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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최고 빌런, ‘폐어망’을 막을 히어로는 누구?

히어로 영화에만 있는 줄 알았던 빌런이 실제 바다 속에도 존재한다?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 폐어망 문제 해결을 위해 SK에코플랜트가 나섰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최고 빌런이 타노스라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최고의 빌런은 다름 아닌 ‘폐어망’이다. 페트병, 비닐처럼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일상 쓰레기가 아닌 폐어망이 최고 빌런이라는 데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 속 차곡차곡 가라앉고 있는 폐어망은, 해양폐기물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가장 많은 46%를 차지하며 바다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다. (Ocean Cleanup, 2018)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내 1위 환경기업 SK에코플랜트가 이번엔 바다로 향한다. 폐어망 재활용 소셜벤처 넷스파(NETSPA), 재단법인 심센터(SEAM Center)와 뜻을 모아 폐어망 재활용 사업을 지원하고, 기업과 주민, 환경이 함께 상생하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 모델을 탄생시킨 것.

 

바다 속 최고 빌런이 파괴시킨 해양 생태계의 실태부터 이를 다시 되살리기 위한 방법까지 함께 고민해 보자.

폐어망, 해양 생태계의 숨은 파괴자!

해양생태계의 주범 중 하나인 폐어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포털 사이트에서 폐어망(또는 폐그물)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뉴스들을 살펴보면, ‘위협’, ‘공포’, ‘죽음’ 등 무서운 단어들이 가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다의 지뢰’로 불리는 폐어망의 악명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어업과정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망은 무려 120만 톤 이상. 국내에서만 매년 4만 4,000톤 가량의 폐어망이 바다에 버려져 방치되고 있는데, 이처럼 무분별하게 버려진 폐어망에 몸이 걸리는 일명 ‘유령어업’으로 매년 전 세계 65만 마리의 해양생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2018) 더욱이 나일론을 주소재로 만들어지는 폐어망은 길게는 수백 년까지도 썩지 않은 채 침적되어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으며, 해양생물들의 거대한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폐어망으로 목숨을 잃는 해양생물은 매년 65만 마리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폐어망의 파괴 대상이 이제 인간에까지 넓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9년 부안 인근 해상에서 어선이 전복되어 선원 3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전복의 원인은 폐어망. 배의 스크루가 폐어망에 감기며 참사가 일어난 것이었다. 실제로 폐어망 등의 폐어구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선박 안전사고는 연간 292건에 달하고 있으며(해양수산부, 2020), 유령어업으로 매년 어획량이 줄어드는 등 폐어망으로 인한 수산업의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국내 수산업 피해액 연간 4,400억 원 추산./ 수협중앙회, 2021)

Interview

정병오 팀장(SK에코플랜트 ESG경영팀):  SK에코플랜트가 폐어망에 주목한 것은 단순히 폐어망이 해양오염에서 차지하고 있는 통계나 수치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어민분들의 목소리였죠. 폐어망으로 인한 사고, 어획량 감소뿐만 아니라, 다 쓴 어망을 처리하는 고충 역시 크다는 것을 실제 어민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폐어망에 있는 염분 때문에 소각 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많은 폐기물 처리시설들이 수거를 꺼려하기 때문인데요.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부적절하게 버리거나 항구에 방치하게 되는 것이죠. 저희는 그런 어민들의 고충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넷스파, 폐어망 처리 한계의 해답을 찾다!

폐어망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의 다양한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폐어구를 수거해오면 보증금을 지급하는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가 진행 중에 있고, 해양투기 금지, 어구 재질 제한 등의 법적 제도도 마련이 되었다. 또 2020년 처음으로 폐어망을 처리할 수 있는 52개의 해양쓰레기 육상집하장이 생긴 이후 점차 그 수를 늘려나가고 있으며, 특히 수협에서는 다양한 폐어구 수매사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2,000개가 넘는 어촌계에서 발생하는 폐어망의 양에 견주어 이러한 노력들은 아직까지 큰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이곳저곳에 산재되어 있는 폐어망을 수거하는 시스템 마련이나,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체계는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수준이다.

