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효율 ↑ 그린수소 가격↓” 친환경 에너지 만능열쇠 ‘페로브스카이트’
양이온 두 개와 음이온 세 개가 결합해 있는 특수 구조의 광물인 페로브스카이트가 최근 태양광 발전 효율을 높이고 그린수소 생산가격을 현실화할 차세대 소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 페로브스카이트가 어떤 혁신을 가져올지 함께 살펴보자.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기자 및 저술가
지구온난화는 코앞에 닥친 문제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값싸게 대량으로 발전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핵융합 발전’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만, 기술 검증에만 30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많다. 실제로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려면 그 이상의 시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마다 뜨거워지는 지구를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사람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눈을 돌린 것이 신재생에너지다. 태양광, 풍력, 조력, 파력 등 여러 에너지 생산 방식 중 현재 가장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기 편리한 것은 태양광이다. 또 미래 에너지 하면 수소를 빼놓기 어렵다. 수소는 *2차 에너지로 다른 에너지를 써서 만들어야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수소가 에너지원으로 쓰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현재 건축물, 자동차, 선박 등에 대량의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수소로 대체하면 지구 환경이 한층 더 깨끗해질 수 있다. 물론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따라붙는다. 이처럼 탄소중립시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태양광 발전과 수소 생산, 이 두 가지 숙제를 한 번에 해결할 열쇠로 주목받는 소재가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다.
*핵융합 발전: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상에서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 발전 방식.
*2차 에너지: 태양광, 풍력, 석탄, 석유 등 천연자원 상태에서 공급되는 1차 에너지를 변환하거나 가공해 만든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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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중인 태양광 발전 시장, 숙제는 발전 효율 향상
페로브스카이트는 양이온 두 개와 음이온 세 개가 결합해 있는 특수 구조의 광물로, *광변환효율이 높아 태양광 발전,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센서, LED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소재로 연구돼 왔다. 최근 부쩍 관련 연구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태양광 발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30%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미국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4,082TWh로 세계 2위로(2022년 기준, Enerdata), 그 30%인 1225TWh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 생산량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세계 1위 전력 생산국인 중국(8,090TWh)도 태양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 용량은 약 228GW로, 전 세계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2023, Global Energy Monitor).
*광변환효율: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때의 효율.
*에너지 하베스팅: 열, 빛 등 주변에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Harvesting)’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
태양광 발전은 어떻게 이뤄질까? 사람들은 특정 소재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온다(전기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라고 하는데,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이 분야를 연구해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가 태양전지를 이용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인슈타인이 이론적 토대를 다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날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방법은 반도체 공정과 비슷하다. 폴리실리콘(Polysilicon), 카드뮴 텔루라이드(Cadmium Telluride) 등 광전효과를 가진 재료를 가공해 얇은 판(Wafer)으로 만든 다음, 이것을 잘라 붙여 셀(Cell, 태양전지 역할을 하는 최소 단위)을 만든다. 여러 개의 셀을 사각 틀 안에 배열해 제품 형태로 만들면 모듈(Modul),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한 것을 패널이라고 부른다.
*광전효과: 어떤 물질에 한계 진동수보다 큰 진동수를 가진 빛을 비추면 물질의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고, 이에 따라 전류가 생성되는 현상.
그런데 현 시점에서 태양광 발전 방식의 경제성은 높지 않다. 한국전력거래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태양광의 발전 단가는 1kWh 당 93.4원으로, 56.1원인 원자력 발전 단가와 차이가 크다. 더구나 태양광 발전 방식은 해가 지거나 날이 흐려지면 전력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고려하면 실질 비용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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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대폭 향상… 페로브스카이트에 걸린 기대
지금은 태양전지 셀을 만들 때 원료물질로 ‘실리콘(Silicon, 규소)’이 주로 사용되는데, 암석이나 모래 등에서 성분을 추출해 초순도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단가가 높다. 또한 *실리콘은 결정형태에 따라 효율과 특성이 달라져, 효율을 높이려면 단결정화, 증착 등의 과정도 필요하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하면 이런 공정을 대부분 생략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성분이 함유된 화학물질을 플라스틱 필름에 바르기만 하면 셀을 만들 수 있기 때문. 셀의 두께도 기존 대비 1000분의 1 수준으로 비교도 안 되게 얇다. 상용화되기만 하면 태양광 발전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단결성 실리콘이 다결정 실리콘보다 순도가 높아 발전 효율이 높지만, 채산성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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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발전 효율 역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며, 실제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구로 내리쬐는 태양에너지를 100% 전기로 전환하면 ㎡ 당 100~250W에 달하지만, 이를 모두 전기로 바꾸지는 못한다. 현재 판매되는 태양광 모듈 중 최고 성능의 제품을 채택해도 그 효율은 20% 전후이며, 저가형은 그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를 함께 적용해 태양전지를 만들면 최대 효율이 30%를 뛰어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자주 보고되고 있으며, 최대 50% 선까지 그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분이나 열에 취약한 내구성이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고 상용화하기까지 앞으로 수년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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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수소 생산 효율 높일 핵심 소재로도 각광
