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술…“바람을 읽고 태양을 점쳐라”
최근 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기술적인 노력들이 활발하다.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발전량을 예측하는 기술과 함께, 수요처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계해 운영 안정성을 높이는 전력 중개 관련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들과 함께, 그 속에서 SK에코플랜트는 어떤 사업적 기회들을 찾아가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
소설 ‘삼국지’를 보면 제갈공명이 술법을 부려 바람의 방향을 바꾼 후 ‘화공(火攻)’으로 적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적인 묘사이겠지만 실제로 도술을 부렸을 리 만무하다고 보면,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것을 예측해 타이밍에 맞춰 그럴듯하게 연기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어찌되었던 이 시절부터 ‘바람의 예측’이란 국운을 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같은 바람을 예측하는 기술은 최근에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풍력발전과 같이 자연의 힘을 빌려 에너지를 얻는 재생에너지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면서, 바람과 같은 자연 환경의 변화를 미리 예상해 발전량을 예측하는 기술이 없어서는 안 될 중차대한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왜 ‘예측’해야 할까?
이 ‘발전량을 예측하는 기술’은 전력망 유지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발전량이 전력 사용량보다 부족해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전기가 부족해도 가정의 전기 출력이 조금 떨어질 뿐 사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어릴 적 과학시간에 ‘꼬마전구’로 해 본 실험을 떠올리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가정에 전기가 공급되는 방식은 건전지가 꼬마전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정한 전류와 전압으로 흐르는 직류 방식이 아닌 전류와 전압이 일정 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교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교류전기는 직류전기와 달리 일정한 *주파수를 가지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의 전력망은 60Hz 수준의 주파수를 유지하도록 정해져 있다. 이에 발전량(공급량)이 부족해지면 전력망에 전기가 공급되는 주기, 즉 주파수가 하락하게 되어 60Hz에 맞춰져 있는 가정의 전자기기는 물론, 발전소나 배전시설까지 모두 중단되어 전력망 자체가 죽어나가는 이른 바 ‘블랙아웃(Black Out)’이 발생하게 된다.
*주파수: 일정 주기 동안 전류나 전압이 변화하는 폭. 헤르츠(Hz)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1Hz는 주기적인 변화가 1초에 100회 반복되는 것을 의미함.
태양광이나 풍력 등 이른바 재생에너지의 약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해가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리거나 바람이 멈추면 전기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는데, 언제 다시 해가 구름 밖으로 나올지, 또 언제 바람이 다시 불지 알기 힘든 만큼 발전량 예측과 안정적인 전력망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용량에너지저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를 설치하는 방법이 쓰이기도 하지만, 건설과 유지에 비용과 자원이 소모되므로 발전단가를 상승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 발전단가 상승 없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발전소의 운영효율을 높이는 기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바람예측’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는 풍력발전이 태양광발전보다 발전량 예측 기술의 효용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하루 중 낮에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 풍력발전은 입지에 따라 24시간 내내 발전기를 가동해 대규모 발전이 가능한 만큼 전력망에 끼치는 영향력 역시 크다. 또한 발전된 일기예보 기술로 인해 일조량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해진 반면,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의 세기나 방향을 계속해서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기에 풍력발전에서의 발전량 예측 기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풍력발전의 물리적 효율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풍력발전 기술은 결국 대기 중에 불어오는 바람으로 날개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날개(블레이드)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힘이 터빈을 돌리고, 힘을 잃은 바람은 일부 뒤쪽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이 둘의 힘이 3대 1이 될 때 최적의 효율을 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른바 ‘베츠의 법칙(Betz’s law)’이라고 부르는 이 이론에 따르면 풍력발전의 최대 에너지 효율 한계는 약 59.26% 정도인데, 현재 판매 중인 풍력 발전기의 효율은 45~50% 정도로 이미 그 한계에 꽤 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욱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운영의 묘’를 최대한 높이는 것. 즉 ‘예측기술’의 최적화에 매진하는 것뿐이다.
.
발전량 예측 기술… ‘AI에 답 있다’
이에 이미 전세계 여러 기업들이 저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그중 가장 유용성 높은 플랫폼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기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AI가 날씨 예보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 가능한 전력량을 예측하도록 하는 방법을 쓴다. 학계에서 진행 중인 최근 연구 성과를 봐도 AI 신경망을 활용할 경우 대부분의 상황에서 오차율 10% 내외의 성능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박태희 외, ‘영흥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량 예측을 위한 입력변수 선정 및 인공신경망과 1차원 합성곱 신경망 비교’, 2021)
일례로 지난 2019년, ‘알파고(AlphaGo)’ 개발자이자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가 이끄는 AI 전문업체 ‘구글딥마인드’도 36시간 전에 풍력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 중부의 700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에 적용했고, 그 결과 풍력 발전의 경제적 가치를 20% 이상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Boosted the Value of Wind Energy by Roughly 20 Percent). 또 다른 예로, 중국의 풍력 터빈 제조기업 골드윈드(Goldwind)는 AI가 일기예보와 바람 궤적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결합하여 분석하는 솔루션을 활용해 터빈 가동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기업의 기술 역량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기업들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재생에너지 예측 상황을 총망라한 ‘디지털 예측모델’을 적극 개발 중이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및 에너지경제연구원 공동 연구팀에선 ‘인공위성 영상 기반 일사량’과 ‘*수치예측모델 기반 풍속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지역이 재생에너지 발전에 얼마나 유리한지 파악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기존에는 1㎞ 단위로 산출되던 잠재적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00m 단위로 더욱 세분화시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지형 및 건물에 의한 음영, 바람의 흐름, 또한 육상과 해상 간 기술적 요소 차이를 반영해 발전 잠재량을 산정하는 등 더욱 정교하고 고도화된 예측 기술을 완성했다.
