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흔들림 속 반도체 종합 서비스의 전략적 부상
관세 인상은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AI 산업의 비용 구조를 흔들고 있지만, 동시에 IT 장비 재활용과 자립적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SK테스는 북미 현지 거점을 중심으로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며 안정적 IT자산 순환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기업 경쟁력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짚어본다.


김현재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미국 관세 정책이 IT 장비·부품에 미치는 영향
현대 IT 인프라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와 이를 구성하는 CPU, GPU, 메모리, SSD, HDD 등 핵심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부품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반이자 인공지능(AI) 연산을 가능케 하는 필수 자원이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과 맞물리며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미국 서버 수입은 전년 대비 111.1% 증가하며 전체 데이터센터 관련 부품 수입의 67.5%를 차지했다. 네트워크 장비 수입도 같은 기간 39.4% 증가해 전체 데이터센터 관련 부품 수입의 27.4% 비중을 기록했다. 변압기 수입은 88.6%의 수요 증가율을 보이며 전력 인프라 확충 추세를 반영했다. 이는 핵심 IT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과는 반대로, 미국의 관세 정책은 IT 부품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데이터센터 부품 가격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섬유 케이블은 5.6%, 반도체 칩은 3.6%, 특히 쿨러·랙·전원공급장치 등 보조 장비는 무려 20~30%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토리지 장치 또한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HDD와 SSD는 조립과 테스트 공정의 상당 부분을 중국, 동남아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부담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미국 하드디스크 제조기업인 씨게이트(Seagate)와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은 핵심 부품을 미국, 일본에서 생산하지만, 최종 조립은 중국, 태국, 필리핀 등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 SSD의 경우도 웨이퍼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생산되지만, 패키징이 중국에서 이뤄질 경우 ‘중국산’으로 분류된다. 생산 거점을 이전하지 않는 이상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스토리지 가격 인상과 데이터센터 확장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광섬유 케이블, 반도체 칩, 기판류, 보조 장비, HDD와 SSD―가 관세로 인한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AI 산업 성장을 지탱하는 IT 인프라 전반의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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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의 역풍, IT 부품 재활용의 순풍으로
관세 강화로 GPU, CPU, 메모리, SSD 등 주요 IT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신규 장비 도입을 미루고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종합 서비스, 특히 IT자산처분(ITAD, IT Asset Disposition) 서비스의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ITAD는 사용이 종료된 IT 장비를 데이터 보안 절차를 거쳐 안전하게 처리하고 부품을 회수·재활용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서비스다. 장비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수록 ITAD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모든 기업이 기회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거점에 의존하는 기업은 여전히 물류비와 관세 리스크에 노출되지만, 미국 현지 거점을 보유한 기업은 이 같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관세 정책은 장비 교체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ITAD 수요를 증가시키는 양면적 효과를 낳고 있으며, 미국 내 자립적 인프라를 갖춘 ITAD 기업은 구조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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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D 전문기업 SK테스의 대응 역량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SK테스는 글로벌 ITAD와 배터리 재활용 분야를 선도하며,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도 자립적 성장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유럽, 아시아, 북미 등 20여개국 40여개의 처리시설을 운영하며 글로벌 재자원화 네트워크를 확장해왔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두드러진다. 버지니아, 시애틀,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에 구축된 4개 거점을 통해 서버·스토리지 등 대규모 전자폐기물의 수거, 데이터 파기, 재활용을 현지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다. 이 중 버지니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전용 공장은 연간 60만 대의 서버를 처리할 수 있어, 관세 장벽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이는 비용 절감과 함께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불안을 해결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기능한다.
SK테스는 첨단 전자기기 처리분야 강점을 살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유럽 최대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전용 공장을 선제적으로 조성하며, 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단계인 분해, 파쇄, 블랙매스(Black Mass) 생산에 나섰다. 블랙매스는 사용된 배터리를 분쇄해 만든 검은 가루 형태의 중간 가공품으로, 후처리 공정을 거치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소금속을 뽑아낼 수 있다. 더 나아가 회수된 자원은 반도체 소재로도 활용된다.

