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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는 마이너스 입찰?” 시행 임박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현재 제주도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된다. 제도 시행 후 전력시장은 어떻게 바뀔지, 이미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다가올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빠르게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늘어난 재생에너지를 *전력계통에 안정적으로 흡수시킬 제도적 준비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 화력발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령과 제도, 그리고 시장에 재생에너지를 적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력계통: 발전 공급자로부터 전력 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 변전소, 송·배전선 등을 연결한 전력망.

이처럼 재생에너지에 맞춘 새로운 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을 기존 발전사업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전력 시장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제도로, 2025년 내 전국 시행을 앞두고 제주도에서 올해 6월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앞으로 전력시장은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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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등장의 배경, 재생에너지 변동성

화력발전 기반의 기존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저렴한 발전소부터 전력을 생산하는 ‘변동비 반영 발전시장(Cost-Based Pool, CBP)’으로 운영되어 왔다. 화력발전의 경우 설비마다 시간당 생산 가능한 전력량을 예측할 수 있고 연료비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을 땐 연료비가 저렴한 발전시설만 가동하다가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그보다 연료비가 높은 발전설비를 순차적으로 가동하는 방식으로 수급을 조절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바람이 불거나 날씨가 맑으면 가동되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는, 전력 수요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바람, 햇빛과 같은 자연의 힘으로 가동돼 연료비도 들지 않는다. 이처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생산하기 어렵고, 전력계통에 편입할 기준(연비)도 모호한 재생에너지는 기존의 방식으로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 더해, 지금까지 재생에너지는 보급 확대를 위해 다른 발전설비보다 발전단가가 비싸더라도 가격경쟁(입찰) 없이 먼저 구매해 주는 ‘우선구매 대상’으로 분류됐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듯, 발전량을 미리 예측하거나 조절하기 어려워 *급전지시도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격히 늘다 보니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출력제한이 빈번해졌고, 출력제한 대상이 된 발전사업자는 원래라면 팔아서 수익을 내야 했을 전기를 팔지 못 해 예기치 않은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급전지시: 전력거래소가 필요한 전력량(수요)과 발전 가능한 전력량(공급)을 확인하면서 발전시설에 발전 여부를 지시하는 행위.
*출력제한: 재생에너지 공급의 변동성에 의해 수요 이상으로 과도한 전력이 공급될 때 발전설비의 출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의사결정.

제주도에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풍력발전 기준 2015년 3회이던 제주도 내 출력제한 횟수는 2022년 104회로 크게 늘어났다.(출처: SBS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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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안정적 공급에 수익성 개선까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이 같은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발전 자원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로 생산된 전력을 우선 구매하는 기존 방식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도 입찰에 참여해 공급 가능한 발전량(예측치)과 가격을 제출하도록 하고, 낙찰이 되었을 때만 발전설비를 가동해 낙찰된 양만큼 제출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끔 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도 기존 발전설비들과 동일하게 수요 및 시장 원리(경제성)에 따라 가동 여부를 제어할 수 있는 발전 자원으로 전환하여,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이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제도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수익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 기존 발전설비의 경우, 실제 전력 공급량에 대한 ‘에너지정산금’, 급전지시를 받았을 때 바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준비상태를 유지한 데 든 ‘용량정산금’, 그리고 급전지시를 실제로 이행했을 경우에는 추가로 ‘부가정산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에너지정산금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비례해 발급되는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정산금’ 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시행되면, 입찰에 참여하는 1MW 초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급전지시 이행 대상에 포함되어 기존에 받던 에너지정산금과 REC정산금에 더해 용량정산금과 부가정산금까지 받을 수 있어 보다 수익원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는 *변동비가 없기 때문에 주로 0원/kWh에 입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출력제한을 피하기 위해 마이너스(-) 입찰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출력제한 대상이 되면 정산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지만, 마이너스 입찰을 해 낙찰되면 에너지정산금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REC정산금, 용량정산금, 부가정산금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발전설비들과 같은 입찰 자격을 가지게 되는 만큼 책임 역시 동등하게 부여되기 때문에, 계획된 발전량을 공급하지 못 하거나 초과 발전으로 허용오차를 벗어나는 경우 ‘예측오류부과금’을 내야 할 의무도 함께 발생한다.