*수치예측모델: 전국의 땅을 작은 단위로 구분하고 각 단위에서 발생하는 환경 요소가 주위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예측모델.
.
‘에너지 교통정리’는 필수…VPP 기반 전력 중개 사업 중요성도 커
이처럼 예측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고성능 전력 거래 기술’이다. 다양한 첨단 기술을 동원해 바람과 태양을 예측해 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을 높였다 해도, 그 전기를 효율적으로 가정이나 공장까지 전달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기반의 전력 거래 기술은 아주 유용한 대안이다. VPP는 여러 개의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연결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운영하는 가상의 발전소로, 물리적으로 발전소를 소유하는 대신 정보통신기술과 AI를 이용해 흩어져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을 모으고 예측·제어·관리를 실현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선 국내기업 SK에코플랜트가 관련 기술을 갖추고 있다. 2023년 VPP 기반 전력중개사업에 본격 진출한 SK에코플랜트는, 전력거래소 주관 하에 진행되고 있는 제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시범사업에도 참여하는 중이다. SK에코플랜트의 VPP 전력중개 사업은 ‘파워젠(Power Zen)’이라는 자체 재생에너지 입찰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각각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해 발전소의 실질적인 전력공급능력을 전력거래소에 제공하고 계통의 지시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예측 오차율은 6.5%(2024년 11월 기준)에 불과해 업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을 기반으로 한 전력 거래 기술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올해부터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에게도 기존 발전사업자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전력 시장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제도.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과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과 사용을 계속 늘려 나가야 한다. 이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 발전량 예측 기술의 개발과 발전은 우리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기술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 및 기술, 의학 분야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연관 콘텐츠
최신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술…“바람을 읽고 태양을 점쳐라”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
소설 ‘삼국지’를 보면 제갈공명이 술법을 부려 바람의 방향을 바꾼 후 ‘화공(火攻)’으로 적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적인 묘사이겠지만 실제로 도술을 부렸을 리 만무하다고 보면,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것을 예측해 타이밍에 맞춰 그럴듯하게 연기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어찌되었던 이 시절부터 ‘바람의 예측’이란 국운을 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같은 바람을 예측하는 기술은 최근에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풍력발전과 같이 자연의 힘을 빌려 에너지를 얻는 재생에너지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면서, 바람과 같은 자연 환경의 변화를 미리 예상해 발전량을 예측하는 기술이 없어서는 안 될 중차대한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왜 ‘예측’해야 할까?
이 ‘발전량을 예측하는 기술’은 전력망 유지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발전량이 전력 사용량보다 부족해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전기가 부족해도 가정의 전기 출력이 조금 떨어질 뿐 사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어릴 적 과학시간에 ‘꼬마전구’로 해 본 실험을 떠올리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가정에 전기가 공급되는 방식은 건전지가 꼬마전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정한 전류와 전압으로 흐르는 직류 방식이 아닌 전류와 전압이 일정 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교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교류전기는 직류전기와 달리 일정한 *주파수를 가지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의 전력망은 60Hz 수준의 주파수를 유지하도록 정해져 있다. 이에 발전량(공급량)이 부족해지면 전력망에 전기가 공급되는 주기, 즉 주파수가 하락하게 되어 60Hz에 맞춰져 있는 가정의 전자기기는 물론, 발전소나 배전시설까지 모두 중단되어 전력망 자체가 죽어나가는 이른 바 ‘블랙아웃(Black Out)’이 발생하게 된다.
*주파수: 일정 주기 동안 전류나 전압이 변화하는 폭. 헤르츠(Hz)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1Hz는 주기적인 변화가 1초에 100회 반복되는 것을 의미함.
