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에 세금이 붙으면 한국이 위태로워진다?
2023년 시범 운영을 앞둔 탄소국경제도를 두고 기업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자재 구입 비용의 폭등을 예견한 한국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혹시 다른 나라에서 컴퓨터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는가. 컴퓨터는 애초에 개발부터 널리 쓰이기까지 미국의 공이 크므로, 영어 표기를 그대로 살려 ‘컴퓨터’라고 부르는 나라가 많다. 이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프랑스는 컴퓨터를 ‘오르디나퇴르(ordinateur)’라고 부른다. 컴퓨터를 처음 프랑스에 들여올 때, 영어 단어를 대체하고자 라틴어에 뿌리를 둔 프랑스 단어를 새로 만들어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는 프랑스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발전하겠다는 의지와 자부심이 깃들어 있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에 관한 비슷한 방침은 프랑스 산업과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컴퓨터를 프랑스에 판매한다고 하면, 미국은 컴퓨터를 오르디나퇴르(ordinateur)라고 바꾸어 표시하는 수고로움과 돈이 든다. 또한, 프랑스 문화와 제도에 맞게 설명서를 새로 만들고, 소프트웨어의 표현을 고쳐야 한다. 그럴수록 미국의 컴퓨터 값은 비싸진다. 결국, 프랑스 컴퓨터 회사는 미국과 비교 했을 때,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미국 컴퓨터 회사가 프랑스의 언어와 문화에 맞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 프랑스에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경제 발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여러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 교류가 많은 선진국일수록 발달해 있다. 다른 나라가 그냥 무작정 선진국의 제도를 똑같이 따라하기만 한다고 선진국처럼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제도에 감명 받은 한국 정부가 한국에서도 컴퓨터를 오르디나퇴르(ordinateur)라고 강제해 봐야 한국 산업에 도움이 될 리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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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조정제도의 공정함에 숨은 빈틈
한편, 이산화탄소 감축과 기후변화에 관련해서 선진국과 강대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도 오르디나퇴르(ordinateur)와 비슷한 점이 많다.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제도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자기 나라의 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 자국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혹은 그 관세.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내세우는 취지는 다음과 같다.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와 제도를 만들어 두었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 격차를 무엇인가로 매워야 공평해진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용광로에 불을 지피는데, 많은 석탄을 태우는 만큼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은 기업들에게 이산화탄소를 도로 빨아들이는 기술을 개발하라고 하거나 배출한 만큼 돈을 내라고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 기업들은 선진국의 개입이 없는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짓고 책임을 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선진국은 이런 허점이 탄소중립의 목적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개발도상국에 탄소 배출 규제가 없어서 이익을 보는 차이만큼 선진국으로 제품이 들어올 때는 돈을 추가로 내는 등의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공정해진다는 것이 이번 탄소국경조정의 핵심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추진하는 유럽은 제도의 도입을 통해 얻는 이로움이 많다. 지난 세월 동안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산업을 발전시켰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에 유리한 제도들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 패션 산업만 보아도 브랜드의 본사는 모두 유럽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옷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주로 아시아에 있다. 유럽은 지식과 브랜드 가치로 돈을 벌지만, 아시아는 기계를 돌려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번다. 이 상황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면 공장을 돌리기 위해 많은 전기와 연료를 사용하는 아시아 회사들이 유럽에 돈을 추가로 내는 일만 발생할 뿐이다. 실제로 유럽에선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창기 탄소국경조정 대상의 업종을 철강, 시멘트, 유기화학물질, 플라스틱 등으로 논의하였다. 해당 산업은 모두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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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럽의 제도를 그대로 따르면 발생하는 파장!