태양광 발전 모듈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한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페로브스카이트가 수소 생산공정에도 찰떡궁합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그린수소 생산 효율을 큰 폭으로 높여, 그린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수소는 화석연료를 써서 만든 ‘그레이수소’다. 엄밀한 의미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구분되는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로 만들어진 ‘그린수소’뿐이다. 그러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든 수소는 1㎏당 1.50달러지만, 그린수소는 무려 5달러에 달한다.(2021년 기준, International Energy Agency) 가격이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비싸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공정(수전해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전해 수소생산 기술은 여러 종류가 있다. 알칼리 전해액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에서 반응 효율을 높이는 ‘알칼라인 수전해(Alkaline Water Electrolysis, AWE)’, 이온전도성 고분자 전해질막을 전해질로 이용하는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roton Exchange Membrane Water Electrolysis, PEMWE)’, 음이온 교환막을 전해질로 이용하는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Anion Exchange Membrane Water Electrolysis, AEMWE)’ 등의 기술이 개발됐고,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최근 인기 있는 기술은 ‘고체산화물 수전해(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SOEC)’ 기술이다. 물을 수백 도 이상의 고온 수증기로 만든 다음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생산 효율이 높아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전해 기술은 대부분 전기분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해질이 사용되고, 전기를 물 속에 흘려 넣는 ‘전극’도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로 태양광에서 전기를 얻어 수소를 만들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광전극’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을 ‘광전기화학 물분해 방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최근 페로브스카이트로 광전극을 제조하려는 연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니켈 등 일반 금속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성과는 다양한 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이 2023년 11월 광전극의 면적을 최대한 크게 키워 그린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OEC의 경우 물을 전기분해할 때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를 ‘촉매’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늘고 있다. 일례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23년 11월 수소 생성 속도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나노촉매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SOEC를 상용화하려면 고온을 견딜 수 있는 귀금속 촉매가 필요한데, 이를 값싼 페로브스카이트로 대체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당시 KIST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적용하면) 생산 시설의 완전 자동화를 통해 상업적 규모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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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가 만들 이상적 ‘그린수소’ 시대
근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고효율의 그린수소 생산 방식은 무엇일까?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은 페로브스카이트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한 태양광 발전 패널을 통해 전기를 얻은 다음, 다시 페로브스카이트 촉매를 적용한 고효율 SOEC를 이용해 수전해 과정을 거쳐 수소를 얻는 것이다.
SOEC는 현재 다른 수전해 방식에 비해 적은 전기에너지로 고효율의 물 분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부식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고, 전해액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 유지보수도 편리하다. 이 시스템에 페로브스카이트를 도입해 효율을 높인다면 차세대 수소생산 시스템으로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SK에코플랜트가 일찍이 SOEC의 상용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2021년 4월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해 경상북도 구미 부지에서 실증 프로젝트를 시작, 2025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등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는 태양광 발전, 수소 생산 두 분야 모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분야다. 이제 남은 것은 산업적인 성과다. 앞으로 국내 선도적인 친환경 기업들과 과학기술 연구진들의 협업을 통해 태양광 에너지 분야 강국, 그린수소 분야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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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발전: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상에서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 발전 방식.
*2차 에너지: 태양광, 풍력, 석탄, 석유 등 천연자원 상태에서 공급되는 1차 에너지를 변환하거나 가공해 만든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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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중인 태양광 발전 시장, 숙제는 발전 효율 향상
페로브스카이트는 양이온 두 개와 음이온 세 개가 결합해 있는 특수 구조의 광물로, *광변환효율이 높아 태양광 발전,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센서, LED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소재로 연구돼 왔다. 최근 부쩍 관련 연구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태양광 발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30%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미국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4,082TWh로 세계 2위로(2022년 기준, Enerdata), 그 30%인 1225TWh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 생산량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세계 1위 전력 생산국인 중국(8,090TWh)도 태양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운영 중인 태양광 발전 용량은 약 228GW로, 전 세계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2023, Global Energy Monitor).
*광변환효율: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때의 효율.
*에너지 하베스팅: 열, 빛 등 주변에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Harvesting)’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
태양광 발전은 어떻게 이뤄질까? 사람들은 특정 소재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온다(전기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라고 하는데,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이 분야를 연구해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가 태양전지를 이용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인슈타인이 이론적 토대를 다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날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방법은 반도체 공정과 비슷하다. 폴리실리콘(Polysilicon), 카드뮴 텔루라이드(Cadmium Telluride) 등 광전효과를 가진 재료를 가공해 얇은 판(Wafer)으로 만든 다음, 이것을 잘라 붙여 셀(Cell, 태양전지 역할을 하는 최소 단위)을 만든다. 여러 개의 셀을 사각 틀 안에 배열해 제품 형태로 만들면 모듈(Modul),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한 것을 패널이라고 부른다.
*광전효과: 어떤 물질에 한계 진동수보다 큰 진동수를 가진 빛을 비추면 물질의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고, 이에 따라 전류가 생성되는 현상.
