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이제는 수소 시간
이산화탄소 없이 태우는 꿈의 연료, 수소! 문이과 통합형 천재, 곽재식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다가올 수소시대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온갖 자연재해와 이로 인한 농업과 수산업의 피해로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더 자주 언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요구가 강해지면서 정책적인 대안 못지않게 산업과 경제 분야에서도 갈수록 빠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온실기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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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를 태우지 않고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을까?
온실기체 중 기후변화 문제와 가장 관련 깊은 것은 역시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탄소가 산화라는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생겨나기 쉬운 기체이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복잡하게 들리지만, 무엇이든 불에 태울 때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항상 불길과 함께 생겨나는 물질이 바로 이산화탄소라는 이야기다. 탄소는 대부분의 연료에 많이 들어있고, 불에 태운다는 것은 대표적인 산화 반응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석탄, 석유와 같은 연료를 태워서 작동시키는 모든 기계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경유나 휘발유를 태워서 움직이는 자동차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에서도 연료를 태워 발전기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외에도 난방을 위해서 난방유를 태울 때, 요리를 하기 위해서 도시가스나 부탄가스를 태울 때, 캠핑을 하면서 장작을 때울 때, 심지어 소각장에서 종이나 나무조각을 태울 때에도 그 모든 땔감 속에는 탄소가 들어있고 이것이 불타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긴다. 즉 기계를 사용하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활동이 기후변화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불 태우지 않고 그 모든 작업을 해 내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력발전은 물이 흘러가면서 물레방아 모양의 터빈을 돌리고 거기에 연결된 발전기가 돌면서 전기를 만들어 낸다. 불태우는 것이 없으니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고, 그러므로 일단 가동과정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이 적다. 풍력발전이 기후변화의 대책으로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양광 역시 마찬가지다. 수력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아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전기를 이용해서 여러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고,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즉, 과거에는 전기를 쓰지 않던 기계를 전기로 작동시키고, 그 때 들어 가는 전기는 연료를 태우지 않는 방법으로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다. 이 방법은 기후변화 대책으로 가장 먼저 인기를 모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휘발유라는 연료를 태워서 가는 자동차 대신 전기차 중심으로 크게 변화해 나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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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무조건 써야 하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연료 대신에 전기를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줄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연료를 태워 불을 만든다는 것은 수십만 년 전 인류의 탄생과 멀지 않은 시기에서부터 사람들이 항상 해 오던 일이다. 불을 사용한다는 것은 여러 민족의 신화와 전설에서 거의 사람이라는 동물의 상징처럼 언급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불을 이용하는 분야는 상상 외로 대단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는 연료를 태워서 처리하지 않으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철광석을 녹여서 그 돌 속의 쇳물을 뽑아내는 제철 산업이다. 철광석 속에서 순수한 철 성분을 뽑아내려면 화학적 처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석탄 속에 들어 있는 탄소 성분이 강력한 불길 속에서 철광석과 함께 화학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전기를 이용해 온도를 높여 쇠를 녹이는 ‘전기로’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설비는 주로 이미 만들어진 고철을 재가공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즉, 철광석에서 쇳물을 녹여내는 작업은 석탄 연료와 불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뿜어내는 방식을 여전히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우주 로켓이나 제트엔진 항공기 같은 것도 연료를 태우는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우주 로켓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내면서 엄청난 무게를 빠른 속도로 밀어 올려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빠르게 폭발하듯이 반응하는 좋은 연료를 태우는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전기 드론처럼 프로펠러를 돌리고 로터를 움직여서 하늘로 날아가는 방법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온 로켓 같이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는 약한 엔진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우주로 가는 대형 로켓은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불 태우는 방식을 써야만 한다. 제트엔진 항공기도 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화물과 승객을 싣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므로 힘을 많이, 빠르게 내기 위해서는 연료를 태우는 방법을 써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기후변화 상황에서 이런 산업 분야를 그저 포기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제철 산업이나 항공 산업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일으키는 산업으로 유명하다. KAIST 녹색성장대학원 엄지용 교수팀이 2022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경우 제철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산업계 전체의 약 40%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항공기 탑승 역시 개인이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많이 남기는 대표적인 활동으로 오래전부터 주요하게 지적되었다. 그러니 이런 분야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보다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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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연료를 완벽히 대체할 유일한 물질, 수소
그 해결책으로 관심을 가져 볼 만한 것이 바로 수소다. 수소 기체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연료 중에 태워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몇 안 되는 예외에 해당한다. 수소 연료는 태우면 그저 깨끗한 물이 생겨날 뿐이다. 대량으로 만들어서 공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물질, 그리고 소비자용으로도 판매되는 물질 중 이러한 성질을 가진 것은 수소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수소를 손쉽게 많이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과거 불이 필요하던 곳에 수소를 대신 넣어 태우는 방식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를 태워서 작동시키던 화력발전소에 LNG 사용을 줄이고 수소를 섞어서 사용하는 ‘수소혼소 발전’ 계획이 이미 시험 중이다. 지난 5월 산업부는 수소혼소의 2027년 상용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 천연가스의 주 성분인 메탄을 저장과 운송을 위해 액화시킨 것.
