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라니냐’ 현상과 북극 제트 기류의 약화가 예견되며 혹독한 한파가 한반도를 기습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니냐 현상은 동태평양 적도 지역 해수온도가 평상시 온도보다 0.5도 낮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올해 해당 지역의 바닷물 온도는 평년 대비 0.8도가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극 진동 지수가 음(-)수로 되면서 극지방의 한기를 가둬 두는 제트 기류가 약화되고 있어 북반구에 한기가 엄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았고, 이는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는 것의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라, 패시브하우스와 제로에너지주택
기후변화는 해마다 더 추운 겨울을 만들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결빙 기간과 더욱 낮아진 최저기온을 경신할 것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일상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끼친다. 당장 올 겨울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 폭증에 따라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미국 CNN은 10월 말 기준 천연가스 기준이 12개월 전보다 180% 상승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으며, 중국은 올 겨울 한파에 따라 난방과 전력 수요가 상승하여 국가 전력망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류는 기후변화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넷제로를 목표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신재생에너지(대체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야 하며, 기존의 라이프스타일을 에너지 절약형 환경 중심 라이프스타일로 바꾸어 나가야만 한다. 그렇지만 겨울은 해마다 더 추워지고, 우리는 더 많은 난방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탄소 배출을 멈출 수 없다는 악순환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기후변화와 탄소배출의 악순환을 반드시 끊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한 난방과 온수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수 있다. 그래서 주택에 드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거나, 전혀 들지 않도록 설계한 패시브하우스와 제로에너지주택이 친환경 저탄소 주택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감염병의 시대에 지쳐 가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안전한 ‘쉼터’로 집의 의미를 재정의하면서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주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졌기 때문에 광열비 부담이 체감되기 시작한 것이다.
패시브하우스와 제로에너지주택의 노하우를 우리 집으로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주택은 기본적으로 유사한 가치를 추구한다. 패시브하우스는 최소의 에너지로 생활하기에 쾌적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열 손실을 방지하는 설계를 한 집을 의미한다. 제로에너지주택은 여기서 한층 나아가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단열은 물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적극 사용, 집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0(zero)으로 만드는 주택이다.
패시브하우스나 제로에너지주택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물의 단열이다. 주택 내의 열을 외부로 빼앗기지 않도록 집을 마치 보온병처럼 단열한다. 집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최고의 단열재는 ‘공기’다. 공기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온기가 집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열 기능이 우수한 시스템 창호를 시공한다. 2006년 이후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전열교환기도 그 시작은 패시브하우스에서 비롯되었다. 전열교환기가 있다면 창문을 열지 않고 환기할 수 있으므로 창문을 열고 맞바람을 치게 하는 전통적 환기 방식과 달리 실내 열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주택은 건축 단계에서 단열, 시스템 창호 등 기본 설비를 갖추기 위한 건축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주택에서 태양열, 지열 등 이용할 수 있는 자연 에너지는 최대한 사용하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집의 심미적인 면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많은 수의 국민이 도시에 살며 아파트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소유의 대지에 패시브하우스를 짓거나 제로에너지 시스템이 통합 적용된 제로에너지주택이 자리잡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패시브하우스와 제로에너지 주택의 에너지 저감 방법에는 평범한 우리 집에 적용해 볼 만한 점도 적지 않다. 먼저 단열의 노하우를 따라해 보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집 안의 커튼을 모두 암막커튼으로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암막커튼은 빛의 투과를 막아 줄 뿐만 아니라 일반 커튼보다 두꺼운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열 및 냉기 방지에도 탁월한 효과를 지닌다. 암막커튼은 겨울철 외부의 냉기를 막고 집 안의 열 손실을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름철 외부의 열기와 빛을 막아줘 집 안을 서늘하게 유지해 주는 효과도 갖고 있다. 즉, 난방 에너지뿐만 아니라 냉방 에너지도 저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우리 집 창호를 보수해 보자. 가장 좋은 것은 오래된 창호를 단열이 잘 되는 2~3중 시스템 창호로 교체하는 것이지만 비용은 물론 만만치 않은 공사 규모 때문에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 이럴 때 창호에 붙은 모헤어 테이프를 바꾸는 것 만으로도 외풍과 열손실이 상당 부분 감소된다. 창문과 창문틀 테두리에 둘러 붙여진 보송보송한 털 재질의 테이프를 모헤어 테이프라고 하는데, 창과 창문틀의 밀착을 돕고 외부의 소음과 외풍을 막는 역할을 한다. 모헤어 테이프는 오래되면 삭아서 떨어진다. 창호에서 삭아버린 모헤어 테이프를 제거하고 철물점에서 구입한 모헤어 테이프를 새로 발라 주는 것만으로도 외풍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 새로 모헤어 테이프를 구입할 때는 우리 집 창호를 사진 찍어 가거나, 창호의 상품명이나 일련번호를 적어 가서 구입하도록 하자. 창호에 따라 특정 제품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기를 따뜻하게, 지역난방 올바르게 가동하기
최고의 단열재는 공기라는 말처럼, 집 안 공기를 훈훈하게 유지하는 난방법도 실천해 보자. 많은 아파트 단지에 도입된 지역난방의 경우, 보일러를 사용하는 개별난방과 다른 방식의 난방을 실시해야 한다. 개별난방은 바닥을 데우는 온수의 온도를 높일수록 방바닥이 따뜻해지고 실내 온도가 높아지는 형태지만 지역난방은 집 안 공기의 온도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올바른 지역난방 가동방식은 벽체의 온도조절기에서 희망하는 실내 온도를 설정한 후 난방을 끄지 않고 계속 가동하는 것이다. 겨울철 이상적인 실내온도는 20도 내외이며, 보통 20도에서 23도 사이로 실내온도를 설정하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특히 겨울이 시작되어 오랜만에 지역난방을 가동할 때는, 2~3일에 걸쳐 온도를 천천히 높여 주도록 한다. 먼저 희망 온도에서 2도가량 낮은 온도로 난방 가동을 시작하여 하루마다 0.5도에서 1도씩 올려 주는 것이다. 처음부터 희망 온도로 실내 온도를 설정하면 원하는 온도에 도달하기까지 난방이 계속 가동되어 난방수가 과도하게 사용되고, 이는 난방비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난방 세대라면 초겨울 한파가 기습했을 때 난방을 시작할 것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서 동절기 난방 공급을 알리면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난방을 시작해서 희망 실내 온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세대가 3~4일 이상 집을 비울 때는 난방을 끄는 것이 아니라 평소 설정한 실내 온도에서 2~3도 낮춰 설정한 후 외출하면 된다. 일상적인 출퇴근과 같은 외출이라면 실내 온도를 별다르게 조절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지역난방은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난방법이기 때문에 개별난방에 비해 방바닥이 차갑거나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기 위하여 실내온도를 높이면 집안 전체를 데우느라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지역난방 세대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방바닥을 원한다면 전기매트나 러그처럼 별도의 난방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한겨울에도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겨울철 집안 풍경을 보면 따뜻한 스웨터와 슬리퍼, 무릎담요는 필수다. 물론 우리나라의 우수한 건축기술이 적용된 신식 아파트와 외국의 연식 있는 개인 주택의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고 있다는 점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겨울엔 조금 서늘하게, 여름엔 조금 따뜻하게 살도록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것, 집 안에서 손볼 수 있는 단열 포인트는 놓치지 않고 체크하는 것, 이렇게 몸에 밴 에너지 절약 라이프스타일은 곧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우리 모두의 강력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작지만 위대한 실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