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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달라진 것! 유통기한 가고 ‘소비기한’ 온다!

유통기한이 다 된 음식을 내 뱃속으로 처리(?)하기 위해 ‘냉장고 파먹기’를 하는 것도 이제는 옛말. 앞으로는 괜찮아, 유통기한 말고 소비기한이 생겼으니까.

냉장고 앞에 비장한 각오로 선 사람들. 이들은 부쩍 늘어난 식비를 줄이고, 새해에는 미니멀리스트로 거듭나고자 ‘냉장고 파먹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로 가득하다. 어떡할까? 내키지 않는 맘을 달래가며 그대로 먹을지, 매몰차게 쓰레기통에 넣어 버릴지 고민에 빠진다. 아마 이중 대다수는 사놓고 까먹은 자신을 탓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릴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94.4%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폐기한 적이 있을 만큼, 유통기한은 식품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2020, 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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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도 그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유통기한도 처음부터 이렇게 신뢰를 받았던 건 아니다. 1985년 유통기한 표기 의무화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식품류의 대부분이 제조일자와 몇 개월 안에 먹으라고 표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당시 소비자들은 제조일자만으로 대충 그 신선도를 가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에도 유통기한 표기 의무화 도입 당시, 다수의 식품업계는 유통기한 반대 광고를 낼 만큼 유통기한의 도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미 생산된 막대한 재고와 그 처리 비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제도는 정착했고, 40년에 다다른 현재 유통기한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적 기준이 되었다. 

2023년부터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된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런데, 올해부터 유통기한이 사라진다. 그리고 유통기한의 자리는 ‘소비기한’이 대신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업계의 준비 및 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2023년 1년 동안의 계도 기간을 뒀지만, 시작부터 관련 업계와 소비자 사이들 사이에서는 불안과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낙농업계에서는 불완전한 냉장 관리에 따라 신선식품의 변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변수에 대한 반영 없이 소비기한을 도입할 경우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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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식품규격에서 먼저 사라진, 유통기한

음식물의 품질을 확인하는 것은 건강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식품 관련 표기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와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함께 운영하는 *코덱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Codex Alimentarius Commission)에서는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품에 관한 기준과 규격 등을 정한 ‘코덱스 국제식품규격(Codex Alimentarius)’을 관리하고 있다.

*코덱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Codex Alimentarius Commission):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식품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 정부간 협의기구이다.

코덱스 국제식품규격.

이전에는 유통기한(sell by date)도 이 코덱스 국제식품규격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2018년 삭제됐다.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 및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 유통기한이 소비자에게 ‘폐기’의 시점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실제로 유통기한이 폐기 시점과 거의 동일시 되던 시대도 있었다. 유통기한이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식품 가공 기술이나 보관 기술이 지금에 미치지 못했고, 유통기한이 다될 즈음이면 식품이 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성능 좋은 냉장고를 갖추고 있고, 식품을 안전하고 오래 유지시키는 가공 기술도 발전했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의 흐름처럼, 식품에 대한 표기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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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폐기도 줄이고, 환경도 살리는 기특한 ‘소비기한’

소비기한 ON,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런 배경 속에 유통기한의 대안으로 떠오른 기준이 바로 ‘소비기한’이다. 소비기한은 판매와 유통에 초점을 맞춘 유통기한과 달리,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기간에 초점을 맞춘 표시다. 보관 방법에 맞게 식품을 보관했을 시, 식품을 먹어도 건강상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소비자가 실제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다. 소비기한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지킬 경우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최장기간의 80~90%로 설정한다. 이는 같은 기간의 60∼70%로 설정하는 유통기한보다 길다. 즉, 소비기한 적용 시 식품을 보관하고, 먹을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기한 표시제의 시행을 위해 과자, 햄, 주스 등 23개 유형을 실험한 결과를 보면,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평균 43% 정도 기한이 길었다.

식품별(생면, 두부, 햄, 과자) 소비기한.

이처럼 소비기한을 적용하면 가정에서는 연간 1.5%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음식물 쓰레기 즉, 약 82,672.5 톤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로 얻는 편익은 8,860억 원이나 된다. 산업체 역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260억 원의 편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를 10년 동안 유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편익은 소비자는 7조 3,000억 원, 산업체는 2,200억 원에 달한다(2021, 식품안전정보원). 제도를 바꿔서 생기는 혼란을 걱정해 소비기한을 모른 척하기엔 환경적, 경제적 이익이 적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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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중심에 선 우리, 소비기한을 받아들일 결심이 필요해

익숙한 걸 바꾸기란 늘 귀찮고 낯설기 마련이다. 지금은 절대적 기준처럼 여겨지는 유통기한도 불편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 뒤에야 제도로 정착됐고, 갑자기가 아니라 서서히 일상에 스며들었다.

소비기한도 마찬가지다. 앞서 살펴보았듯 소비기한을 잘 지키면 작지 않은 규모로 경제와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런 이익은 각 가정에 똑같이 적용된다. 계도 기간인 올 한 해 동안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제도로 보인다. 소비기한과 연관된 개인과 기업들이 나서 제도를 꼼꼼히 점검해 나갈 때, 제도의 취지는 살리고, 문제점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니, 식품 위에 새로이 박힐 소비기한을 조금은 반갑게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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