그런데 현 시점에서 태양광 발전 방식의 경제성은 높지 않다. 한국전력거래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태양광의 발전 단가는 1kWh 당 93.4원으로, 56.1원인 원자력 발전 단가와 차이가 크다. 더구나 태양광 발전 방식은 해가 지거나 날이 흐려지면 전력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고려하면 실질 비용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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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대폭 향상… 페로브스카이트에 걸린 기대
지금은 태양전지 셀을 만들 때 원료물질로 ‘실리콘(Silicon, 규소)’이 주로 사용되는데, 암석이나 모래 등에서 성분을 추출해 초순도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단가가 높다. 또한 *실리콘은 결정형태에 따라 효율과 특성이 달라져, 효율을 높이려면 단결정화, 증착 등의 과정도 필요하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하면 이런 공정을 대부분 생략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성분이 함유된 화학물질을 플라스틱 필름에 바르기만 하면 셀을 만들 수 있기 때문. 셀의 두께도 기존 대비 1000분의 1 수준으로 비교도 안 되게 얇다. 상용화되기만 하면 태양광 발전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단결성 실리콘이 다결정 실리콘보다 순도가 높아 발전 효율이 높지만, 채산성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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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발전 효율 역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며, 실제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구로 내리쬐는 태양에너지를 100% 전기로 전환하면 ㎡ 당 100~250W에 달하지만, 이를 모두 전기로 바꾸지는 못한다. 현재 판매되는 태양광 모듈 중 최고 성능의 제품을 채택해도 그 효율은 20% 전후이며, 저가형은 그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를 함께 적용해 태양전지를 만들면 최대 효율이 30%를 뛰어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자주 보고되고 있으며, 최대 50% 선까지 그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분이나 열에 취약한 내구성이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고 상용화하기까지 앞으로 수년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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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수소 생산 효율 높일 핵심 소재로도 각광
태양광 발전 모듈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한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페로브스카이트가 수소 생산공정에도 찰떡궁합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그린수소 생산 효율을 큰 폭으로 높여, 그린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수소는 화석연료를 써서 만든 ‘그레이수소’다. 엄밀한 의미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구분되는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로 만들어진 ‘그린수소’뿐이다. 그러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든 수소는 1㎏당 1.50달러지만, 그린수소는 무려 5달러에 달한다.(2021년 기준, International Energy Agency) 가격이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비싸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공정(수전해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전해 수소생산 기술은 여러 종류가 있다. 알칼리 전해액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에서 반응 효율을 높이는 ‘알칼라인 수전해(Alkaline Water Electrolysis, AWE)’, 이온전도성 고분자 전해질막을 전해질로 이용하는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roton Exchange Membrane Water Electrolysis, PEMWE)’, 음이온 교환막을 전해질로 이용하는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Anion Exchange Membrane Water Electrolysis, AEMWE)’ 등의 기술이 개발됐고,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최근 인기 있는 기술은 ‘고체산화물 수전해(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SOEC)’ 기술이다. 물을 수백 도 이상의 고온 수증기로 만든 다음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생산 효율이 높아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전해 기술은 대부분 전기분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해질이 사용되고, 전기를 물 속에 흘려 넣는 ‘전극’도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로 태양광에서 전기를 얻어 수소를 만들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광전극’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을 ‘광전기화학 물분해 방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최근 페로브스카이트로 광전극을 제조하려는 연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니켈 등 일반 금속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성과는 다양한 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이 2023년 11월 광전극의 면적을 최대한 크게 키워 그린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OEC의 경우 물을 전기분해할 때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를 ‘촉매’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늘고 있다. 일례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23년 11월 수소 생성 속도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나노촉매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SOEC를 상용화하려면 고온을 견딜 수 있는 귀금속 촉매가 필요한데, 이를 값싼 페로브스카이트로 대체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당시 KIST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적용하면) 생산 시설의 완전 자동화를 통해 상업적 규모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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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가 만들 이상적 ‘그린수소’ 시대
근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고효율의 그린수소 생산 방식은 무엇일까?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조합은 페로브스카이트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한 태양광 발전 패널을 통해 전기를 얻은 다음, 다시 페로브스카이트 촉매를 적용한 고효율 SOEC를 이용해 수전해 과정을 거쳐 수소를 얻는 것이다.
SOEC는 현재 다른 수전해 방식에 비해 적은 전기에너지로 고효율의 물 분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부식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고, 전해액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 유지보수도 편리하다. 이 시스템에 페로브스카이트를 도입해 효율을 높인다면 차세대 수소생산 시스템으로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SK에코플랜트가 일찍이 SOEC의 상용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2021년 4월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해 경상북도 구미 부지에서 실증 프로젝트를 시작, 2025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등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는 태양광 발전, 수소 생산 두 분야 모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분야다. 이제 남은 것은 산업적인 성과다. 앞으로 국내 선도적인 친환경 기업들과 과학기술 연구진들의 협업을 통해 태양광 에너지 분야 강국, 그린수소 분야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