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함과 순수함의 상징, 물. 액체는 물론 고체나 기체와도 잘 섞이는, 그야말로 착한 데다 친화력까지 좋은 물은 그 뛰어난 성질 때문에 유해물질로부터의 오염에도 매우 취약하다. 욕실에서는 비누와, 싱크대에서는 음식물과, 각종 산업시설의 이름 모를 물질들과, 그리고 빗물의 형태로 도시의 온갖 더러움과 하나가 되어 이름도 기분 나쁜 ‘하수’, ‘폐수’로 변질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하∙폐수 80%는 정화 처리를 거치지 않고 자연으로 방류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수중생물들이 생존을 위협당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22억 명의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2021, UN 세계물개발보고서)
무엇이 수중생물들을 질식시켰을까?
작년 가을, 습지보호지역인 창녕 우포늪에서 갑자기 붕어 7천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일어났다. 물고기들이 종종 소규모로 폐사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수천 마리가 갑자기 우포늪에 떠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결정적 원인으로 ‘부영양화(富榮養化, eutrophication)’를 지목했다.
부영양화는 말 그대로 물에 영양이 풍부해지는 현상이다. 합성세제 등의 생활하수, 산업폐수, 인간과 가축의 분뇨 등을 통해 영양염류(질소, 인 등)가 하천이나 호수로 유입되어 생겨난다. ‘영양분이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 언뜻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물속 식물플랑크톤(조류)에게만 그렇다. 과유입된 인과 질소를 먹이로 먹은 식물플랑크톤의 증식이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물속 산소를 소비하고, 그렇게 대량 증식된 식물플랑크톤은 물 표면을 뒤덮어 햇빛을 가린다. 그렇게 산소와 빛을 필요로 하는 물속 동식물들이 폐사하고 물은 썩어 들어가게 되는 것, 그것이 부영양화라는 용어에 담긴 진짜 의미다. 즉, 우포늪 붕어들은 식물플랑크톤에 의해 산소가 없어 질식사한 것으로, 이처럼 부영양화는 물속 생명들에겐 마치 찐득찐득한 음식물 더미로 눌러 숨을 못 쉬게 하는 가장 위협적인 수질오염 형태 중 하나다.
질소(N)와 인(P),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부영양화로 인해 녹색, 적색으로 물든 하천과 호수는 수생태계를 어지럽히고, 그 부작용의 끝은 결국 인간에게 닿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세제 사용을 줄이고, 가축의 분뇨를 적절하게 처리하는 등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하는 실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해결 방법은 질소와 인 등의 영양성분을 제거하는 과학기술과, 이를 적용한 하∙폐수 처리 공법에서 찾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하∙폐수를 처리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뉜다. 불순물을 침전∙여과시키는 ‘물리적 처리’, 화학 약품을 투입하여 응집이나 산화를 시키는 ‘화학적 처리’, 그리고 각종 미생물을 활용해 정화시키는 ‘생물학적 처리’가 바로 그것이다. 마실 물인지, 생활 용수인지, 방류할 것인지 등 처리 후 물의 활용 목적에 따라 이 세 가지 방법을 조합하여 수처리가 진행된다. 그 다양한 수처리 방법 중 부영양화의 원인인 질소와 인을 제거하는 데에는 현재 주로 생물학적 처리 공정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고도처리(高度處理, tertiary treatment)’라 지칭한다.
수처리 과정에서 질소와 인의 제거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소 머리가 아프더라도 그 과학적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 먼저 질소의 제거 과정을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물속 질소를 가스로 만들어 날려버리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는 미생물뿐 아니라 산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는 산소가 있는 *호기성(好氣性 Aerobic) 상태에서 질소를 산화시키는 미생물(Nitrosomonas, Nitrobactor 등)을 넣어 질산화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을 통해 생성된 질산성질소(NO3-N)를 이번에는 무산소(Anoxic) 상태에서 **통성혐기성 탈질미생물(Pseudomonas 등)을 넣어 기체 상태인 질소가스(N2)로 만들어 방출하는 것(탈질)이다.
인의 제거 역시 이와 비슷한데, 질소가 미생물을 통해 가스로 그 성질이 바뀌었다면 인은 미생물이 인을 모두 섭취해 제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을 제거하는 미생물 PAOs(Denitrifying Phosphorus Accumulating Organisms)은 *혐기성(嫌氣性, Anaerobic) 상태에서는 인을 방출시키고, 호기성 상태에서는 인을 섭취하는 성질이 있다. 즉, 인이 포함된 유기물을 혐기성 상태에 두고 **임의성 미생물을 넣어 분해가 쉬운 ***휘발성지방산으로 바꾼 후, 미생물인 PAOs를 넣어 인을 방출시켰다가 다시 조건을 호기성 상태로 바꾸어 인을 섭취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교대로 반복하게 되면 PAOs가 인을 과잉 섭취하게 되고, 결국 인이 제거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다.
수(水)생태계를 지킬 해답, 고도처리
고도처리는 기본적으로 앞서 말한 인과 질소의 기본 제거 원리를 활용한 공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만, 인과 질소가 야기하는 부영양화 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고도처리 기술 역시 심화되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고도처리 방법으로는 A2O 공법(Anaerobic/Anoxic/Aerobic)과 SBR 공법(Sequencing Batch Reactor)이 꼽히고 있다.
A2O 공법
인 제거 목적의 A/O(Anaerobic/Aerobic 혐기호기조합법)에서 질소 제거가 가능하도록 무산소(Anoxic) 조건을 추가한 처리 공법
SBR 공법
하나의 반응조에서 유입, 반응, 침전, 배출, 휴지 공정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공법
한편,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국내 환경시설관리(이하 EMC)를 인수한 이후 수처리 사업을 확대하여 국내 수처리 1위 사업자로서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재 1,100여 개의 처리시설에서 하루 약 460만 톤의 하∙폐수를 처리하고 약 360만 톤의 물을 방류하고 있는데, 고도처리에 있어서는 SK에코플랜트 역시 앞서 말한 A2O 공법과 SBR 공법을 주로 활용하여 진행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처리하고 있는 있는 하∙폐수의 규모는 전국 17.4%. 그만큼 우리나라의 하∙폐수 처리의 영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에서 수생태계 보호에 기여할 수처리 기술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Water솔루션팀 최형주 프로에게 하∙폐수 처리, 그리고 고도처리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하·폐수 처리와 고도처리의 미래를 말하다
SK에코플랜트 Water솔루션팀 최형주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