*변동비: 생산량에 따라 변하는 원가 항목. 연료비, 설비가동비 등이 변동비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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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여러 개의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연결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운영하는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를 확장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급전지시가 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등록하려면 허용오차 범위 안에서 발전량을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조절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에 저장해둔 전력을 필요할 때 공급하거나, 한 발전설비에서 초과 생산된 전력을 생산량이 부족한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등의 유연한 운영이 가능한 VPP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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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부터, 실시간, 예비력 시장까지… 제주도 시범사업 유의미한 성과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에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제어 능력을 확인하는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13개의 전력중개사업자들이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그 중에서도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론칭한 재생에너지 입찰 플랫폼인 ‘파워젠(Power Zen)’을 기반으로, 시범사업 내 태양광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운영 역량을 보이고 있다. 파워젠은 각각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 예측부터 전력계통 현황에 대한 데이터까지 종합해 발전소의 실질적인 전력공급능력을 전력거래소에 제공하고 계통의 지시에 따라 급전할 수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통해 SK에코플랜트는 예측량과 실제 발전량의 오차율 기준점인 10%보다 현저히 낮은 평균 6.5%(2024년 11월 기준)의 오차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보다 안정적으로 계통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간 시장’도 도입 중에 있다. 지금까지의 전력 입찰제도는 다음 날 수급상황을 예측하고 하루 전날 입찰을 통해 가격을 정산해 왔는데, 예측과 실제 공급 간의 오차가 큰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반영해 당일 실제 공급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입찰하는 시장을 하나 더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기존처럼 하루 전 낙찰된 전력량에 대해선 낙찰가로 정산하되, 이외 추가로 공급된 전력량에 대해서는 실시간 시장 가격으로 이중 정산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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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통적인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가격 하락, 정산액 감소 등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예비력을 상품화해 실시간으로 거래하는 ‘예비력 시장’을 함께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부담을 낮추고 있다. 기존에는 지난해 같은 분기의 평균요금을 기준으로 예비력의 가격을 책정했지만, 예비력 시장은 실시간 가치가 가격에 반영된다. 즉, 기존에는 예비력 부족으로 그 가치가 상승해도 정해진 가격으로 정산됐다면, 앞으로는 인상된 가치가 가격에 반영돼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유연한 전력계통 운영을 돕는 기존 발전설비에도 기여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가 지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비력: 수요 예측 오차, 발전설비 불시고장 등으로 전력수급 균형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판매하지 않고 남겨둔 예비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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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실제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해내고 있다. 지난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제주 지역 390MW 규모의 재생에너지로 모의운영한 2개월간의 결과만 보더라도, 원래라면 이 기간동안 발생했을 출력제한의 89%를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참여한 자원이 충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 더해 지난 2023년 제주 *장주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낙찰된 대용량 ESS가 2025년 제주 지역에 도입 완료되면, 앞으로 제주 지역 전력계통에 재생에너지가 더욱 안정적으로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주기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방전 기간이 4시간 이하인 단주기 에너지저장장치와 구분해, 방전 기간이 8시간 이상으로 더 오랫동안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

재생에너지에 ESS를 연계하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 (출처: YTN 공식 유튜브 채널)

결론적으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한국 전력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중요한 제도적 변화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는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시장 참여자들의 협력, ESS와 같은 기술 도입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전력계통의 중심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태의 연구위원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후 2015년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부터는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 에너지 시장 및 정책 그룹(EMP)의 Affiliate를 겸하고 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계통 안정화 태스크포스(TF) 총괄분과 위원으로, 2023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저장산업 발전 전략 TF 전문위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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