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더 이상 Internet Explorer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적의 환경을 위해 다른 웹브라우저 사용을 권장합니다.

자동차 살리기 나선 EU,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행동계획’ 발표 파장은?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이 유럽 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단행한다. 지난 3월 5일, 막대한 지원금 투입을 바탕으로 한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행동계획’을 발표한 것. 앞으로 어떤 조치들이 이어질지, 또 이러한 변화가 SK에코플랜트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살펴보자.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Apostolos Tzitzikostas) EU 지속가능한 교통 및 관광 담당 집행위원이 지난 3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집행위원 협의회에서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행동계획(Industrial Action Plan for the European automotive sector, 이하 산업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급격한 기술 변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유럽 내 자동차 산업의 원활한 ‘친환경 전환’과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돕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담고 있다. 한편, 중국산 전기차의 관세 우회여부를 조사하고, 전기차 제조시설 역외 이전 방지를 위해 원산지 규정을 활용하는 등 각종 규제 조치도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

위기의 유럽 자동차 산업, 반등의 계기 될까?

EU가 이처럼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선 건 유럽 자동차 시장의 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벤츠, BMW, 폭스바겐, 포르쉐, 르노 등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던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최근 생존의 기로에 내몰려 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은 창사 87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 내 공장 6곳 중 2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최근 노조와의 극적타결 끝에 공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선회하긴 했지만 대신 대규모 인원 감축과 임금인상 제한을 조건으로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피하지 못했다. 판매량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핵심 거점에서의 비용 부담조차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중국 전기차의 급부상에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 속에서 생산 효율성이나 가격경쟁력 측면 모두 중국 전기차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가장 저렴한 모델의 유럽산 전기차가 저가 내연기관차보다 92% 비싼 반면, 중국산의 경우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이 저가 내연기관차보다 8%나 쌌다.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열린 모터쇼 내 중국 BYD 전시부스에서 다수의 현지 참관객들이 BYD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이에 중국 시장은 물론, 최근에는 자국 시장까지 중국 자동차 업계의 저가 공세에 밀려 속수무책으로 내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18.2%로 전년 동기(13.1%)보다 5.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JATO Dynamics, 2025). 특히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는 상반기에만 1만 7,000대를 팔아 전년 한 해 동안의 유럽 판매량(1만 4,000대)을 넘어섰다.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유럽 내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아직까지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기차 전환 시점을 늦추는 등의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볼보는 최근 ‘2030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10%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기로 했으며, 폭스바겐, 벤츠 등도 내연기관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가 계획을 연기했다.

.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행동계획,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방점

EU 집행위원회 본부(출처: 셔터스톡)

이처럼 유럽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첫손에 꼽히는 만큼, 이번 산업행동계획은 전기차, 그 중에서도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EU 집행위는 이번 산업행동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배터리 원자재 및 부품 생산에서부터 배터리 셀 생산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가치사슬 전반에서 *유럽부가가치(European value-added) 비율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유럽부가가치(European value-added): EU의 조치가 EU 정책, 규정, 법적 수단 및 지출을 통해 회원국이 단독으로 행동함으로써 창출하는 가치 이상으로 추가되는 가치.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 정책인 ‘배터리 부스터 패키지(Battery Booster Package)’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향후 2년간 18억 유로(약 2조 8,800억 원)를 유럽 내 배터리 제조 기업 지원을 위해 투입할 예정이다. 이 지원금은 유럽 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늘리기 위해 투입하는 재원인 만큼, 역외 기업의 경우 유럽 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공유하는 등 EU에 충분한 부가가치를 제공할 경우에만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

‘블랙매스’ 유해 폐기물로 분류…바젤 퍼밋 보유 기업에겐 유리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U 집행위는 배터리와 이를 재활용해 얻을 수 있는 원자재의 유럽 내 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행동계획의 일환으로 폐기물 목록을 새롭게 개정했다. 새롭게 개정된 내용의 핵심은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블랙매스(Black mass)를 유해폐기물 목록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블랙매스는 폐배터리를 잘게 부숴 나오는 검은색 가루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를 구성하는 주요 광물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EU 집행위의 결정은 유럽 내에서 생산된 블랙매스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해폐기물의 경우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 협약(Basel Convention)에 따라 국외 반출이 자동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EU 집행위는 폐배터리의 유럽 내 재활용을 확대하고 원자재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젤 협약: 1989년 유엔 환경계획(UNEP) 후원하에 스위스 바젤(Basel)에서 채택된 유해폐기물의 불법 이동을 막기 위한 국제협약.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유럽 내 폐배터리 재활용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되는데,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이 SK테스다. SK에코플랜트의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인 SK테스는 유럽 등 전 세계 40여 개의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럽 최대의 항구 도시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연간 전기차 4만 대 분량의 배터리 재활용이 가능한 공장을 준공하며 유럽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내 독보적 지위를 공고히 했다.

유럽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SK테스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최근 자국중심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며 전기차 배터리의 미래 전략산업에 대해 자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번 EU의 산업행동계획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을 미리 읽고 그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미칠지 면밀히 살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면 이어질 변화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