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이천희, 전혜진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뭉쳤다! 영화 《보통의 용기》는 평소에도 환경을 위한 실천에 앞장서 온 것으로 유명한 세 사람이 에너지 자립섬 죽도로 떠나 벌이는 일주일간의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담고 있다. 물을 아끼려 찬물로 최대한 빨리 샤워를 하고, 전기자전거를 돌려 토스트를 구워먹는 등 이들의 저탄소 여행은 그야말로 생존 그 자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이 낸 보통의 용기가 얼마나 소중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그 과정과 결과가 세밀하게 그려진다.
《보통의 용기》, 예능이야, 다큐야?
《보통의 용기》는 작년 10월, KBS2에서 방송했던 예능 프로그램 《오늘부터 무해하게》의 극장판 버전이다. 예능을 이미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죽도에 입성한 첫 날 이 세 사람에게는 1만 GRU(그루)가 주어진다. GRU는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따라 값을 매긴 가상의 화폐로, 세 사람은 죽도에 있는 일주일 동안 달걀이나 고기 같은 식료품을 구입할 때는 물론(예를 들어 계란은 1개당 3GRU, 수입산 소고기는 무려 1,515GRU!), 물을 사용할 때에도 사용량만큼의 GRU를 내는 미션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의 최종 목표는 저탄소 생활로 최대한 GRU를 아껴, 남은 GRU만큼 화재로 산림을 잃은 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 이에 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어떻게 해서든 GRU를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GRU 미션은 단 하루 만에 중단된다. ‘그루, 그루, 돈, 돈 하는 게 누구에게도 어필이 안 된다’며 공효진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 GRU와 같은 예능적 설정이 자칫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작품의 기획자로 참여한 공효진의 일리 있는 의견에 출연진, 제작진이 모여 논의를 거쳤고, 재미요소보다는 환경문제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과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능동적인 노력의 과정을 더욱 집중해서 담기로 한다. ‘자연에 대한 매너를 찾겠다’는 작품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플라스틱 생수병 문제를 향한 환경 삼총사의 정면 돌파!
《보통의 용기》 속 환경 삼총사가 환경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뗀 첫 발걸음은 다름 아닌 ‘라이브 방송’이었다. 환경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일반 대중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의견이 나온 가운데, ‘가장 많이 생기는 쓰레기’, ‘줄이기 힘든 쓰레기’로 콕 지목된 것은 바로 ‘플라스틱 생수병’이었다.
라이브 방송을 마친 세 사람은 의문을 가진다. ‘우유도, 주스도 종이팩에 넣어 파는데, 왜 물만 플라스틱에 파는 걸까?’ 이에 세 사람은 플라스틱 생수병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 나서게 되고, ‘멸균 종이팩 생수’의 존재를 알게 된다. 친환경 여행법을 찾는 소소한 용기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판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플라스틱 생수병의 발생량과 그로 인한 환경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생수병 소비량은 무려 96병. (그린피스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2019). 이것을 무게로 환산하면 약 1.4kg(1병당 무게 약 14.58g),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약 10kg(1병당 탄소 111g 발생)에 달한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2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양이기도 하다.(국립산림과학원 ‘산림 특수흡수량 국가 표준’ 기준)
플라스틱 생수병에 비해 종이팩은 생산 시 탄소 배출량이 현저하게 적다는 장점이 있다. 500㎖ 생수병을 만든다고 했을 때, 플라스틱병의 탄소배출량은 111g인 반면, 종이팩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 50g에 불과하다.(The Guardian, 2011) 앞서 말한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생수병 소비량을 대입해 봤을 때, 전 국민이 모두 종이팩 생수를 쓴다면 무려 30만 톤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단순히 용기만 바뀌었는데도 말이다. 여기 더해 종이팩은 플라스틱병 못지않게 유통과정에서의 파손위험도 적고, 휴대하기에도 가볍고 간편하다. 하지만 이처럼 장점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종이팩 생수는 생산하는 업체가 한 곳뿐인 데다, 인지도가 낮아 유통망이 확대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세 사람은 종이팩 생수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를 찾아 협업을 제안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종이팩 생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세 사람이 직접 디자인한 종이팩 생수 ‘오늘 무해 물’을 제작해 판매를 하기로 한 것이다. 업체에서 새로운 종이팩 생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생산 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최소 수량은 20만 개. 이에 세 사람은 ‘오늘 무해 물’ 유통을 원하는 기업을 찾기 위해 SNS 홍보를 하기로 결심, 공효진의 절친인 배우 엄지원까지 소환(?)해 광고 영상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이들의 노력에 응답한 것은 산림청이었다. 산림청은 20만 개의 ‘오늘 무해 물’ 유통처가 되어주었고, 그렇게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세종수목원, 백두대간수목원 매점에서 종이팩 생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종이팩 생수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완료가 되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편의점과 관공서, 대기업 등 협업과 유통의 대상을 확대하며 종이팩 생수 프로젝트를 확장한 것은 물론, 종이 패키지 물티슈, 친환경 샴푸바 등의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 모두의 ‘보통의 용기’가 필요한 지금!
사실 세 사람은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환경문제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들이지만, 지인들이 촬영장에 보내 준 커피차에서 주는 플라스틱컵을 안 쓰고 텀블러를 쓰는 것은 왠지 유난인 것 같고, 식당에 다회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하는 것도 사람들의 눈치가 보였다. 그들은 말한다. 환경을 지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그랬던 세 사람이 마음 속에 있던 용기를 마음껏 끄집어내 보인다. 리얼리티가 낯선 배우들이 환경 예능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종이팩 생수업체에 무턱대고 소비자라며 전화를 하는 모습에도 그들의 용기가 담겨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에서 세 사람의 성장이 담긴 다큐 영화 《보통의 용기》가 된 것이 아닐지.
이것만 따라하면 우리도 저탄소 생활 가능!
이제는 우리도 그들처럼 용기를 꺼내야 할 때다. 거창한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 그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보통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 그 길라잡이로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생활 실천 방안(교통, 냉난방, 전기, 자원)을 소개하고 있다. 실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종이컵 대신 개인 컵 사용하기,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 캔 등 분리배출하기 등이 있는데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꾸준한 실천에는 엄청난 귀찮음이 뒤따르고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실천만이 탄소를 줄이고, 자연을 살린다.
《보통의 용기》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환경 영화인 동시에, 죽도의 눈부신 경관을 담은 힐링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가 환경보호에 나서지 않으면, 실천하지 않으면 이 아름다운 자연을 더 이상 보기 힘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죽도의 멋진 석양은 그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 우리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 마음속 숨어있는 각자의 용기를 끄집어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