태양광이나 풍력 등 이른바 재생에너지의 약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해가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리거나 바람이 멈추면 전기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는데, 언제 다시 해가 구름 밖으로 나올지, 또 언제 바람이 다시 불지 알기 힘든 만큼 발전량 예측과 안정적인 전력망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용량에너지저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를 설치하는 방법이 쓰이기도 하지만, 건설과 유지에 비용과 자원이 소모되므로 발전단가를 상승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 발전단가 상승 없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미리 예측함으로써 발전소의 운영효율을 높이는 기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바람예측’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는 풍력발전이 태양광발전보다 발전량 예측 기술의 효용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하루 중 낮에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 풍력발전은 입지에 따라 24시간 내내 발전기를 가동해 대규모 발전이 가능한 만큼 전력망에 끼치는 영향력 역시 크다. 또한 발전된 일기예보 기술로 인해 일조량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해진 반면,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의 세기나 방향을 계속해서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기에 풍력발전에서의 발전량 예측 기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풍력발전의 물리적 효율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풍력발전 기술은 결국 대기 중에 불어오는 바람으로 날개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날개(블레이드)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힘이 터빈을 돌리고, 힘을 잃은 바람은 일부 뒤쪽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이 둘의 힘이 3대 1이 될 때 최적의 효율을 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른바 ‘베츠의 법칙(Betz’s law)’이라고 부르는 이 이론에 따르면 풍력발전의 최대 에너지 효율 한계는 약 59.26% 정도인데, 현재 판매 중인 풍력 발전기의 효율은 45~50% 정도로 이미 그 한계에 꽤 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욱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운영의 묘’를 최대한 높이는 것. 즉 ‘예측기술’의 최적화에 매진하는 것뿐이다.
.
발전량 예측 기술… ‘AI에 답 있다’
이에 이미 전세계 여러 기업들이 저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그중 가장 유용성 높은 플랫폼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기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AI가 날씨 예보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 가능한 전력량을 예측하도록 하는 방법을 쓴다. 학계에서 진행 중인 최근 연구 성과를 봐도 AI 신경망을 활용할 경우 대부분의 상황에서 오차율 10% 내외의 성능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박태희 외, ‘영흥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량 예측을 위한 입력변수 선정 및 인공신경망과 1차원 합성곱 신경망 비교’, 2021)
일례로 지난 2019년, ‘알파고(AlphaGo)’ 개발자이자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가 이끄는 AI 전문업체 ‘구글딥마인드’도 36시간 전에 풍력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 중부의 700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에 적용했고, 그 결과 풍력 발전의 경제적 가치를 20% 이상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Boosted the Value of Wind Energy by Roughly 20 Percent). 또 다른 예로, 중국의 풍력 터빈 제조기업 골드윈드(Goldwind)는 AI가 일기예보와 바람 궤적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결합하여 분석하는 솔루션을 활용해 터빈 가동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기업의 기술 역량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기업들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재생에너지 예측 상황을 총망라한 ‘디지털 예측모델’을 적극 개발 중이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및 에너지경제연구원 공동 연구팀에선 ‘인공위성 영상 기반 일사량’과 ‘*수치예측모델 기반 풍속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지역이 재생에너지 발전에 얼마나 유리한지 파악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기존에는 1㎞ 단위로 산출되던 잠재적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00m 단위로 더욱 세분화시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지형 및 건물에 의한 음영, 바람의 흐름, 또한 육상과 해상 간 기술적 요소 차이를 반영해 발전 잠재량을 산정하는 등 더욱 정교하고 고도화된 예측 기술을 완성했다.
*수치예측모델: 전국의 땅을 작은 단위로 구분하고 각 단위에서 발생하는 환경 요소가 주위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예측모델.
.
‘에너지 교통정리’는 필수…VPP 기반 전력 중개 사업 중요성도 커
이처럼 예측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고성능 전력 거래 기술’이다. 다양한 첨단 기술을 동원해 바람과 태양을 예측해 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을 높였다 해도, 그 전기를 효율적으로 가정이나 공장까지 전달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기반의 전력 거래 기술은 아주 유용한 대안이다. VPP는 여러 개의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연결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운영하는 가상의 발전소로, 물리적으로 발전소를 소유하는 대신 정보통신기술과 AI를 이용해 흩어져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을 모으고 예측·제어·관리를 실현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선 국내기업 SK에코플랜트가 관련 기술을 갖추고 있다. 2023년 VPP 기반 전력중개사업에 본격 진출한 SK에코플랜트는, 전력거래소 주관 하에 진행되고 있는 제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시범사업에도 참여하는 중이다. SK에코플랜트의 VPP 전력중개 사업은 ‘파워젠(Power Zen)’이라는 자체 재생에너지 입찰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각각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을 예측해 발전소의 실질적인 전력공급능력을 전력거래소에 제공하고 계통의 지시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예측 오차율은 6.5%(2024년 11월 기준)에 불과해 업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을 기반으로 한 전력 거래 기술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올해부터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에게도 기존 발전사업자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전력 시장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제도.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과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과 사용을 계속 늘려 나가야 한다. 이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 발전량 예측 기술의 개발과 발전은 우리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기술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 및 기술, 의학 분야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