유럽은 당장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운영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그렇다면, 당장 나라 사이에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제도, 규제, 부담의 차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를 어떻게 따질지, 그 기준과 방법을 정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기업들이 유럽의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얼마만큼의 돈이 들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돈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돈을 얻게 된 선진국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환경 전문가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면, 또 다시 복잡하고 어려운 환경에 관한 제도를 미래에 더 많이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이런 형국에서 우리나라가 자칫 유럽의 제도를 그대로 본 따 시행하게 된다면 어찌 될까. 최악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도 못하고, 국내 원자재 구입 비용 상승을 부추겨 경제의 악영향만 미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우리 산업과 경제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단계 높은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이산화탄소 감축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을 이유도 없이 반대할 명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 산업계가 적응해 나갈 방법을 찾으려면 정부가 산업계를 지원하고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보다 정교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고 단속하는 데 집중한 과거의 환경 정책과는 다른 방향이다. 정부와 당국의 태도가 ‘다스리는 정부’에서 ‘도와주는 정부’로 어떻게 바뀌는가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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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에 세금이 붙으면 한국이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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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프랑스어에 관한 비슷한 방침은 프랑스 산업과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컴퓨터를 프랑스에 판매한다고 하면, 미국은 컴퓨터를 오르디나퇴르(ordinateur)라고 바꾸어 표시하는 수고로움과 돈이 든다. 또한, 프랑스 문화와 제도에 맞게 설명서를 새로 만들고, 소프트웨어의 표현을 고쳐야 한다. 그럴수록 미국의 컴퓨터 값은 비싸진다. 결국, 프랑스 컴퓨터 회사는 미국과 비교 했을 때,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미국 컴퓨터 회사가 프랑스의 언어와 문화에 맞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 프랑스에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경제 발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여러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 교류가 많은 선진국일수록 발달해 있다. 다른 나라가 그냥 무작정 선진국의 제도를 똑같이 따라하기만 한다고 선진국처럼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제도에 감명 받은 한국 정부가 한국에서도 컴퓨터를 오르디나퇴르(ordinateur)라고 강제해 봐야 한국 산업에 도움이 될 리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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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조정제도의 공정함에 숨은 빈틈
한편, 이산화탄소 감축과 기후변화에 관련해서 선진국과 강대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도 오르디나퇴르(ordinateur)와 비슷한 점이 많다.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제도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자기 나라의 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 자국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혹은 그 관세.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내세우는 취지는 다음과 같다.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와 제도를 만들어 두었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 격차를 무엇인가로 매워야 공평해진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용광로에 불을 지피는데, 많은 석탄을 태우는 만큼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은 기업들에게 이산화탄소를 도로 빨아들이는 기술을 개발하라고 하거나 배출한 만큼 돈을 내라고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 기업들은 선진국의 개입이 없는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짓고 책임을 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선진국은 이런 허점이 탄소중립의 목적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개발도상국에 탄소 배출 규제가 없어서 이익을 보는 차이만큼 선진국으로 제품이 들어올 때는 돈을 추가로 내는 등의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공정해진다는 것이 이번 탄소국경조정의 핵심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추진하는 유럽은 제도의 도입을 통해 얻는 이로움이 많다. 지난 세월 동안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산업을 발전시켰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에 유리한 제도들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 패션 산업만 보아도 브랜드의 본사는 모두 유럽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옷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주로 아시아에 있다. 유럽은 지식과 브랜드 가치로 돈을 벌지만, 아시아는 기계를 돌려 제품을 만들어 돈을 번다. 이 상황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면 공장을 돌리기 위해 많은 전기와 연료를 사용하는 아시아 회사들이 유럽에 돈을 추가로 내는 일만 발생할 뿐이다. 실제로 유럽에선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창기 탄소국경조정 대상의 업종을 철강, 시멘트, 유기화학물질, 플라스틱 등으로 논의하였다. 해당 산업은 모두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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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럽의 제도를 그대로 따르면 발생하는 파장!
유럽은 당장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운영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그렇다면, 당장 나라 사이에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제도, 규제, 부담의 차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를 어떻게 따질지, 그 기준과 방법을 정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기업들이 유럽의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얼마만큼의 돈이 들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돈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돈을 얻게 된 선진국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환경 전문가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면, 또 다시 복잡하고 어려운 환경에 관한 제도를 미래에 더 많이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이런 형국에서 우리나라가 자칫 유럽의 제도를 그대로 본 따 시행하게 된다면 어찌 될까. 최악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도 못하고, 국내 원자재 구입 비용 상승을 부추겨 경제의 악영향만 미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우리 산업과 경제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단계 높은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이산화탄소 감축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을 이유도 없이 반대할 명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 산업계가 적응해 나갈 방법을 찾으려면 정부가 산업계를 지원하고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보다 정교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고 단속하는 데 집중한 과거의 환경 정책과는 다른 방향이다. 정부와 당국의 태도가 ‘다스리는 정부’에서 ‘도와주는 정부’로 어떻게 바뀌는가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