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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줄이는 발칙한 상상 ‘리필도시’ 전략

생산∙소비 속도에 비해 뒤쳐지는 재활용 속도! 쓰레기를 처리할 필요가 없는 ‘리필 도시’, 과연 가능할까? 세계 리필의 날(6월 16일)을 기념해 <쓰레기책> 저자, 쓰레기센터 이동학 대표가 바라는 쓰레기 0% 도시 계획을 들어보았다.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

80억 명의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 우리는 그 간의 경제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했다. 삶을 보다 편리하게, 보다 윤택하게 해주는 상품들이 날마다 쏟아져 나왔고, 필요분을 채워주는 생산에서 점차 다양한 욕구로 필요 이상의 공급이 이루어졌다. 시장에서 마케팅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끝없이 진격해간다. 과잉생산·과잉소비는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속성이기도 하다.

생산과 소비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폐기물이 발생한다. 그 처리를 두고 매립, 소각, 재활용이라는 세 가지 방법이 활용되어 왔다. 문제는 생산과 소비도 빨라지고, 그러다 보니 폐기물 발생 속도를 처리 속도가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처리되어야 하지만 처리되지 못하는 양만큼 지구 어딘 가에는  누적되거나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판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갖가지 방법을 써 볼 수 있지만 처음부터 폐기물이 발생되지 않는 것과 줄일 방안을 고민해 본다면 우리는 그 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육지에는 쓰레기산, 바다에는 쓰레기섬 등이 만들어지는 비극을 막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름하여 ‘리필 도시’.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시도해 볼 수도 있고, 시도한 만큼 그 새로운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지구에서 펼쳐지는 리필 도시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와 같은 노력을 확장할 방안도 함께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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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2018년 영국 소도시 케인샴(Keynsham)에서는 다수의 환경운동가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산 후 과대 포장된 플라스틱 포장재와 비닐 등을 내용물과 분리해 매장에 버리고 사라졌다. 이른바 플라스틱 어택이었다. 플라스틱 어택 운동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고발하고 유통업체에 이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2018년 영국에서 시작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이보다 조금 앞선 2014년 환경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는 ‘오르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 OU’라는 이름의 마트가 생겼다. 영문으로 ‘originally unpacked’, ‘원래부터 포장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하고,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자기 장바구니와 포장 용기를 직접 가져오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인들이 많이 먹는 스파게티 면류부터 과자와 초콜릿, 쌀과 콩 등 곡물류, 과일 등 모두 포장재가 없이 자기 그릇에 담아 가는 리필 형태의 판매가 이루어진다. 포장비용이 들지 않았으니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2/3수준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혹시나 지나가다가 가게에 들어온 경우에도 상품을 사갈 수 있도록 재생종이 주머니에 담아 갈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도 이러한 가게들이 늘어가고 있다.

독일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오리기날 운페어팍트의 모습.
매장 안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매장 안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알맹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100여 개가 넘는 매장이 전국에 생겨났고, 제로 웨이스트 콘셉트를 가진 가게들까지 포함하면 200여 개가 넘는다. 이곳들에선 식음료뿐 아니라 세제, 화장품까지 무려 300여 종의 제품을 리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과 마트도 머지않은 미래에 리필 마트로 진화한다면 어떨까?

*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과대 포장 거부 운동,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하여, 물건을 구입하고 나서 과도하게 포장된 상품의 포장지를 버리고 오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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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 공유국으로의 진화?

인구 14억의 큰 나라 중국. 한 해 2억 5천만 톤에 달하는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 40년간 도시화 물결이 일면서 농촌의 사람들은 교육과 일자리를 위해 도시로 이동했다. 자그마치 4억 명가량이 이동했다. 중국의 도시화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나오게 된다. 농촌에 살 때보다 도시에 살 때 쓰레기는 두 배 이상 배출된다. 라이프스타일이나 소비패턴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의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많은 식당들이 설거지 인력을 따로 고용하지 않고 있다. 손님들이 먹고 간 뒤 빈 그릇을 쌓아 두면 세척 업체에서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살균·세척되어 깨끗한 모습으로 다시 식당으로 돌아온다. 식당들은 대부분 같은 그릇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영화관을 예로 들면 200여 명이 한 공간에 앉아 2시간 남짓 영화를 본다. 대부분 팝콘, 음료 잔을 하나씩 들고 들어간다. 그리고 버려진다. 단 두 시간 만에 200여 명이 팝콘 통 100여 개와 음료 잔 200개 정도의 엄청난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야구장에서 마시는 맥주컵이나 음료 컵도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또 한국만의 특징인 장례식장에서 식사 시 대부분 일회용 용기가 사용되고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재활용률 0%다. 다회용기 사용과 용기 세척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더는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는 경제모델을 만들 수 있다.

