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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없인 AI도 무용지물’ 전력 공급 대책 있나?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일상은 편해지고 있지만,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난제도 주어졌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글로벌 산업 동향과 함께, 분산전원, 가상발전소(VPP) 등으로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행보를 짚어봤다.

출처: 셔터스톡

인공지능(AI)이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다. 복잡한 연산을 순식간에 처리하거나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찾아주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영상 제작, 작곡, 작문과 같은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까지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지금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AI가 계속 발전하면 마냥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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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AI… 앞으로 얼마나 많은 전력이 필요할까?

AI 기술의 발전으로 불거지고 있는 여러 문제 중 최근 가장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건 ‘전력난’이다. AI가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구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모아 지속적으로 학습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데이터를 가져와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급격히 늘어난 데이터센터 대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검색 한 번에 0.3Wh의 전력이 사용되는 반면, Chat GPT는 한 번 검색할 때마다 그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2.9Wh의 전력이 사용된다(출처: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AI 시대는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우리 일상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검색 기능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 전력연구소(EPRI, 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구글 검색을 한 번 할 때 사용되는 전력은 약 0.3Wh에 불과하지만, Chat GPT는 한 번 검색할 때마다 2.9Wh의 전력이 사용된다. 때문에 EPRI는 앞으로 Chat GPT와 같은 AI 검색 기능이 구글 검색에 통합되면 한 번 검색에 필요한 전력량은 6.9~8.9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기존 검색 포털에 AI 검색 기능이 더해지는 것만으로 최대 30배 가까이 전력 소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EPRI, ‘Powering Intelligence’, 2024)

그렇다면 AI 기술에 필요한 전력량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까?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은 2022년 460TWh에서 2026년 620~1,05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량이 568TWh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2년 전 그 80%가 넘는 전력이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소모된 셈이다. 게다가 앞으로 2년 뒤에는 그보다 최소 1.3배, 최대 2.2배에 달하는 전력이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IEA, ‘Electricity 2024 – Analysis and forecast to 2026’)

네덜란드 미드덴미어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출처: 셔터스톡)

이만한 전력 생산 시설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 노력이 투자돼야 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22년에서 2030년 사이 미국의 전력 수요가 약 2.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중 40%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으로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2.4%를 위해 투자해야 할 액수를 약 500억 달러(약 69조 원)로 추산했는데, 단순 계산해 본다면 미국에서만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을 확보하는 데 앞으로 약 200억 달러(약 27.5조 원)나 투자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골드만삭스, ‘Generational growth – AI, data centers and the coming US power demand surg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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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개발 vs 기후위기 극복, 선택 기로에 놓인 빅테크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전력 생산방식을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바꿔가고 있다. 그런데 태양광, 풍력, 그린수소 등의 신재생에너지 모두 화석연료와 비교하면 아직 같은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더 높다. 안 그래도 전력 생산량 증가 속도가 AI가 요구한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효율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제약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하나우에 문을 연 구글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출처: 연합뉴스)

이에 최근에는 상충하는 두 가치인 ‘AI 기술 발전’과 ‘기후위기 극복’ 중 AI 기술 발전 쪽에 손을 들어주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탄소중립을 달성한 최초의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포기한 구글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은 같은 달 발표한 연례 환경보고서에서 지난해에만 1,43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보다 13%나 늘어난 수치다. 4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50%에 육박한다. 구글은 그 원인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 증가를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올해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202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29.1% 늘었다고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된 반도체, 연료, 건축자재 등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부족한 전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그간 폐쇄하거나 의존도를 줄여온 원전 정책을 재고하는 나라들도 등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초 세계경제포럼(WEF)에서 “AI 시대 대응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프랑스는 원전 6기를 짓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원전 8기를 더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막대한 전력’ AI 시대…’소형 원전’ 다시 주목(출처: SBS 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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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수도권 집중 문제도 심각

우리나라 역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2년 9월 기준 147개소에서 2029년 784개소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역시 1.8GW에서 2029년 41.5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신규 데이터센터 637개소 중 약 86%에 달하는 550개소가 수도권에 지어질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전력 공급처인 발전원이 전국 각지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전력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는 것부터 난관인데,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오기 위해 그 속도에 맞춰 *전력계통도 확충해야 한다. 하나만 잘 해내기도 어려운데,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전력계통: 발전 공급자로부터 전력 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 변전소, 송·배전선 등을 연결한 전력망.

전력계통에 연계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이나 바람과 같은 자연을 이용해 전력을 얻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날씨에 따라 가동시간이 들쑥날쑥하고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원에 비해 가동률이 낮은 편이다. 게다가 일조량, 풍량, 환경영향 등의 입지조건 등을 고려하다 보면 발전 시설을 상대적으로 수도권과 먼 지역에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재생에너지 특성을 고려한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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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전력수요, 해법은 유연한 전력망 구축?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열린 ‘2024 기후산업국제 박람회(World Climate Industry Expo, WCE)’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이에 최근 AI 시대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한 새로운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열린 ‘2024 기후산업국제박람회(World Climate Industry Expo, WCE)’에서 이와 관련해 “분산형 전원 확대 등을 고려한 유연한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력망 관련 법제를) 규제 중심 시스템에서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연한 전력망 구축을 위한 방법론으로는 다양한 해법이 제안되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해법은 ‘지역 분산’이다. 크게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수요 측면에서의 지역 분산은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를 수도권 외 지역으로 분산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최근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부지 임대료 할인 등 데이터센터 건설지역 이전 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법이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냉각효율이 높은 산간지역이나 댐 주변과 같이 데이터센터 가동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각 지역별 입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의 지역 분산은 이렇게 분산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수요지 인근에 소규모 발전원, 즉 분산전원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분산전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 인근에 연료전지나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SMR)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수요처와 공급처를 각 지역으로 분산해 서로 연계할 경우 전력계통 확충 부담을 덜고, 수급 조정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여러 분산전원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를 전력계통과 연계해 전력생산량과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확보해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새로운 전력망 구축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사업과 함께, 대표적인 분산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오고 있다. 이에 더해 친환경적인 데이터센터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특히 SK에코플랜트가 싱가포르 ‘디지털엣지(Digital Edge)’와 함께 조성 중인 ‘부평 데이터센터’는, 국내 데이터센터 최초로 330kW 규모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가 설치돼 보조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될 예정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SK에코플랜트가 조성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부평 데이터센터 조감도.

이에 더해 재생에너지 전력중개사업에도 본격 진출, VPP를 기반으로 제주도 내 91개 재생에너지 발전소원을 연계해 50MW 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자원의 전력거래 및 전력시장 제도개선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모집 자원을 전국으로 확대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가상발전소 시장 확대에도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같이 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행보가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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