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더 이상 Internet Explorer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적의 환경을 위해 다른 웹브라우저 사용을 권장합니다.

소형모듈원전과 에너지 산업의 미래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소형모듈원전(SMR)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950년대 말 미국 쉬핑포트(Shippingport)에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어 운영을 시작한 이래 약 20년간 미국에서는 100여 기(機)가 넘는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었다. 그 기간 동안 원자력 발전소의 용량은 약 20배(60MW→1000~1400MW) 가까이 증가하여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발전소 중에서 단일용량으로 가장 큰 발전소가 되었다. 1970년부터 본격화된 원자력 발전소의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여러 국가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탄소배출 없이 가장 값싼 전기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대형 발전소 건설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기저부하의 상대적 감축, 단일 원자로 내에 저장되어 있는 방사능 물질량 증가에 따른 안전성 문제, 대형 발전소 건설 공기의 불확실성과 같은 문제가 대두되면서 원자력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다른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SMR, 원자로가 작아지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출처 : 한국원자력연구원 공식 유튜브 채널)

소형모듈원전(SMR)의 등장과 대중화

이런 과정에서 새롭게 제안된 개념이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이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SMR 개념을 제안하였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0여 종 이상의 SMR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바이든 정부를 비롯하여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제프 베이조스 등 미국의 IT 및 금융 거물들까지 SMR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어서 더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는 주로 물로 냉각되는 원자로를 사용하였으나, 현재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개발 중인 SMR들은 물뿐만 아니라 헬륨, 이산화탄소, 나트륨, 납, 용융염 등 다양한 종류의 냉각재를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도 적극 활용을 하고 있다.

 

SMR은 기존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가 가지는 문제점들을 소형화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였다. 원자로의 용량이 줄어듦에 따라 부대설비의 용량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소형화가 가능하다. 이는 건설 프로젝트로 간주되는 기존 원자력 발전소 구축과 달리 SMR을 에너지 생산 시스템 설치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였다. 원자력 발전시설의 소형화를 통해 대형 원자력 발전소 구축에 따른 금융비용이나 건설 공기의 불확실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아울러 모듈 제작과 설치를 통해 원자력 발전소의 출력 증가 필요성에도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제작 공기 단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우회하여 경제성 또한 함께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SMR은 원자로의 소형화를 통해 한 호기당 저장된 방사성 물질의 양도 감소시킬 수 있으며, 방사성 물질에서 발생하는 열도 외부 전원없이 자연냉각으로 식힐 수 있어 안전성 증진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미국 NRC에서 표준설계인증 심사가 성공적으로 종료된 NuScale의 경우, 해당 SMR에서 어떤 중대사고가 발생하여도 주민 대피가 필요없이 발전소 부지 내에서 모든 사건이 종결될 수 있음을 규제기관이 인증하여 기존의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산업분야에 도입되는 소형모듈원전(SMR)

SMR의 또 다른 중요한 지향점은 유연운전이다. 향후 전세계 전력망에서 탈탄소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대부분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특히 간헐성 전원인 태양광 및 풍력이 전력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필연적으로 보인다. 간헐성 전원의 증가로 인해 기존의 기저 부하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경직성 전원에 유연운전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SMR은 유연운전 측면에서 부하추종운전성 확보를 주요 성능으로 내세우며 기존 대형 원전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에너지성은 SMR을 ‘전력망의 수호자’라고까지 평가하며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공동 투자하여 미국 와이오밍 주에 건설할 예정인 Natrium SMR은 에너지 저장시스템과 결합된 차세대 원자로 개념으로 부하추종성능이 대단히 우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SMR은 이제 단순히 육상 발전을 넘어서 해양산업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최근 해상발전이나 선박추진에 사용되는 엔진에 SMR을 활용하는 방법을 많은 개발업체들이 고민하고 있다. 러시아의 해상 원자력 발전소 Akademik Lomonosov는 KLT-40s라고 하는 쇄빙선 추진용 원자로를 바지선에 탑재한 것으로 성공적인 가동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도 해상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갈 ACPR50S라는 원자로를 개발 중에 있으며, 우리나라 서해(중국에서는 동해)상에서 검증을 하기로 한 바 있다. 빌 게이츠의 또다른 투자 프로젝트인 용융염 원자로 기반 SMR은 향후 대형 선박 추진용 엔진으로 활용될 계획을 갖고 개발 중이다. 덴마크 Seaborg사, 미국 Thorcon사도 우리나라의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차세대 원전인 용융염 SMR을 이용한 해상 원자력 발전소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별 SMR의 활용성과 잠재 수요도

 

노후 석탄화력발전 교체 석탄의 15%, 천연가스의 5%를 SMR로 대체할 경우
→ 연간 90조 원 잠재 수요 발생
중공업 분야 고온 증기 화석연료 대신 5% 정도 SMR로 대체할 경우
→ 연간 10.8조 원 잠재 수요 발생
해수 담수화 2020~2024년간 해수담수화 규모 16GWe 규모
→ 연간 9조 원 잠재 수요 발생
수소 생산 2023년 수소 생산시장의 5%를 SMR로 대체할 경우
→ 연간 12조 원 잠재 수요 발생
광산 지역 2030년부터 디젤의 61%를 SMR로 대체할 경우
→ 연간 3.15조 원 잠재 수요 발생
도서 및 오지 현재 7만 개소 이상의 지역사회에서 디젤로 전력 생산
→ 연간 27조 원 잠재 수요 발생

우리나라에서도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가속화

세계적인 SMR 개발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1990년대 말 이미 시작되어 다른 나라의 SMR 개발에 참고가 된 SMART 개발을 시작으로 한국전력기술에서는 BANDI라는 해양 부유식 발전선을 위한 원자로 개발을 진행하였다. 2021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주도로 국내 산∙학∙연이 모두 참여한 혁신형 SMR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혁신형 SMR 전경

혁신형 SMR 개발 프로젝트는 SMR의 성공을 위한 소형화, 모듈화, 유연운전성, 해상에너지솔루션 제공 등 관련된 모든 기술이 망라되어 추진되고 있다. 주요 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하였을 때 2030년 즈음 국내외로 중요한 탈탄소 에너지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제작기술의 혁신을 통하여 기존의 건설 중심 원전 산업이 기기 중심과 설치형 에너지 시스템 산업으로 체질 개선이 되는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기대된다.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결국 원자력 에너지다. 재생에너지도 원자력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태양광과 풍력의 근원은 태양이고 태양은 우주의 거대한 원자로이다. 화석에너지도 태양에너지가 고대 지구의 식물 및 동물에 축적되었다가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핵에너지로부터 발생한 고온·고압으로 인해 만들어진 연료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원자력 발전소는 어찌 보면 원자력 에너지 활용의 조그마한 부분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 인류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의의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해야만 한다.

 

SMR은 이런 궁극의 에너지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새롭게 나타난 방식이며, 현대 사회의 에너지 공급 및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원자력 에너지 사용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SMR이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이정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학사, 미국 MIT Nuclear Science & Engineering 석사 및 박사를 획득하였다. 2010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0~2011년 UAE Khalifa 대학 초청교수, 2017~2018년 영국 Cambridge 대학 방문연구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차세대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회원이기도 하다.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