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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렸다 하면 홍수?! 뜨거워진 지구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로 시작된 재앙, 폭우와 폭염으로 고통 받는 전세계를 살펴보자.

<투모로우>, <지오스톰>, <2012>, <설국열차> 등 우리는 그동안 기후 재난을 영화 콘텐츠로 소비해왔다. 주인공들이 황폐화된 지구에서 물에, 불에, 때로는 눈에 휩쓸려 고통 받는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일 뿐. 영화가 끝나면 잠시나마 느꼈던 경각심은 사라지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022년 8월 8일 저녁, 중부지방에 강력한 집중호우가 내리며 우리의 삶은 갑자기 재난 영화의 한복판으로 내몰렸다. 115년 만의 폭우였다는 이번 집중호우는 시민들이 늘 오가던 거리와 집을 집어삼켰고, 우리는 자연의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8월 8일 중부지방을 덮친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출처: JTBC News 유튜브 채널)

우리나라는 원래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로, 자연적으로 기후 변동이 크기 때문에 이상기후에 대한 체감이 느린 편이다. 연교차가 매우 커 매년 폭염과 한파를 겪는 데다 장마부터 태풍, 폭설까지 날씨로 인한 재해에 경험이 많아 이에 대한 회복 탄력성도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겪은 중부지방 집중 호우처럼 한반도에도 감당하기 힘든 이상기후 현상이 늘면서 시민들의 기후 위기 체감은 그 속도를 올렸다. 한국리서치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기후 문제가 ‘위기상황’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88.6%, 그 원인을 ‘인간 활동의 영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6.7%에 달했다. 이제 사람들이 폭우나 폭염을 자연의 현상이 아닌 인간의 잘못으로 초래한 위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보는 기후 재난이 쏟아지는 지구

한국의 여름은 6월 하순에서 7월 사이 30일 정도 장마가 지속된 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의 경우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6월 하순부터 열대야와 폭염이 기승을 부렸고, 태풍급 강풍이 자주 관찰되었다. 또한 장마 기간이 지났는데도 국지성 호우가 잦았다. 사람들은 비 예보가 없어도 언제 비가 내릴지 몰라 우산을 챙기는 날이 빈번했다.

 

일례로 8월 8일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381.5mm였다(기상청). 이는 기후 관측 사상 최대치로, 호우 경보 강수량 기준이 3시간에 90mm 혹은 12시간에 180mm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호우가 기록한 시간당 141.5mm, 9일까지 이틀 사이 500mm(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관측지점 기준)가 넘는 비가 내린 이번 폭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유럽・중국 대가뭄이 파키스탄 살인 폭우로 (출처: MBC NEWS 유튜브 채널)

이전엔 듣도 보도 못한 기후 재난이 닥친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올해 유럽은 연일 40도 안팎의 폭염을 겪으며 강바닥을 드러냈고, 7월 기준 온열질환 사망자가 1,700명을 넘겼다(포르투갈 보건국(DGS), 카를로스 3세 보건 연구소). 게다가 고온건조한 날씨에 여기저기서 산불이 발생해 피해가 더 커졌다. 반대로 파키스탄은 지난 6월 중순부터 내린 몬순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1,5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국,  9월 18일 발표).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는 근본적 원인, “Hell is comig”

지구온난화가 예견하는 미래와 동일선상을 향해 가는 전세계. (출처: IPCC, 2022)

태풍, 호우, 홍수, 폭염 등의 자연 재해들이 이처럼 모습을 달리하고 휘몰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상황은 왜 점점 더 자주 닥쳐오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하루가 다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온도에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IPCC(국제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발표된 ‘제6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SG2) 보고서’를 살펴보면, *SSP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달라지는 지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충격적이게도 현 지구의 모습과 매우 유사했다. 때아닌 폭염으로 메말랐던 유럽은 물이 사라지는 갈색으로, 홍수로 큰 피해를 받은 우리나라와 파키스탄은 물이 몰리는 파란색으로 그려졌다. 단순한 우연이라기엔 지구온난화가 만들어낸 그림에서 벗어나지 않는 우리들이다.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 공통사회 경제 경로. 온실가스 감축 여부에 따른 미래 사회상을 가정한 ‘기후변화 예측 모델’이다. 숫자가 낮을수록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된 지속가능한 성장을, 숫자가 높을수록 화석연료 사용이 높은 무분별한 개발을 가정된 것이며, SSP1-2.6, SSP2-4.5, SSP3-7.0, SSP5-8.5의 4개 표준 경로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번 유럽의 폭염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권에 따른 열돔(Heat Wave) 현상이었다. 시기와 강도, 지속성 등을 고려해 볼 때, 포르투갈 서부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광범위한 열돔(Heat Wave) 고기압으로 형성되어 유럽에 뜨거운 공기를 유입하는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녹아내린 빙하는 지난 6월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파키스탄 홍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4~5월부터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남아시아 국가들에는 40도 이상의 기록적인 고온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 때 육지와 대기가 가열되고, 바다에서 증발된 수증기와 녹아내린 빙하의 물이 연쇄적, 복합적으로 작용해 큰 홍수로 이어졌다.

 

IPCC는 ‘1.5℃의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of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기온이 1℃가량 상승했고,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030~2052년 사이 1.5℃까지 지구 온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1.5℃를 초과해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면 최근의 폭우, 폭염처럼 재난과도 같은 이상 현상들이 일상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기후 위기 해결, 이제는 우리 모두의 일

기상청이 예측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한반도 기후 변화 전망 (출처: 기상청,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실제로 지난 8월과도 같은 물폭탄은 앞으로 더 자주, 점점 더 크게 떨어질 예정이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강수량이 현재(1995~2014년)보다 5~10%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1일 최대 강수량이 2000~2019년 기준 113~182.4mm에서 2021~2040년 131.4~239.2mm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기상청,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이상 기후를 단순히 꿀꿀한 날씨로 표현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지구가 원하는 것들을 내줄 때가 됐다. 지구가 분노하기 이전의 화창했던 세상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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