해양폐기물 중 폐어망을 처리해서 PCR(Post-Consumer Recycled) 원료를 생산하는 소셜벤처 기업 넷스파(출처: 넷스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기업이 바로 ‘넷스파’다. 넷스파는 폐어망의 주소재인 나일론을 추출해 재생 나일론 원료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으로, 폐어망의 자원순환 체계를 그리고 있다. 현재는 부산에서 파일럿 설비를 운영 중에 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연간 4,000톤의 폐어망을 처리할 수 있는 상업화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넷스파는 자체 기술력으로 기계식 선별, 분리를 통해 순도 95% 이상을 자랑하는 재생 나일론을 생산한다. (출처: 넷스파)

사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합성섬유로 구성된 폐어망을 재생 나일론 원료로 주목하고 생산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기존 직물 원료의 수급과 가격의 변동성, 세계적으로 엄격해지고 있는 재생원료 사용 의무 등으로 재생 섬유 시장이 점차 확대된 결과다. 다만 폐어망은 나일론뿐 아니라,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이 물리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탓에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분리를 해야 하는 등 대규모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넷스파는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폐어망에서 나일론을 단일소재로 완벽하게 선별하는 기술과 설비를 만들어냈고, 염분과 이물질까지 제거한 순도 95% 이상의 재생 나일론을 생산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생 나일론은 친환경 섬유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에 사용할 수 있고, 이와 분리된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역시 건축재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넷스파가 추진하고 있는 폐어망의 수거/운반 인프라만 안정화된다면, 해양 폐기물의 가장 큰 숙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재생원료사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Interview

박종우 프로(SK에코플랜트 ESG경영팀): SK에코플랜트와 넷스파의 연결고리는 ‘폐기물의 선순환’에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육상 폐기물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 중에 있는데요. 그런 우리가 사회공헌으로 해양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기업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폐어망 자원화에 대한 핵심 기술력을 가진 넷스파와 함께 함으로써 그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SK에코플랜트, 해양생태계를 위한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다!

폐어망 자원순환체계 내 SK에코플랜트는 배출(회수), 수거/운반에 따른 비용을 지원

SK에코플랜트는 ESG경영과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폐어망 자원화로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새로운 폐기물 순환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넷스파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로 하였다. 폐어망 자원화를 어렵게 했던 가장 큰 산인 폐어망 수매와 수거∙운반 시스템 구축 비용을 매년 지원하기로 한 것. SK에코플랜트의 이번 지원을 통해 넷스파는 보다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며, 지자체 역시 기존에 폐어망을 처리업체에 위탁하고 소각하는 데 쓰였던 비용의 절반 수준으로 폐어망을 처리하면서 주민들의 고충 역시 해소하는 획기적인 상생 모델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nterview

정병오 팀장, 박종우 프로(SK에코플랜트 ESG 경영팀) 

폐어망 재활용 사업 지원을 주도한 (우)정병오 팀장과 (좌)박종우 프로(SK에코플랜트 ESG경영팀)

박종우 프로(SK에코플랜트 ESG경영팀): 폐어망을 1kg 재활용할 때마다 약 3.68kg의 탄소를 감축하게 되는데, 이번에 SK에코플랜트가 넷스파와 함께하게 되면서 내년부터 연간 1만5,000여 톤의 탄소감축에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협업의 시작으로 5월 30일 ‘폐어망 재활용 사업 지원 협력식’을 가졌는데요. 저희는 이번 지원을 단순한 기부의 차원이 아닌, SK에코플랜트와 넷스파, 그리고 이번 사업의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심센터, 이 세 조직이 뜻을 모아 해양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큰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병오 팀장(SK에코플랜트 ESG경영팀): 그렇습니다. 이제 곧 다대포항, 대변항 등 부산의 항구에서 넷스파와 SK에코플랜트의 폐어망 수거 차량을 볼 수 있을텐데요. 바다는 부산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영남, 강원, 호남까지 저희의 차량을 보실 수 있도록 넷스파와 함께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가 지자체, NGO 등 이해관계자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나아가 SK에코플랜트의 해상풍력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 계신 어민분들의 고충을 덜어드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사회에 기여함과 동시에 기업과 지역,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 그것이 기업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 어민들의 골칫거리로 불리는 폐어망이 이제는 친환경 자원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출발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원 순화 체계의 구축 못지 않게, 폐어망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동참이 필요하다. 바다 속 빌런을 막을 수많은 히어로들의 등장을 기다려 본다.

※ 본 취재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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