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고의 성과인가, 실패인가. COP27이 남긴 것들
제27회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지난 11월 6일 이집트에서 개최되었다. 197개 당사국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이뤄낸 COP27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살펴보자!
김민재
영국 워릭대학교 천문학자
올해 7월 북반구에는 수많은 이상 기온 현상이 나타났다. 7월 중순 런던은 기온 관측 이래 최초로 40℃를 넘었으며, 대부분의 영국 도시들 역시 이전의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7~8 월 서울, 경북,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붙볕 더위와 초열대야 현상이 발생했고, 예년보다 더 높아진 기온과 습도로 불쾌 지수 역시 높게 치솟았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나 각종 기후 변화는 해가 지날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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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의 질서를 확립하다, COP
점차 악화되는 기후변화 속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과 기후 변화 전문가들은 1995년부터 매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 Conference of Parties of the UNFCCC)에 참석해 지구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논의를 하고 있다. 1992년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컨퍼런스(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서 새로운 환경 협약에 동의한 197개 당사국 및 기후변화 관련 기관들이 COP에 참석할 권한을 가진다. 1995년 3월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열렸으며, 이후 일본, 아르헨티나, 모로코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 of the UNFCCC):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당사국들의 회의.
이중 가장 중요한 협약을 끌어냈다고 꼽히는 COP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번째 COP였다. 이 자리에서 당사국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 폭을 2℃ 이하로 유지하며, 21세기 말까지 ‘1.5℃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여기 더해, 2030년까지 화석 연료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데 동의하며, 2050년경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Net Zero) 수준으로 낮추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넷제로(Net Zero):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작년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의 공업 도시 글래스고(Glasgow)에서 열린 COP26은 ‘기후 변화에 대한 결정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받는 파리 협정을 잇는 회의로 거론된다. COP26에서 당사국들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의 배출량을 추가로 줄이는 것을 약속했으며, 처음으로 석탄 사용 감축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빈곤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며 그들의 사용 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금의 양을 크게 늘리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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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이집트’에서 열린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지난 11월 6일부터 20일(이틀 연장)까지 진행된 제27회 COP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Sharm el-Sheikh)에서 열렸다. 지구 곳곳에서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등 기후 위기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올해였기에, 각국 정상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역시 이번 COP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COP27의 개최지가 이집트, 즉 아프리카로 선정된 것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 아프리카에서 COP가 열리는 것은 모로코(COP7, COP22), 케냐(COP12), 남아프리카공화국(COP17)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이번 개최지 선정은 아프리카 대륙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했던 COP27의 목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탄소 배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나라는 중국, 미국, 유럽 등 주로 부유한 국가들인데 반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누적 배출량은 1750년부터 2020년의 탄소 배출량을 모두 합쳐보아도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하지만 아프리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대륙이다. 예를 들면, 현재 동아프리카에서는 2천만 명 이상이 가뭄으로 인한 식량 문제를 겪고 있으며, 남아공에서는 올해만 해도 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이에 이번 COP27에서는 선진국 및 부유한 국가들이 지난 *COP15에서 후진국 및 최빈국에 지불하기로 약속했던 ‘손실 및 피해 금융 자금’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COP15: 200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는 국제사회가 재난 취약 국가를 위한 기후 자금을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로 증액하고, 파리 기후 협약에 따라 2025년부터 더 큰 기금을 하기로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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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에서 벌어진 동상이몽!