SK에코플랜트의 또 다른 자회사 에센코어와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하다. SK테스가 글로벌 거점 시설에서 회수한 메모리 스토리지 제품과 금속은 에센코어의 DRAM 모듈, SSD, SD 카드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생산에 활용된다. 이를 통해 SK테스는 안정적 원재료 공급망을 확보하고, 에센코어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완성했다.
결국 SK테스는 북미,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관세와 무역 규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립적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러한 ‘자립적 순환 체계’야 말로 국제 통상 질서가 요동치는 시대에 SK테스가 확보한 전략적 우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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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미국의 관세 정책은 데이터센터와 AI 산업의 비용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기업들에게는 기존 자산을 얼마나 오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안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AD와 같은 재활용 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SK테스처럼 현지에서 자산 수거, 데이터 파기, 재활용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관세 환경 변화 속에서도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는 장비 도입만큼이나 기존 자산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순환시키는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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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 교수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과 프랑스 École Polytechnique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30년 간 반도체 소재 및 소자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300여 편의 SCI급 학술논문을 게재한 권위자이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단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국내 유수의 반도체 기업과 협업하여 다수의 산학과제 수행 및 인력양성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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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IT 인프라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와 이를 구성하는 CPU, GPU, 메모리, SSD, HDD 등 핵심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부품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반이자 인공지능(AI) 연산을 가능케 하는 필수 자원이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과 맞물리며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미국 서버 수입은 전년 대비 111.1% 증가하며 전체 데이터센터 관련 부품 수입의 67.5%를 차지했다. 네트워크 장비 수입도 같은 기간 39.4% 증가해 전체 데이터센터 관련 부품 수입의 27.4% 비중을 기록했다. 변압기 수입은 88.6%의 수요 증가율을 보이며 전력 인프라 확충 추세를 반영했다. 이는 핵심 IT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과는 반대로, 미국의 관세 정책은 IT 부품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데이터센터 부품 가격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섬유 케이블은 5.6%, 반도체 칩은 3.6%, 특히 쿨러·랙·전원공급장치 등 보조 장비는 무려 20~30%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토리지 장치 또한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HDD와 SSD는 조립과 테스트 공정의 상당 부분을 중국, 동남아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부담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미국 하드디스크 제조기업인 씨게이트(Seagate)와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은 핵심 부품을 미국, 일본에서 생산하지만, 최종 조립은 중국, 태국, 필리핀 등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 SSD의 경우도 웨이퍼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생산되지만, 패키징이 중국에서 이뤄질 경우 ‘중국산’으로 분류된다. 생산 거점을 이전하지 않는 이상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스토리지 가격 인상과 데이터센터 확장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광섬유 케이블, 반도체 칩, 기판류, 보조 장비, HDD와 SSD―가 관세로 인한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AI 산업 성장을 지탱하는 IT 인프라 전반의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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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의 역풍, IT 부품 재활용의 순풍으로
관세 강화로 GPU, CPU, 메모리, SSD 등 주요 IT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신규 장비 도입을 미루고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종합 서비스, 특히 IT자산처분(ITAD, IT Asset Disposition) 서비스의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ITAD는 사용이 종료된 IT 장비를 데이터 보안 절차를 거쳐 안전하게 처리하고 부품을 회수·재활용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서비스다. 장비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수록 ITAD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모든 기업이 기회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거점에 의존하는 기업은 여전히 물류비와 관세 리스크에 노출되지만, 미국 현지 거점을 보유한 기업은 이 같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관세 정책은 장비 교체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ITAD 수요를 증가시키는 양면적 효과를 낳고 있으며, 미국 내 자립적 인프라를 갖춘 ITAD 기업은 구조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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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D 전문기업 SK테스의 대응 역량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SK테스는 글로벌 ITAD와 배터리 재활용 분야를 선도하며,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도 자립적 성장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유럽, 아시아, 북미 등 20여개국 40여개의 처리시설을 운영하며 글로벌 재자원화 네트워크를 확장해왔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두드러진다. 버지니아, 시애틀,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에 구축된 4개 거점을 통해 서버·스토리지 등 대규모 전자폐기물의 수거, 데이터 파기, 재활용을 현지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다. 이 중 버지니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전용 공장은 연간 60만 대의 서버를 처리할 수 있어, 관세 장벽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이는 비용 절감과 함께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불안을 해결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기능한다.
SK테스는 첨단 전자기기 처리분야 강점을 살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유럽 최대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전용 공장을 선제적으로 조성하며, 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단계인 분해, 파쇄, 블랙매스(Black Mass) 생산에 나섰다. 블랙매스는 사용된 배터리를 분쇄해 만든 검은 가루 형태의 중간 가공품으로, 후처리 공정을 거치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소금속을 뽑아낼 수 있다. 더 나아가 회수된 자원은 반도체 소재로도 활용된다.

SK에코플랜트의 또 다른 자회사 에센코어와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하다. SK테스가 글로벌 거점 시설에서 회수한 메모리 스토리지 제품과 금속은 에센코어의 DRAM 모듈, SSD, SD 카드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생산에 활용된다. 이를 통해 SK테스는 안정적 원재료 공급망을 확보하고, 에센코어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완성했다.
결국 SK테스는 북미,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관세와 무역 규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립적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러한 ‘자립적 순환 체계’야 말로 국제 통상 질서가 요동치는 시대에 SK테스가 확보한 전략적 우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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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미국의 관세 정책은 데이터센터와 AI 산업의 비용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기업들에게는 기존 자산을 얼마나 오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안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AD와 같은 재활용 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SK테스처럼 현지에서 자산 수거, 데이터 파기, 재활용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관세 환경 변화 속에서도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는 장비 도입만큼이나 기존 자산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순환시키는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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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 교수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과 프랑스 École Polytechnique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30년 간 반도체 소재 및 소자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300여 편의 SCI급 학술논문을 게재한 권위자이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단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국내 유수의 반도체 기업과 협업하여 다수의 산학과제 수행 및 인력양성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