한편, 로켓 연료로 수소를 사용한다는 발상은 직작에 아주 오래전부터 인기있는 계획이다. 1969년에 아폴로 11호(Apollo 11)를 달에 보낸 새턴 5호(Saturn V) 로켓의 주 연료도 수소였고, 여러 차례 한국 인공위성들을 우주에 보내 준 유럽의 아리안 5(Ariane 5) 로켓도 상당한 양의 수소를 연료로 사용했다.
게다가 수소는 가볍기 때문에 용량과 무게가 중요한 문제가 될 때에는 전기를 대신하기에도 좋다. 수십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화물선을 전기 배터리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길어야 열 시간, 열 몇 시간 정도를 사용하고 나면 충전해야 하는 전기 배터리 방식으로는 도저히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돌아다니기 어렵다. 기후변화 문제를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수소 또는 수소를 이용해 만든 연료로 작동하는 배가 있어야만 한다.
활용 방법에 따라 단순히 연료를 교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금 더 복잡한 방안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제철업에서는 그저 철광석을 수소 불길에 쏘여 주는 수준이 아니라 *수소 환원 제철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만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낼 수 있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보급되고 있는 수소차 역시 단순히 수소를 태우는 방식으로 엔진을 작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라는 부품을 활용해 수소로 전기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로 전기차처럼 자동차를 움직이는 특별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수소 환원 제철: 철을 생산할 때 화석연료인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는 공법.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꿈의 제철 공법’으로 불린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지 불태우는 것과 비슷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수소의 특징과 전기 배터리에 비해 가볍게 많은 양을 싣고 다닐 수 있다는 수소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이렇게 보면 수소는 지지부진한 기후변화 대책의 한계를 뚫어 줄 수 있는 대단히 매력적인 기술이라 할 만 하다. 이미 화학 업계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수소를 활용해 왔기에 수소의 사용과 유통에 대한 경험이 상당히 쌓여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만큼 수소를 여러 영역에 대량으로 활용해 보자는 방안의 현실성은 높다.
물 속에서 찾은 수소가 지구의 온도를 낮춘다
수소 기술의 핵심은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의 개발이다. 과거에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공정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를 사용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더라도 전체 과정을 보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서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수전해’ 기술이 꾸준히 연구되어 왔다. 또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소를 만들어내는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흩어지기 전에 따로 모아서 흡수하고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된 상태다. 이런 방안들을 두고, 재생에너지만 사용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와 무관하게 만든 수소라면 ‘그린 수소’라고 부를 수 있다든가, 그린 수소는 아니지만 이산화탄소를 잘 처리했다는 의미에서 ‘블루 수소’라고 부르자는 식의 재미난 말도 나와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널리 활용함으로써 수소의 사용이 편리해지고 가격이 낮아져 자연히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의 수소 경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은 1, 2위로 평가받는 수소 기술 영역도 꽤 있기 때문에 더더욱 수소에 대한 인기가 높다.
정말 수소가 기후변화 문제의 답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전기만 생각했을 때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기술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꼭 맞는 열쇠 같은 기술이 수소라는 점에서 분명히 수소 기술이 미래에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다 같이 수소의 활용 폭이 넓어지도록 외교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한국이 세계적인 수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계의 강대국, 선진국들이 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같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수출 산업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한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세계 1위 자리를 슬쩍 비켜 주더라도 여러 나라가 함께 더 많은 영역에서 더 활발히 수소를 쓸 수 있도록 움직이도록 했을 때, 더 많은 수소를 더 값싸고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면, 물속에서 찾은 수소의 불길이 나날이 더워지는 지구를 시원하게 식혀줄 수도 있지 않을까.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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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를 태우지 않고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을까?
