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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주를 위해 태어난 수만 톤의 쓰레기! 선거 폐기물

미래를 약속하는 ‘선거’, 과거에 머물러 있는 ‘선거운동’? 밝은 미래를 위한다면, 선거 운동도 친환경적으로 진화해야 할 때다.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이번 선거로 지역사회의 향후 4년간 미래가 결정된다. 하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매번 치르는 선거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선거 후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 때문. 시대에 따라 공약의 내용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선거 운동만큼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환경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조차 선거 운동 후 현수막을 비롯한 수많은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는 실정. 선거 운동이 낳는 환경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자.

선거가 끝나면 그 많던 현수막은 어디로 갈까?

“안녕하세요! 기호 N번 OOO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곳곳에 걸린 현수막, 여기저기서 나눠주는 홍보물, 어디선가 들려오는 선거 유세 소리는 선거철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후보들의 홍보가 치열하다. 선거 유세는 선거운동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까지 할 수 있는데, 이번 지방 선거는 5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13일간 가능하다. 제한된 시간 내 최대한의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 가능한 수단은 모두 동원하는 것이 필수다.

 

메타버스, 증강 현실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모니터와 액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익숙한 요즘에도 선거 유세만큼은 전통적인 방법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홍보 수단에 단골로 사용되는 현수막, 벽보, 공보물 등이 바로 그 증거. 특히 선거 현수막은 비용 대비 확실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홍보 수단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일 실시)에 사용된 선거 용품의 규모(자료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20대 대선 기간 중 사용된 선거 현수막은 총 10만 5,090장으로 추산되는데(녹색연합∙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를 한 줄로 나열하면 서울과 부산을 서너 번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여기에다 3억 9,947만 부의 선거공보물, 118만 8,376매에 달하는 벽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 지난 대통령 선거 홍보물을 만드는 데에만 7,300여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녹색연합∙기후변화행동연구소)됐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선거 홍보물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거용 폐현수막 재활용 절차(자료 출처: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그렇다면 이 많은 홍보물들은 선거가 끝난 후 어떻게 되는 걸까. 선거용 현수막은 설치한 자가 선거일 이후 지체없이 철거해야 하는데, 이 현수막들 10개 중 8개는 고스란히 소각장으로 향한다. 2020년 4·15 총선 때 발생한 폐현수막은 3만 5,100개. 이중 재활용된 것은 23.4%뿐(환경부)이었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현수막은 썩지도 않는 데다 태워서 처리할 경우 유해 물질을 뿜어낸다. 이처럼 탄소중립을 외치는 이 시대에도 선거 운동은 여전히 친환경과 거리가 먼 상황인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선거 폐기물 상황은?

선거 홍보물에 대한 규제가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는 선거 운동 방식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국가별로 다양한 방식의 선거 문화가 발달했다. 유럽의 경우 거리 홍보수단으로 현수막 대신 선거 부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의 경우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부스에서 볼펜이나 사탕 등의 홍보물을 나눠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은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선거운동 문화가 발달했다.

미국은 후보가 현수막이나 벽보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것보다 유권자들이 다양한 조직과 단체를 통해 후보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표명하는 문화가 발달했다. 자동차에 후보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자신의 집 앞 마당에 푯말을 꽂아 지지하는 후보를 홍보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선거 운동의 방식과 문화는 각각 다르지만, 사실 선거 후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현수막이냐, 종이냐, 플라스틱이냐의 차이일 뿐. 이에 각 나라마다 선거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온라인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독일은 이미 10년 전부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한 정책 홍보, 자료 배포 등의 온라인 선거 운동이 일반화되었다. 또한 선거운동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는 스위스, 스웨덴 등의 국가들도 온라인 선거운동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선거 운동을 할 경우, 홍보에 사용되는 폐기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선거 홍보 방식의 변화와 더불어 선거 폐기물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그중 미국에서는 한철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선거 푯말을 어떻게 재활용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관련해 푯말 위에 종이를 덧대거나 페인트 칠을 해서 새롭게 사용하는 방법, 플라스틱으로 가구나 조명 등의 소품을 만드는 곳에 기부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아예 제도적으로 친환경 선거를 지원하는 나라도 있다. 바로 프랑스다. 선거 홍보에 관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한 프랑스에서는 후보가 발송하는 회보에 친환경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을 경우에만 선거 비용을 보전해 준다. 후보자 개인이나 유권자 개인의 의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위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뒷받침하는 것이다.

개인, 기업, 국가가 손을 맞잡아야 할 때

2009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12년 대선,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등에 사용된 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해 에코백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터치포굿!(자료 출처: 터치포굿)

우리나라 역시 선거 폐기물 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선거 현수막으로 에코백, 우산,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거나, 시멘트 생산 공정에 연료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발생하는 현수막을 처리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서울시도 팔을 걷어 부쳤다. 한국환경공단, 롯데홈쇼핑,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업무 협약을 맺고, 자원순환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 이를 통해 이번 선거에 사용된 폐현수막을 새활용한 벤치, 선반 등의 가구로 남산도서관 옥외 독서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러한 재활용의 움직임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거 폐기물 자체를 만들지 않는 선거운동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에 ‘제로 웨이스트 선거운동’을 내세운 후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수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명찰 탈부착이 가능해 재사용할 수 있는 조끼를 입고 유세를 펼치거나, 공보물을 비목재 콩기름 잉크로 인쇄해 사용하는 등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친환경 선거운동을 펼치는 후보들의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쟁 후보들이 현수막을 걸고 공격적으로 공보물을 나눠주는 상황에서, 제로 웨이스트 선거운동을 펼치는 후보의 속은 불안감으로 바짝바짝 타 들어갈 수밖에 없을 터. 때문에 선거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7월 29일, 선거 현수막을 제작할 때 재활용이 쉬운 재질과 구조로 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제출되었고, 여기 더해 선거인 중 전자선거공보 발송 신청자에 한해 전자선거공보를 발송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되는 등 법적인 움직임도 함께 일고 있다.

 

친환경이 필수인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선거 방식도 바뀌어야 할 때다. 환경에 관한 공약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공약들을 알리는 방식까지 고려하는, 환경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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