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하면 예수의 탄생이 갖는 의미, 함께하는 기쁨, 깜짝 선물이 전하는 기대와 설렘, 아름답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맛있는 케이크와 특별한 식사 등을 떠올린다. 해마다 성탄절 뉴스를 장식하는 시내 번화가 인파, 휴전선 등 극한지역의 크리스마스 풍경도 익숙하다.
그렇지만 2020년부터 밀려 온 글로벌 팬데믹의 파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21년 크리스마스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엄격히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크리스마스를 만끽하는 대신 각자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홈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면서 어떤 의문 하나가 생겨났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품의 포장을 뜯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의 특별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메인 요리, 디저트, 안주거리가 담긴 밀키트를 구입하여 냉장고에 넣다가, 가족 몰래 마련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지에 감싸고 리본을 달아 예쁜 봉투에 담다가 문득 떠오른 질문이다.
‘과연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는 환경을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일까?’
크리스마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 가치를 추구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탄소저감 실천이 중요한 목표가 되면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과정에서도 환경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린 크리스마스’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기간을 1년 중 가장 큰 대목으로 여기며, 가족 및 친지와 더불어 풍성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전통으로 이어 온 영미권 국가에서도 명절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홀리데이(zero waste holiday)’를 구글에 검색하면 약 1억 5천 200만 개의 검색 결과가 나올 정도다. 무조건적인 풍요와 소비지향적 패턴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환경 보호 실천이 동반되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대표적인 그린 크리스마스의 실천으로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성탄 트리를 보다 환경친화적으로 꾸미는 노력을 들 수 있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보통 ‘크리스마스 트리 마켓’에서 생 전나무를 구입하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한다. 온 가족이 트럭을 타고 트리 마켓을 방문해 직접 나무를 골라서 잘라내 집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요즘은 생 전나무 크리스마스 트리를 온라인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전통으로 내려오는 정겨운 크리스마스 풍경이지만,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1년에 길어야 2달 장식을 위한 크리스마스 전나무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량이 적지 않다. 또한 전나무를 고르기 위해 오고 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탄소 배출량, 그리고 해마다 새로운 전나무를 사용하면서 배출되는 목재 폐기물의 양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최근 들어 영국, 미국, 독일 등지에서 우리나라처럼 비닐이나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다회용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 크리스마스 트리는 천연 크리스마스 트리와 달리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폐기할 때도 분리 배출 및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천연 크리스마스 트리와 비교하여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적어도 크리스마스 트리에 있어서는 자연물인 천연 전나무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전나무가 더욱 환경친화적인 셈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할 때 폐기물을 적게 만들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실천으로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수북이 쌓여 기대감을 선사하는 성탄 선물의 포장재를 간소화하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로 바꾸는 것이 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다국적 화장품 브랜드 ‘이솝(Aesop)’은 종이, 비닐 포장재 대신 무명 주머니에 구입한 제품을 넣어 주는데,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도 이와 동일하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선물포장 대신 우리나라의 보자기와 같은 천을 사용하여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는 것도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짝이는 꼬마전구와 각종 조명 장식물을 저전력 고효율 LED 전구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도 친환경 크리스마스의 실천이다. 집집마다 색색으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물을 LED 전구 시스템으로 바꾸면 전력 소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이는 곧 탄소 저감과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LED 조명 장식은 기존 조명 장식에 비해 구입 비용이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조명의 수명이 훨씬 길고 전력소모가 낮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재활용 페트병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주름가방 트리까지
영미권 국가의 사례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성탄의 뜻을 되새기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성탄을 기념하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크리스마스 장식은 공동의 집인 지구를 함께 지키자는 취지를 바탕으로 재활용품을 활용해 생태적으로 조성되었다. 특히 깨끗이 세척한 재활용 페트병과 휴지심을 이용해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 소재인 페트병과 휴지심은 병원 근무자와 병동 환자, 보호자들이 직접 수집하여 제공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측은 친환경 재활용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해 팬데믹과 기후 위기에 처한 우리가 다 사용한 물건을 습관처럼 버리지 않고 새로운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크리스마스 기간이 끝난 이후 성탄 트리에 사용된 페트병과 휴지심은 재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로 주름가방을 만드는 친환경 브랜드 ‘플리츠마마’는 올해 12월 롯데면세점과 협업하여 친환경 재활용 메시지를 담은 주름가방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보였다. 플리츠마마는 페트병 재활용 원사 사용, 포장재 최소화, 섬유 폐기물 배출 최소화 등 환경 중심 경영을 지속적으로 펼쳐 온 가방 브랜드다. 플리츠마마는 이번 친환경 크리스마스 트리 조성에 사용된 주름가방을 전시가 끝난 후 필요한 곳에 기부할 것이라고 전하며, 주름가방 크리스마스 트리를 통해 환경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COVID-19는 환경이 인간 사이에 찍은 ‘쉼표’와 같다. 감염병의 위협으로 인한 관계와 관계 사이의 쉼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지난 2년 간 우리를 일시 멈춤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해야만 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환경에 대한 우리의 안일한 태도에 ‘쉼표’를 찍고 일상 속 탄소 저감 친환경 활동에 대한 ‘느낌표’를 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상황은 고요하다 해도 친환경 실천은 치열한 현재진행형이 될 수 있도록, 해피 그린 크리스마스를 위한 우리의 움직임이 필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