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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가 AI 전력시장 대응할 최적의 수단…‘연료전지’가 답이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전력 공급원 확보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최적의 대응방안으로 새롭게 ‘연료전지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연료전지의 새로운 에너지 시너지 관례에 대해 살펴본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모습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기자 및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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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전력 수요 예측이 필수지만, 기업들은 구체적인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2025년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불균형’을 다룬 특별 보고서를 실었다(Nature, How much energy will AI really consume? The good, the bad and the unknown).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s)인 ‘챗GPT’와 같은 AI를 개발·운영하려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증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지만 그 수요 변화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실제로 전력 수요 예측 실패는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정전이나 제한 송전 등 사회적 혼란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는 대안으로 최근 ‘연료전지 시스템’이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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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수요, 왜 예측이 어려운가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2024년 기준 연간 전력 사용량은 415테라와트시(TWh)로, 전 세계 전력소모량의 1.5%를 차지한다(IEA, Energy and AI).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558TWh)의 약 73% 수준이며, 프랑스 국가 전체 전력 사용량(410TWh)을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력 수요 증가 폭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에너데이터(Enerdata)에 따르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현재의 두 배에 이를 수 있지만 각 기업별, 지역별 구체적인 수치는 파악하기 어렵다. 네이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AI 빅테크 기업에 “전력 수요 예측과 관련해 기업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전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이는 고의적인 비공개라고 보기 보다는 해당 기업들도 장기적인 수요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불확실성 탓에 가깝다. 각 사의 AI 서비스 이용자 수, 새로운 기술의 등장, 데이터 처리 요구량의 급증 또는 고효율화 등의 일어날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 방식의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방식.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고 있으며 무정전 전원장치를 통해 전력 안정성을 확보한다. (출처: 국제에너지기구)

데이터센터 건설은 1~2년 내 가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는 사정이 다르다. 대형 발전소 건설에는 수년 이상이 걸리고, 완공 후에는 수십 년간 운영해야 한다. 과거 데이터센터는 송전 용량을 미리 확보하고,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UPS, Uninterruptible Power Supply)와 비상발전기를 구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UPS는 대형 배터리를 이용해 단전 시 잠시 전력을 공급하고, 그 사이 비상발전기를 가동한다. 다만 이 비상발전기는 디젤·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이어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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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AI 전력원, 무엇이 필요한가

데이터센터는 데이터처리 특성상 24시간 운영 된다. 사진은 네덜란드에 위치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 모습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는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전력원을 확보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중인 초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활용할 계획인데, 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약 10제곱마일(26㎢) 부지에 5GW(기가와트)급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소 5기를 합친 규모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지만, 데이터센터가 초대형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보다 효율적인 발전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필요 전력의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주전원형 데이터센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발전시스템의 조건은 무엇일까.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때문에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둘째,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 맞춰 빠르게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한 환경적 요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성도 중요하다.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발전방식은 현재로서는 연료전지가 유일하다. 연료전지는 소규모 가정용 수㎾(킬로와트)급에서부터 대형 발전소용 수백㎿(메가와트)급까지 확장 가능하다. 무엇보다 24시간 끊김 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화석연료 대비 탄소배출도 현저히 적다. 건설 기간이 짧다는 점도 강점이다.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강원 동해시에 건설한 ‘북평레포츠센터 연료전지 발전소’는 약 1년 만에 준공됐다. 다목적 복합발전소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기간이었으니 데이터센터 전용으로 추진한다면 수개월 내 완공도 가능하다. 즉,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에 맞춰 부속 발전소를 함께 완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연료만 공급되면 중단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UPS나 디젤 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설비 설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주목하는 방식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다. SOFC는 연료전지 내부 전해질을 세라믹으로 대체하고 700~1000℃의 고온에서 작동한다.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어 최근 각광받고 있으며 에너지효율 지표인 전력사용 효율지표(PUE) 개선에도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

7도 냉수부터 120도 고온수까지, SK에코플랜트 연료전지 열솔루션 대공개! (출처: SK에코플랜트 공식 유튜브 채널)

SK에코플랜트는 한발 더 나아가, SOFC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이용해, 역으로 냉수를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열솔루션’ 기술은 실제로 북평레포츠센터 연료전지 발전소에 적용됐으며, 수영장의 난방과 온수 공급에 이용된 바 있는데, 이를 응용하면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열에너지로 차가운 ‘냉수’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에 적용한다면 막대한 전력 소비 없이 새로운 냉각 자원 확보가 가능해진다. 냉각 비용이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SOFC의 폐열 활용은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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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통합 에너지 플랫폼’ 시대로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기업들도 잇따라 연료전지 도입에 나서고 있다. 2024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와이오밍주 샤이엔 데이터센터에서 연료전지 실증 시험을 안정적으로 마쳤다. 1.5㎿급 연료전지 2대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2대를 동원해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48시간 연속으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텔(Intel) 또한 연료전지 활용에 적극적이다. 인텔은 같은 해 5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연료전지 발전소 규모를 확대하는 결정했는데 완공 시 실리콘밸리 내 단일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전문기업 오라클(Oracle)도 연료전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2025년 5월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전용 연료전지 전력 솔루션 구축을 결정하고 모듈화된 SOFC 시스템을 활용해 90일 이내 신속히 전력 공급 설비를 설치 및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전문업체 에퀴닉스(Equinix) 역시 연료전지를 통한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규모를 10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예 데이터센터 전력을 100% 연료전지로 충당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세계 최초 연료전지 기반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공개해 주목받은 미국 데이터센터 스타트업 ECL은 외부 전력망이나 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는 수소만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은 다시 냉각 등에 재활용된다. 2024년 9월에는 텍사스주에서 1GW 용량의 수소 연료전지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가 적용된 부평 데이터센터.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부터 총사업비 1조 원 규모의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곳에는 국내 최초로 330㎾ 규모 SOFC가 보조전원으로 설치됐으며 1차 건설은 2024년 10월 완료됐다. 이어 2차로 60㎿급 데이터센터를 2025년 5월 착공해 2027년 4분기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는 SK에코플랜트가 자체 보유한 ‘WHRC(흡수식 냉온수기)’ 기술이 도입됐다.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배열가스를 이용해 7℃ 냉수를 만들어 서버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연료전지는 이제 단순히 기존 발전기를 대체하는 보조 전원 장치가 아니다. 데이터센터 에너지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최적화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통합 에너지 플랫폼(Integrated Energy Platform)’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발전해 나가는 지금, 연료전지는 AI 시대의 전력 불확실성을 돌파할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자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대중서를 15권 이상 발간했다. 현재는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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