온실기체 중 기후변화 문제와 가장 관련 깊은 것은 역시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탄소가 산화라는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생겨나기 쉬운 기체이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복잡하게 들리지만, 무엇이든 불에 태울 때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항상 불길과 함께 생겨나는 물질이 바로 이산화탄소라는 이야기다. 탄소는 대부분의 연료에 많이 들어있고, 불에 태운다는 것은 대표적인 산화 반응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석탄, 석유와 같은 연료를 태워서 작동시키는 모든 기계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경유나 휘발유를 태워서 움직이는 자동차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에서도 연료를 태워 발전기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외에도 난방을 위해서 난방유를 태울 때, 요리를 하기 위해서 도시가스나 부탄가스를 태울 때, 캠핑을 하면서 장작을 때울 때, 심지어 소각장에서 종이나 나무조각을 태울 때에도 그 모든 땔감 속에는 탄소가 들어있고 이것이 불타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긴다. 즉 기계를 사용하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활동이 기후변화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불 태우지 않고 그 모든 작업을 해 내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력발전은 물이 흘러가면서 물레방아 모양의 터빈을 돌리고 거기에 연결된 발전기가 돌면서 전기를 만들어 낸다. 불태우는 것이 없으니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고, 그러므로 일단 가동과정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이 적다. 풍력발전이 기후변화의 대책으로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양광 역시 마찬가지다. 수력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아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전기를 이용해서 여러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고,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즉, 과거에는 전기를 쓰지 않던 기계를 전기로 작동시키고, 그 때 들어 가는 전기는 연료를 태우지 않는 방법으로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다. 이 방법은 기후변화 대책으로 가장 먼저 인기를 모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휘발유라는 연료를 태워서 가는 자동차 대신 전기차 중심으로 크게 변화해 나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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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무조건 써야 하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연료 대신에 전기를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줄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연료를 태워 불을 만든다는 것은 수십만 년 전 인류의 탄생과 멀지 않은 시기에서부터 사람들이 항상 해 오던 일이다. 불을 사용한다는 것은 여러 민족의 신화와 전설에서 거의 사람이라는 동물의 상징처럼 언급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불을 이용하는 분야는 상상 외로 대단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는 연료를 태워서 처리하지 않으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철광석을 녹여서 그 돌 속의 쇳물을 뽑아내는 제철 산업이다. 철광석 속에서 순수한 철 성분을 뽑아내려면 화학적 처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석탄 속에 들어 있는 탄소 성분이 강력한 불길 속에서 철광석과 함께 화학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전기를 이용해 온도를 높여 쇠를 녹이는 ‘전기로’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설비는 주로 이미 만들어진 고철을 재가공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즉, 철광석에서 쇳물을 녹여내는 작업은 석탄 연료와 불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뿜어내는 방식을 여전히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우주 로켓이나 제트엔진 항공기 같은 것도 연료를 태우는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우주 로켓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내면서 엄청난 무게를 빠른 속도로 밀어 올려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빠르게 폭발하듯이 반응하는 좋은 연료를 태우는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전기 드론처럼 프로펠러를 돌리고 로터를 움직여서 하늘로 날아가는 방법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온 로켓 같이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는 약한 엔진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우주로 가는 대형 로켓은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불 태우는 방식을 써야만 한다. 제트엔진 항공기도 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화물과 승객을 싣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므로 힘을 많이, 빠르게 내기 위해서는 연료를 태우는 방법을 써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기후변화 상황에서 이런 산업 분야를 그저 포기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제철 산업이나 항공 산업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일으키는 산업으로 유명하다. KAIST 녹색성장대학원 엄지용 교수팀이 2022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경우 제철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산업계 전체의 약 40%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항공기 탑승 역시 개인이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많이 남기는 대표적인 활동으로 오래전부터 주요하게 지적되었다. 그러니 이런 분야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보다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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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연료를 완벽히 대체할 유일한 물질, 수소
그 해결책으로 관심을 가져 볼 만한 것이 바로 수소다. 수소 기체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연료 중에 태워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몇 안 되는 예외에 해당한다. 수소 연료는 태우면 그저 깨끗한 물이 생겨날 뿐이다. 대량으로 만들어서 공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물질, 그리고 소비자용으로도 판매되는 물질 중 이러한 성질을 가진 것은 수소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수소를 손쉽게 많이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과거 불이 필요하던 곳에 수소를 대신 넣어 태우는 방식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를 태워서 작동시키던 화력발전소에 LNG 사용을 줄이고 수소를 섞어서 사용하는 ‘수소혼소 발전’ 계획이 이미 시험 중이다. 지난 5월 산업부는 수소혼소의 2027년 상용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 천연가스의 주 성분인 메탄을 저장과 운송을 위해 액화시킨 것.