COP27은 당초 폐막일을 이틀 넘긴 20일에 최종합의문을 채택할 만큼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잦아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난, 고물가 등이 겹쳐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음을 호소하며, ‘손실과 피해’ 대응을 전담하는 재정기구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선진국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새로운 기구 창설에 대해 부담을 느끼며, 손실과 피해 관련 재원의 확대와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등 기존에 있던 기구의 기능을 강화해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협상 교착 상태에 빠진 COP27은 이틀이 지난 새벽 3시(현지 시각)가 돼서야 기후재난 피해 국가를 위한 보상 기금을 마련하자는 의견에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세계 최빈국 연합을 대변하는 셰리 레흐만(Sherry Rehman)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기쁨의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아쉽게도 COP27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회의로 평가받고 있다. 손실과 피해 보상의 대상, 기간, 보상 규모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기후 회의에서 통상 다뤄져야 하는 기후 변화 관련 주제 역시 이번 COP27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못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지 못했으며, 화석 연료 및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유일한 행성이며 인간, 동물, 식물 등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행성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행성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인간은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5℃의 협의 사항 등이 지켜지지 않으면 지구와 자연은 자정 작용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심한 화석 연료 등의 단계적인 감축 혹은 중단을 기반으로 풍력, 원자력, 태양광, 수력 발전 등으로 대표되는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등이 매우 부족했던 올해의 COP27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기후 변화의 시급성에 비추어 보아 다가올 COP28에서는 더 과감하고 체계적인 발걸음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각 국가들은 COP27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 취약국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인 조치를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2023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릴 COP28은 원만한 대응과 합의를 기반으로 기후 목표, 기후 재정, 그리고 기후 신뢰 모두를 회복할 수 있길 기원한다.
김민재 과학 칼럼니스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킬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으로 석, 박사를 마치고 현재는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천문학자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사이언스타임즈 및 파퓰러사이언스에서 리포터 및 과학 칼럼니스트로 과학 및 천문학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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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 of the UNFCCC):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당사국들의 회의.
이중 가장 중요한 협약을 끌어냈다고 꼽히는 COP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번째 COP였다. 이 자리에서 당사국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 폭을 2℃ 이하로 유지하며, 21세기 말까지 ‘1.5℃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여기 더해, 2030년까지 화석 연료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데 동의하며, 2050년경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Net Zero) 수준으로 낮추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넷제로(Net Zero):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작년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의 공업 도시 글래스고(Glasgow)에서 열린 COP26은 ‘기후 변화에 대한 결정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받는 파리 협정을 잇는 회의로 거론된다. COP26에서 당사국들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의 배출량을 추가로 줄이는 것을 약속했으며, 처음으로 석탄 사용 감축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빈곤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며 그들의 사용 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금의 양을 크게 늘리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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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최지 선정은 아프리카 대륙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했던 COP27의 목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탄소 배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나라는 중국, 미국, 유럽 등 주로 부유한 국가들인데 반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누적 배출량은 1750년부터 2020년의 탄소 배출량을 모두 합쳐보아도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하지만 아프리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대륙이다. 예를 들면, 현재 동아프리카에서는 2천만 명 이상이 가뭄으로 인한 식량 문제를 겪고 있으며, 남아공에서는 올해만 해도 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이에 이번 COP27에서는 선진국 및 부유한 국가들이 지난 *COP15에서 후진국 및 최빈국에 지불하기로 약속했던 ‘손실 및 피해 금융 자금’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COP15: 200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는 국제사회가 재난 취약 국가를 위한 기후 자금을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로 증액하고, 파리 기후 협약에 따라 2025년부터 더 큰 기금을 하기로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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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빈국 연합을 대변하는 셰리 레흐만(Sherry Rehman)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기쁨의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아쉽게도 COP27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회의로 평가받고 있다. 손실과 피해 보상의 대상, 기간, 보상 규모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기후 회의에서 통상 다뤄져야 하는 기후 변화 관련 주제 역시 이번 COP27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못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지 못했으며, 화석 연료 및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유일한 행성이며 인간, 동물, 식물 등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행성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행성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인간은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5℃의 협의 사항 등이 지켜지지 않으면 지구와 자연은 자정 작용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심한 화석 연료 등의 단계적인 감축 혹은 중단을 기반으로 풍력, 원자력, 태양광, 수력 발전 등으로 대표되는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등이 매우 부족했던 올해의 COP27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기후 변화의 시급성에 비추어 보아 다가올 COP28에서는 더 과감하고 체계적인 발걸음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각 국가들은 COP27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 취약국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인 조치를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2023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릴 COP28은 원만한 대응과 합의를 기반으로 기후 목표, 기후 재정, 그리고 기후 신뢰 모두를 회복할 수 있길 기원한다.
김민재 과학 칼럼니스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킬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으로 석, 박사를 마치고 현재는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천문학자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사이언스타임즈 및 파퓰러사이언스에서 리포터 및 과학 칼럼니스트로 과학 및 천문학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