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늘 아침에 일어나 마신 물 한 잔. 그 물은 과연 완벽하게 깨끗한 물이었을까? 당연하다 생각되겠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우리가 손을 씻고 음식을 해 먹는 수돗물, 그리고 직접 마시는 생수에도 눈엔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존재한다. 미네랄, 칼슘, 나트륨 등의 성분을 비롯해 불소나 비소 같은 유해 물질까지 소량 함유되어 있기도 하다. 한편, 이 물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무결(無缺)한 물 역시 존재한다.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 낸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 초순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초순수(Ultrapure water)란?
초순수는 한 마디로 물 분자를 이루고 있는 수소와 산소 이외에는 아무것도 포함하지 않은 물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속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등 모든 물질을 제거하는 고도의 정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며, *이온 성분까지 제거했다는 의미로 DIW(De-ionized Wate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초순수는 칼슘, 마그네슘 등 사람에게 필요한 성분까지 제거되어 있어 사실 우리가 마실 음용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와 같은 일부 특수한 산업현장에서 초순수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몸이 된다. 이는 초순수가 높은 전기저항도를 가진, 즉 ‘전기가 거의 흐르지 않는 물’이기 때문이다.
젖은 손으로 콘센트를 만지면 안 된다는 말은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일반적인 물은 전기가 잘 전달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초순수에서 만큼은 이 말이 예외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수돗물의 전기저항값이 1~5MΩ∙㎝에 불과한 데 비해, 이온을 제거한 초순수의 전기저항값은 18 MΩ∙㎝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초순수가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공정을 거치는 반도체는 제조공정에서 아주 미세한 먼지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반드시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오염물을 씻어내야만 한다. 또한 이때 사용되는 세정수에서 불순물이 있거나 전류가 흐르게 되면 이상패턴과 결함의 원인이 되는데, 이 모든 위험요소를 없앤 물이 바로 초순수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 어떻게 만들까?
그렇다면 초순수는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초순수는 매우 복잡한 공정을 거쳐 탄생하는데, 규모에 따라 그 공정이 20~30개에 달한다. 초순수 제조 공정을 크게 보자면, 원수(Raw Water)로부터 *순수 수준까지의 수질을 제조하는 ‘전처리 공정’ 및 ‘순수처리 공정’, 그리고 최종 단계인 ‘초순수 처리 공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순수의 제조공정은 ‘제거’로 시작해 ‘제거’로 끝난다. 가장 먼저 원수의 부유물질과 염소, 고형물 등을 각종 필터(Multi Media Filter, Activated Carbon Filter)로 제거한다. 이후 전기탈이온장치(EDI, Electrodeionization), **역삼투(RO, Reverse Osmosis) 공정으로 이온성 물질들을, 막탈기장치(MDG, Membrane Degasifier)로 물에 남아있는 용존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자외선(UV,Ultraviolet) 램프로 화학적인 변화와 유해성분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음으로 이온교환수지를 통해 ***경도성분을 제거하면 초순수의 전단계인 순수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순수로 또다시 앞서 거쳤던 과정들을 반복하면 드디어 극미한 물질들까지 모두 제거된 초순수가 완성된다.
초순수 기술은 다 일본 거? 초순수 국산화가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반도체 강국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가 넘는다. 이처럼 반도체 수출량이 많은 만큼 사용하는 초순수의 양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초순수의 생산 기술을 해외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에서 사용하는 용수 중 초순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 단위 공정별 초순수 기술 장치는 대부분 일본, 미국, 유럽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전체 초순수 기술 특허 부분에서 71%를 차지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의 3대 초순수 사업자인 Kurita, Japan Organo, Nomura에서만 각각 192건, 69건, 58건의 초순수 기술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또한 초순수 장치 및 시스템 관련 특허 역시 일본이 56%의 가장 큰 비율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소규모의 기술 수준만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 그 격차가 매우 큰 편이다. 즉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일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중국의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가 가히 대란이라 할 만큼의 요소수 부족 사태를 겪은 것처럼, 지금과 같은 초순수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다면 반도체 및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초순수 국산화는 정확히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SK에코플랜트 Water Cycle Tech팀에서 수처리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있는 남웅희 팀장에게 초순수 국산화의 현주소를 물었다.
Interview
초순수 국산화,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SK에코플랜트 Water Cycle Tech 팀 남웅희 팀장
초순수 국산화는 향후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있어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목표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기업으로서 Water 사업 분야를 산업폐수 처리, 공업용수 재이용 및 무방류, 초순수 등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환경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아시아 No1. 환경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 이들이 물에 대해 지니고 있는 순도 100%의 열정과 노력은 초순수 국산화의 목표를 현실화하는 데에도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경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가 앞으로 초순수 시장에서 어떠한 성과를 일구어 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