한편, 로켓 연료로 수소를 사용한다는 발상은 직작에 아주 오래전부터 인기있는 계획이다. 1969년에 아폴로 11호(Apollo 11)를 달에 보낸 새턴 5호(Saturn V) 로켓의 주 연료도 수소였고, 여러 차례 한국 인공위성들을 우주에 보내 준 유럽의 아리안 5(Ariane 5) 로켓도 상당한 양의 수소를 연료로 사용했다.
게다가 수소는 가볍기 때문에 용량과 무게가 중요한 문제가 될 때에는 전기를 대신하기에도 좋다. 수십 일 동안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화물선을 전기 배터리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길어야 열 시간, 열 몇 시간 정도를 사용하고 나면 충전해야 하는 전기 배터리 방식으로는 도저히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돌아다니기 어렵다. 기후변화 문제를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수소 또는 수소를 이용해 만든 연료로 작동하는 배가 있어야만 한다.
활용 방법에 따라 단순히 연료를 교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금 더 복잡한 방안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제철업에서는 그저 철광석을 수소 불길에 쏘여 주는 수준이 아니라 *수소 환원 제철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만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낼 수 있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보급되고 있는 수소차 역시 단순히 수소를 태우는 방식으로 엔진을 작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수소차는 수소연료전지라는 부품을 활용해 수소로 전기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로 전기차처럼 자동차를 움직이는 특별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수소 환원 제철: 철을 생산할 때 화석연료인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는 공법.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꿈의 제철 공법’으로 불린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지 불태우는 것과 비슷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수소의 특징과 전기 배터리에 비해 가볍게 많은 양을 싣고 다닐 수 있다는 수소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이렇게 보면 수소는 지지부진한 기후변화 대책의 한계를 뚫어 줄 수 있는 대단히 매력적인 기술이라 할 만 하다. 이미 화학 업계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수소를 활용해 왔기에 수소의 사용과 유통에 대한 경험이 상당히 쌓여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만큼 수소를 여러 영역에 대량으로 활용해 보자는 방안의 현실성은 높다.
물 속에서 찾은 수소가 지구의 온도를 낮춘다
수소 기술의 핵심은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의 개발이다. 과거에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공정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를 사용할 때는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더라도 전체 과정을 보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서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수전해’ 기술이 꾸준히 연구되어 왔다. 또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소를 만들어내는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흩어지기 전에 따로 모아서 흡수하고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된 상태다. 이런 방안들을 두고, 재생에너지만 사용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와 무관하게 만든 수소라면 ‘그린 수소’라고 부를 수 있다든가, 그린 수소는 아니지만 이산화탄소를 잘 처리했다는 의미에서 ‘블루 수소’라고 부르자는 식의 재미난 말도 나와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널리 활용함으로써 수소의 사용이 편리해지고 가격이 낮아져 자연히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의 수소 경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은 1, 2위로 평가받는 수소 기술 영역도 꽤 있기 때문에 더더욱 수소에 대한 인기가 높다.
정말 수소가 기후변화 문제의 답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전기만 생각했을 때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기술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꼭 맞는 열쇠 같은 기술이 수소라는 점에서 분명히 수소 기술이 미래에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다 같이 수소의 활용 폭이 넓어지도록 외교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한국이 세계적인 수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계의 강대국, 선진국들이 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같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수출 산업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한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세계 1위 자리를 슬쩍 비켜 주더라도 여러 나라가 함께 더 많은 영역에서 더 활발히 수소를 쓸 수 있도록 움직이도록 했을 때, 더 많은 수소를 더 값싸고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면, 물속에서 찾은 수소의 불길이 나날이 더워지는 지구를 시원하게 식혀줄 수도 있지 않을까.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