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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물질로 뒤덮인 8,000억 원짜리 위선과 거짓을 파헤치다! <다크 워터스>

인류의 안전이 걸린 이 싸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수십 년간 독성 물질 배출을 은폐한 미국의 거대 기업과 20년간 이 진실을 파헤쳐 온 변호사. 인류의 안전이 걸린 이 싸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생활용품 패키지 라벨에서 길고 긴 이름의 화학 물질을 발견했을 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떤 원료를 합성했는지,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서 ‘이걸 계속 써도 되나?’ 생각하게 만드는 화학 물질들. 영화 <다크 워터스>는 인체에 축적되는 독성 화학 물질 PFOA(Perfluorooctanoic Acid)의 유해성을 추적하고 거대 기업의 은폐 사실을 끈질기게 밝혀나가는 영화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화학 기업을 상대로 한 20년간의 소송

<다크 워터스> 공식 예고편 (출처: 영화 배급사 이수 C&E 공식 유튜브 채널)

대기업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은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한 농장주로부터 소송 의뢰를 받는다. 그는 농장 근처에 화학 대기업 듀폰(DuPont)사의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 이후로 젖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며 동물 폐사와 환경 파괴 증거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롭에게 전한다.

 

롭은 듀폰이 몇십 년 전부터 인근 농장과 식수원에 테플론(TEFLON) 혹은 C8으로 불리는 독성 물질 PFOA를 폐기해왔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이 물질이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끔찍한 사실까지 알게 된다. 해당 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직원들은 병에 걸렸거나 급사했는데, 듀폰은 이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면서도 방치하고 은폐해왔다.

 

자신의 커리어와 가족들의 안위를 걸고 세계에서 가장 큰 화학 기업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건 롭. 지역 내 듀폰에서 일하는 주민들의 반대와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20년간 진실을 파헤친다.

PFOA, C8, 테플론? 그게 정확히 어떤 물질인데?

영화 <다크 워터스> 포스터(출처: 이수 C&E)

<다크 워터스>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1998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듀폰 테플론 소송 사건’을 다뤘다. ‘테플론’은 듀폰 연구소에서 최초로 만들어낸 화학 물질 PFOA의 별칭으로, 탄소 원자 8개가 엮여 있어 ‘C8’이라는 대중적 이름으로도 불린다. 입자가 매우 단단하고 분해되기 어려운 화합물이라서 제2차 세계대전 때 탱크에 방수 처리용으로 사용했는데, 이후 듀폰은 프라이팬부터 장난감, 의류, 콘택트렌즈, 종이컵 등 온갖 제품의 코팅에 이 물질을 적용했다.

롭은 농장에서 마지막 남은 젖소가 죽는 모습을 본 후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고민 끝에 소송을 맡게 된다. (출처: 이수 C&E)

“만약 사람이 C8을 마시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는 롭의 말에 한 자문 과학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마신다고요? 그건 마치 타이어를 삼키면 어떻게 되냐고 묻는 셈이죠!”

 

PFOA는 인체에 한 번 들어오면 배출되지 않는 잔류성 유기화합물로, 전문가들은 PFOA가 인체에 다량 축적되면 간암과 태아 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PFOA가 기형을 유발하고 간 독성을 나타내며 성적인 발달을 지연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듀폰사는 PFOA가 당시 미국 법으로 유해성 물질에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대기와 토양, 식수에 이를 유출했다.

듀폰사는 수천 상자의 서류를 보내 소송을 포기하게 만들지만, 롭은 수개월간 자료 분석에 매달리며 PFOA의 유해성을 파헤친다. (출처: 이수 C&E)

혈액 검사만 7년, 듀폰 테플론 소송 사건의 승리자는?

철저한 자료 분석으로 증거물을 취합한 롭은 환경보호국에 듀폰사의 만행을 고발한다. 듀폰사는 대형 수영장에 PFOA를 한 방울 정도 떨어트린 10억 분의 1의 농도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지만, 듀폰이 PFOA를 유출한 웨스트 버지니아의 식수원인 오하이오 강물을 검사한 결과 이를 6~7배 넘는 농도가 검출된다. 이에 듀폰사가 기존 주장을 번복해 10억분의 150까지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하자, 환경보호국은 웨스트 버지니아 주민들의 혈액 검사를 통해 이를 입증할 것을 명령한다.

 

듀폰사의 직원, 혹은 직원 가족이 대부분인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혈액 샘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롭은 결국 최소 검체 수량인 6만 9,000여 건을 채우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전염병학 데이터였기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만 7년의 시간이 걸린다.

정부 인사들의 거짓 증언과 듀폰사의 방해 공작에도 굴하지 않은 롭은 20년 만에 8,000억 원짜리 거짓말을 밝혀낸다. (출처: 이수 C&E)

집단 소송에 가담한 모든 사람이 지쳐갈 때쯤, 롭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C8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신장암, 고환암, 갑상샘 질환, 궤양성 대장염 등 6가지 중증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이 검사 결과로 듀폰사는 사건이 수면에 떠 오른 지 20년 만에 약 8,000억 원의 배상금을 보상하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실제 변호사 롭 빌럿은 2022년 현재까지도 듀폰 테플론 소송 사건을 진행 중이며, 3,500여 명의 웨스트 버지니아 주민들이 발병과 관련한 집단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혈액 검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던 듀폰사는 계속되는 소송에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편리함에 속아 진실을 외면하지 말 것

미국 환경보호국은 듀폰사에 2015년까지 PFOA 사용을 금지했고, 이후 듀폰사는 더 이상 PFOA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PFOA는 산업적 이점이 많아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동안 몰랐던 ‘코팅 프라이팬’의 위험성 (출처: KBS 공식 유튜브 채널)

우리나라는 식품이나 조리도구에 대해 과불화화합물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지 않다. 단, 2014년 식약처에서 과불화화합물 인체 노출 안전 기준인 1일 섭취 한계량(ADI, Acceptable Daily Intake)을 설정했는데, 국내에 유통되는 코팅 주방 기구에서 PFOA 검출 수준은 불검출~1.6ppb(평균 0.034ppb)로 안전성 평가 기준 대비 0.003%에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간 대기와 토양, 강물에 유출됐고, 널리 쓰이는 조리도구에 사용되는 만큼 우리 몸에도 PFOA가 쌓여 있다. 영화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PFOA는 사실상 지구의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혈액에 남아 있다’고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PFOA는 완벽한 방수를 위해, 눌어붙지 않는 조리도구를 생산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독성 화학 물질이다. 이윤을 챙기느라, 편리함에 익숙해져 진실을 직시하지 못한 기업과 소비자들. 듀폰 테플론 소송 사건과 같은 사례를 다시 남기지 않으려면, 윤택하고 편리한 삶보다 오래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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