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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전설의 21세기 실화판! 수몰 위기에 빠진 자카르타

대서양에 잠들어 있다는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 21세기인 현재, 이 전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곳이 있다. 인구 천만에 달하는 대도시이자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바로 그 주인공. 바다에 잠길 위기에 처한 자카르타의 사연을 함께 살펴보자.

2022년 1월, 인도네시아 의회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1,200km 떨어진 보르네오섬 내륙 지역으로 옮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새 수도의 이름은 ‘누산타라(Nusantara)’. 인도네시아의 공용어인 자바어로 ‘섬’을 의미하는 누사(Nusa)와 ‘사이’, ‘주변’을 의미하는 안타라(Antara)를 합성해 여러 섬이 모인 ‘군도’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1만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무릇 수도 이전에는 다양한 사회층의 반발과 천문학적인 예산 등을 이유로 많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뜻은 확고하다.

실제로 그는 새로운 수도 부지인 열대 숲에서 1박 2일간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가 하면, 인도네시아 전체 34개 주지사들과 각 지역에서 길러온 흙과 물을 함께 뿌리는 기원 의식까지 치렀다. 그러면서 35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새로운 수도를 전기차와 드론 택시가 다니는 친환경 도시로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 더해 2036년 하계 올림픽을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에서 개최하고, 2045년까지 수도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니, 신수도 이름은 ‘많은 섬’이라는 의미를 가진 ‘누산타라’ (출처: 옵스잇슈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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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가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인구 천만에 달하는 수도를 이처럼 서둘러 이전하는 이유는 자카르타가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자카르타는 몰디브, 투발루와 같은 저지대 섬나라 못지않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도시다. 지난 10년간 북부 자카르타는 약 2.5m가 가라앉았으며, 자카르타의 일부 지역은 매년 25cm씩 물속으로 잠기고 있는 상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가 붙는 기후 위기의 가속화 속에서 2050년이면 자카르타 전체 면적의 95%는 지도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것이다.(2018, BBC 보도) 이미 자카르타 해안가의 자랑이었던 아름다운 섬들은 물속에 하나 둘 잠기기 시작했고 해안가로 밀려든 바닷물은 마을과 집, 도로를 흔적도 없이 집어삼키고 있다.

바다가 삼키고 있는 나라, 수도 40%가 해수면 아래로 (출처: MBCNEWS 유튜브 채널)

자카르타가 이토록 심각한 수몰 위기에 처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애초부터 수도의 위치가 삼각주의 범람원에 놓여 있어 근본적으로 홍수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기도 하고, 40%밖에 되지 않는 상수도 보급률 탓에 주민의 대다수가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끌어다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여기 더해, 지구의 자전운동과 높은 기온에 의한 물의 부피 팽창이 적도 부근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점도 해수면 상승을 부추겼다. 전체 국토 면적의 7%에 불과한 자바섬에 인구(2억 7,500만 명)의 60%가 모여 사는 인도네시아. 그 중 자카르타를 포함한 수도권에만 3,000만 명이 밀집해 살아가는 이곳에서 고갈된 지하수로 땅이 주저앉고 가라앉은 땅에 바닷물이 들이닥치는 건 이미 예견된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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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라앉는 도시, 자카르타를 구하라!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이전 계획을 천명하기에 앞서 2014년부터 바다에 본격 조성하려 했던 거대 방조제도 뒤늦게 조명되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가 바다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자카르타 북부 해안에 높이 75m(건물 25층 높이), 폭 13m, 길이 총 32km 의 거대 구조물을 병풍처럼 두르기로 했던 것. 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책 사업인 ‘자이언트 씨 월(Giant See Wall)’은 인도네시아의 국조(國鳥)인 ‘가루다(Garuda: 상상 속의 새)’가 날개를 활짝 편 모양을 본떴는데, 기후 변화에서 비롯된 각종 재난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달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자이언트 씨 월 조감도. 자카르타를 수몰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하늘에서 바라본 구조물이 마치 새와 비슷하다. (출처: INDONESIA INVESTMENTS)

인도네시아는 한 해 정부 예산의 20% 가까이 되는 거액을 쏟아부으면서까지 이 방조제 건설에 사활을 걸었다. 수해 때마다 시내가 수영장으로 변해 도심 기능이 마비되는 등 수도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으려던 거대한 바다 방벽도 자카르타를 지키는 데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이 계획은 2018년 이후로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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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수도, 누산타라의 이면

인도네시아가 새롭게 조성할 계획인 신수도, ‘누산타라’는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에 있는 열대우림에 위치해 있으며, 서울 크기의 무려 4배 면적(약 2,560㎢)을 자랑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이곳이 오랑우탄, 말레이곰, 코주부원숭이 등의 야생 동물 서식지라는 점이다. 다양한 생물종이 보존돼 있고 아마존과 더불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 우림인 이곳이 난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 친환경 수도를 천명한 누산타라는 이렇게 첫 삽부터 환경 파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가 위치할 칼리만탄은 오랑우탄과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해발 고도 1미터 이내의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1억 5천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저지대에는 중국의 상하이와 일본의 도쿄, 영국의 런던, 대한민국의 부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자카르타의 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예견된 내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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