중국의 식당에서 사용되는 공유 그릇.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프라이부르크 컵.
 

이 같은 모델은 다르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약 25만여 명이 살고 있는 도시다. 커피컵을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으로 제작하여 커피 브랜드사를 가리지 않고 가맹점을 모았다. 이름하여 다회용 컵 동맹이다. 커피집 브랜드가 아닌 도시브랜드를 입힌 프라이부르크 컵은 매장 내에서나 테이크아웃을 할 때 기존의 커피값보다 1유로를 더 받는다. 반납을 할 때 1유로를 돌려받기 때문에 컵은 대체로 회수된다. 자칫 컵을 너무 예쁘게 만들면 소유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단순한 디자인만 넣어 회수에 신경을 썼다. 여기에 꼭 사 먹은 카페가 아니어도 자신에게서 가까운 가맹점 어디에나 반납할 수 있도록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켰다. 1유로의 가치가 있는 컵이기 때문에 당연히 길거리에 일회용 컵 버리듯 버려지지 않는다. 혹시라도 버려진다면 이는 줍는 사람이 곧바로 1유로를 벌 수 있다는 말이므로 애초에 컵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모델이다. 우리나라에도 대한민국 컵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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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용기를 물려주는 시대

세제를 다 사용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버릴 때마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슈가에코’라는 기업은 세제를 만드는 전문 기업으로, 대형 마트와 연계하여 세제 리필 자판기를 선보였다. 마트에 설치된 리필 자판기에 재사용 용기를 대고 간단히 버튼만 누르면 리필 세제가 자동으로 채워진다. 마치 거리의 커피자판기 같다. 플라스틱 통은 재생원료를 60%를 혼합한 재활용품이기도 하다. 이 세탁세제 자판기가 마트뿐 아니라 동네마다 생기면 어떨까? 또 다양한 용도로 내용물만 바꾸어 주면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용도의 세제를 구입할 수도 있고, 손쉽게 친환경 생활을 실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마트에 설치된 슈가버블 자판기. 세탁세제를 리필하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지구를 지킨다. 60% 재생원료가 투입된 세제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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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분수가 그대로 리필워터 시스템

낭만이 가득한 스위스 취리히 여행에서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도심 곳곳의 분수대. 각각의 디자인이 너무 매력적이기도 한데 더욱 놀라운 것은 분수대 물의 수원지가 알프스일 뿐 아니라 마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따로 물을 사 먹지 않는다. 분수대에서 자연스레 손을 씻거나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물을 담아 마시면 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생수 회사들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을 만들어 파는 것인지, 1회 음용수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어 파는 회사인지 헷갈린다. 텀블러나 혹은 재사용 용기만 가지고 다닌다면, 자연산 리필워터 시스템에서 자유롭게 음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물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이나 맑은 물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경우 워터카페를 도시 곳곳에 설치하여, 리필워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텀블러나 재사용 소재로 만든 용기를 연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의 다양한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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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부는 리필 바람

영국엔 ‘Unpackaged’(포장되지 않은)라는 회사가 있다. 재사용 및 리필 컨설팅을 진행하는 곳이다.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포장재를 적게 사용하거나 원천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방안, 다회용·재사용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연구한다. 이들은 유통·판매기업들과 연계하여 시도한 실험에서 98%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감소시켰고, 이는 개수로는 13만 개, 무게로는 1.5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세계적으로 리필 캠페인을 활성화하는 곳도 있다. 시티투씨(City to Sea Campaign) 캠페인인데, 물을 리필할 수 있는 정수기 장소를 알려주거나, 매장에 텀블러가 허용되는 카페의 정보를 오픈한다. 참여자형 커뮤니티로 해당 정보를 등록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일회용 사용에 대한 문제 인식을 넓히고, 지역사회에서의 직접적인 변화와 리필이 가능한 장소를 공개하여 개인과 기업의 행동을 유도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쓰레기를 발생시킨 뒤에 그 처리를 어떻게 할지는 두 번째 문제다.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처음부터 발생시키지 않을 대안을 찾는 것이다. 소비를 줄이자, 생산을 줄이자는 막연한 구호보다 우리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하면서도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을 시스템을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 재사용 경제, 다회용 경제로의 전환이 그 첫걸음이라 하겠다.

이동학 대표는 2년 반 동안의 지구 유랑을 통해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를 전 지구적으로 탐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생산·소비된 쓰레기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자연으로 마구 버려지는 모습을 보며 심각성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한 <쓰레기책>을 쓴 저자이자 지구·해양 쓰레기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쓰레기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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