 부른다. 근래에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달성한 전기차는 대부분이 하이니켈 계열 배터리를 채택했다. 최근엔 NCM 배터리에 알루미늄(A)을 더한 NCMA 배터리도 개발되고 있는데, 이 경우 안전성이 크게 높아져 니켈 비율을 90% 이상으로 올릴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가 600㎞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연기관 자동차 중에서도 주행거리가 600㎞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이는 상당한 진전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니켈을 비롯한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의 소재들이 희소금속이기 때문에 수요 대비 수급이 어렵다는 것인데, 다행히 최근 폐배터리에서 이런 자원들을 회수하여 다시 사용하는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 3월 국내 1위 배터리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 자회사인 전기·전자폐기물(E-waste) 전문기업 ‘테스’와 함께 ‘유럽 지역 배터리 재활용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에코프로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연 18만t 수준으로 국내 1위다. 이번 협약으로 SK에코플랜트는 유럽 지역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에 나서는 한편,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 친환경 리사이클링 시장 형성 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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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위험 없는 ‘전고체’ 배터리 기대

하이니켈 양극재의 실용화로 전기차 운행 거리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 운행 거리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충전 속도’다. 충전 속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충전속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높일 수 있다. 단순히 충전 전압만 높이면 그에 비례해 배터리는 빠르게 충전된다. 문제는 이 경우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액은 액체 또는 점성이 있는 겔 상태로 되어있다. 때문에 배터리가 높은 전압으로 열이 발생하거나, 강한 충격을 받아 배터리 구역을 나누어 놓은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이 서로 섞이면서 강한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TV 뉴스 등에서 드물게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서 진화에 애를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수분 이내 초고속 충전이 불가능한 것은 화재 위험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비교

그러나 이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전고체 배터리’의 등장과 함께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란, 배터리의 모든 구성성분이 ‘고체’인 배터리를 뜻한다. 전해액마저 ‘*황화물’ 등의 고체 물질로 대체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화재의 위험이 원천적으로 제거된다. 화재 위험이 사라진다는 것은 대단한 이점으로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100% 가깝게 높여도 된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추위에 전해액이 얼지 않으니 겨울에도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황화물: 황과 이보다 양성인 원소의 화합물.

전고차 배터리의 실용화는 생각보다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사 ‘SK온’의 경우 하이니켈 양극재를 동시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2020년대 후반까지 실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주행거리는 1,000㎞에 가깝고, 충전속도도 수분 이내인 전기차 등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꿈꾸던 ‘궁극의 전기차’ 등장은 사실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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