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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제 먹지 말고 에너지에 양보하세요.

맥주의 효모를 이용해 수소와 바이오 가스를 만드는 방법이 등장했다! 머지않아 미래에 막강한 에너지 자원이 될지도 모를 맥주의 새로운 발견을 확인해 보자!

다양한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되고 있지만 ‘수소’만큼 큰 주목을 받는 에너지 자원은 드물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하면서 열(에너지)을 만들고, 그 부산물로 오롯이 물(수증기)을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수소만이 가진 대단한 장점이다. 만약 풍부한 수소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지구의 환경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수소도 단점은 있다. 바로,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 물을 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전기가 필요하니 다른 에너지를 넣어 수소를 만드는 셈이 된다. 천연가스를 열화학적으로 개질(열이나 촉매의 작용에 의하여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1차 에너지인 천연가스가 필요하고, 그 변환 과정에도 전기 등의 에너지가 추가로 들어간다. 또한 다른 원소와 화학적 결합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는 과정, 즉 ‘추출 과정’이 필요하다. 수소가 얼마나 좋은 에너지가 되느냐는, 이 추출 과정을 얼마나 효율 있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촉매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출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유튜브 채널)

추출 과정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촉매’다. 화학반응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소모되지 않으면서 반응 속도를 증가시키는 물질을 ‘촉매’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효율적인 촉매를 만들기 위해 적잖은 수의 과학자들이 ‘맥주’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맥주가 고효율 촉매가 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수소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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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주목하라!

촉매에는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율이 뛰어나고,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백금’이다. 당연히 가격이 비싸고 쉽게 수급하기도 어렵다. 대량의 수소를 만들려면 대량의 백금 촉매가 확보해야 하는데, 지구 자원의 총량을 생각하면 곧바로 한계에 부딪힐 것이 자명하다. 때문에, 백금을 나노 크기 입자로 만들어 적은 양으로도 높은 효율을 내도록 만든다던가, 다른 물질을 백금에 조금씩 섞어 효율을 한층 더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이 밖에도 백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백금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리듐(Iridium) 등의 원소가 백금의 대체품으로 자주 연구되는데, 안타깝게도 ‘값이 비싸고 공급이 적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넘어설 순 없었다.

맥주 제조 공정에서 버려진 효모를 활용하여 촉매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그런데, 맥주가 백금을 대체할 만큼 높은 효율의 촉매로 쓰일 수 있다고? 어떻게 해서 맥주로 수소를 만든다는 것일까. 물론, 우리가 벌컥벌컥 마시는 맥주를 그대로 수소의 원료로 삼는 것은 아니다. 맥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이하 맥주박). 이른바 ‘폐기 효모’를 이용한다. 실제로 효모는 다양한 면에서 활용도가 높다. 효모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이미 맥주를 다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라 해도 탄소(C)나 인(P), 황(S), 질소(N) 같은 물질이 풍부하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여러 종류의 원소가 탄소를 뒤덮은 형태로 돼 있다. 이런 형태는 전기전도도(물질이나 용액이 전류를 운반할 수 있는 정도)를 높일 수도 있고, 다른 물질을 붙잡을 수 있는 작용기 기능도 있어 금속 입자를 고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곧 맥주가 성능 좋은 촉매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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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 내구성 모두 칭찬해!

효모는 촉매 제조과정이 대단히 친환경적이다. 발효 공정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므로 오염과 독성이 현저히 적다. 또 맥주 등을 만들고 남은 폐 효모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맥주 산업이 존재하는 한 원료를 값싸게 얻을 가능성도 크다. 효모는 특성 자체가 촉매와 비슷하므로, 다른 물질을 이용해 처음부터 촉매를 만드는 것과 같은 복잡한 제조공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까지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효모를 이용해 상용 가능한 수준의 촉매를 개발하기 위한 첫 발을 디뎠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화학과의 김광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20년 4월 폐기된 효모를 이용해 수전해(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것) 촉매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광수 교수 연구팀은 폐기된 효모(왼쪽)에서 루테늄 단일원자와 자철광을 이용해 수소와 산소를 발생하는 물 분해 촉매(오른쪽)를 개발했다. (출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버려진 효모를 기본으로 수소 발생과 산소 발생을 촉진하는 두 가지 촉매를 만들었다. 수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음극 촉매는 여러 전기·화학적 성능과 내구성에서 백금 촉매보다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였고, 산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양극 촉매도 이리듐 촉매보다 훨씬 뛰어난 산소 발생 성능을 보였다. 이 같은 촉매 연구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환경오염 걱정이 거의 없는 친환경 공정에서 고효율 촉매를 쉽고 간단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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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무한 응용! 맥주 찌꺼기를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등장!

맥주 찌꺼기를 자원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연간 3천만 톤에 달하는 맥주 찌꺼기(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015) 폐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맥주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또 있다. 폐기 효모를 촉매로 바꾸지 않고, 맥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그대로 발효시켜, 그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가스 중 수소 가스만을 골라내는 방법이다. 이에, 독일과 호주는 양조장 자체를 발전시설로 뒤바꾸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독일 뮌스턴대 재생가능에너지 연구팀은 올해 맥주 양조장에서 발생하는 폐수로 수소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맥주 효모가 포함된 폐수를 공기와 빛이 차단된 어두운 상태에서 발효했다. 흔히 ‘빛 차단 발효(Dark fermentation)’ 공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어두운 곳에서 자란 *혐기성 박테리아에서 수소를 포함한 다양한 물질이 생성된다. 이 가스 중 수소를 분류해 저장, 사용하면 된다. 폐수를 처리함과 동시에 수소를 생산까지 할 수 있고, 유기산의 혼합물, 젖산 등 다양한 물질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어 관심이 높다. 이 방법을 조금 더 응용하면 맥주 이외에 다른 물질, 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 등을 이용해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방법을 ‘바이오가스’ 방식이라고도 부른다.

*혐기성: 무산소 상태에서 생명활동을 할 수 있는 성질을 갖는 것. 

한편, 비슷한 방법을 호주에서도 채택했다. 호주 수자원공사 ‘SA Water’는 폐수 처리 공장에 오래된 맥주와 하수를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버려진 맥주를 하수와 혼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SA Water 측은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폐기 및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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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면 우리가 만들지 뭐!

우리는 수없이 많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완전히 화석연료를 대체할 최적의 방식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들도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다. 앞서 설명한 맥주를 활용한 에너지 기술 역시 만능은 아니다. 맥주 찌꺼기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생명체인 효모 등을 사용해야 하니 관리에 까다로움이 따른다.

이처럼 모든 기술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으며, 절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융합해 최고의 공급체계를 세우는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맥주를 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관심과 움직임은 분명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무심코 버려지던 맥주 찌꺼기와 맥주 공장 폐수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회 역시 그만큼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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