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실현 가능할까?
반도체 산업의 친환경 전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대표 환경∙에너지 기업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지속가능한 반도체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드러냈다. 오늘날의 반도체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해결 방법, 그리고 SK에코플랜트가 만들어나갈 미래까지 함께 확인해 보자.
‘특정한 조건에서만 전기가 흐르는 물질’이란 뜻의 반도체는 주로 정류, 증폭, 변환과 같은 전기신호 처리와 데이터 저장, 연산 등에 활용된다. 이렇게 사전적으로 설명하면 그 중요성에 대한 감흥이 떨어질 수 있으나, 우리 주변의 모든 전기가 흐르는 물체들은 이 기능들을 반드시 탑재해야만 구동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 TV를 틀어 놓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며 전기밥솥이 해 준 밥을 먹는, 이 흔한 저녁 시간도 반도체가 없었다면 모두 불가능했을 일상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등의 첨단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산업과 함께 탈탄소화가 시급한 산업 분야로도 꼽힌다. 이에 따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 목표를 제시, 이행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앞서 2021년 발표한 ‘SV 2030 로드맵’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재활용 소재 활용의 비중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또한 인텔(intel)의 경우에는 탄소중립 시점을 기존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길 만큼 탄소감축 목표를 순조롭게 이행 중이며, TSMC도 지난해 2040년까지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구조는 정말 실현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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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우선 지금 반도체 산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먼저 반도체 제조시설은 막대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150㎜의 *웨이퍼(Wafer) 1장을 깎아내는 데만 1톤 이상의 *초순수가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 더해 최근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사용되는 물의 양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 중인 반도체 공장에서는 하루에만 475만 갤런(약 1,800만 리터)의 물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현지 1만 4,250가구가 하루에 사용하는 생활용수와 비슷한 양이다. 또한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순수는 사용 과정에서 여러 화학약품과 섞여 한 번 쓰고 나면 재사용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 일반적인 폐수 처리 과정뿐 아니라, 약 20단계에 달하는 초순수 제조 단계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년 내내 쉴 새 없이 가동되는 생산시설에 막대한 양의 새로운 용수가 계속 공급돼야 하는데, 그 물을 재사용하기도 까다롭다는 뜻이다.
*웨이퍼: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실리콘 등의 단결정 막대기를 얇게 썬 원형 판.
*초순수: 일반적인 물속에 존재하는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유기물, 이온 등 함유 물질을 모두 제거한, 순수한 수소와 산소로만 이뤄진 물.
또한 반도체 산업은 전력 사용 규모가 매우 큰 데 반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매우 낮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칭화대학교 연구진이 28개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조사·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이들 기업의 총 에너지 소비량은 약 150TWh에 달하는 반면(같은 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533TWh)의 약 30% 수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2.7%(약 4TWh)에 그쳐,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Water Cycle, 2023).
폐기 단계에서의 환경 영향 역시 상당하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반도체는 버려지는 기기 속에 담겨 E-Waste(전자∙전기 폐기물)로 폐기 처리된다. 폐스마트폰 한 대만 보더라도 배터리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PMIC(Power Management IC), 액정에 이미지를 나타내는 DDI(Display Driver IC), 카메라로 피사체를 인식하는 CIS(CMOS Image Sensor), 터치 컨트롤러 등 수를 다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반도체가 내장되어 있다. 즉, 급격한 디지털 전환의 속도와 비례한 E-Waste의 증가는 곧 반도체 폐기물의 증가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중 쓸 만한 것들을 재사용하거나 금, 코발트, 니켈 등의 가치 있는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면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엔 훈련조사연구소(UNITAR, United Nations Institute for Training and Research)에 따르면, 2022년 연간 E-waste 규모는 6,200만 톤에 달했지만, 이 중 22.3%만 적절히 수거돼 재활용된 것으로 기록됐다(Global E-waste Monito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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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꽂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찾아낸 해법은?
이 같은 반도체 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려면 어떠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까? 가장 먼저 공정 개선 등을 통해 투입되는 자원의 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매년 *취수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오고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의 경우 △물 사용량 저감 시스템 구축 △저전력 장비 개발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 기반 에너지 절감 등의 활동을 전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취수량 509만㎥ 절감, 에너지 사용량 585GWh 절감, 온실가스 배출량 234만 톤(tCO2eq) 감축 등의 성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취수량: 수원지 따위에서 끌어 쓰는 물의 양.
투입되는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분야로는 지난해 말 기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99%를 달성한 인텔이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대체로 낮은 편이며, 가장 높은 기업도 3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
반도체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반도체 폐기물은 크게 불량품, 부산물 등 공정 중 발생한 폐기물과 E-Waste에 포함된 폐반도체 부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정 중 발생한 불량품이나 부산물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회수해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TSMC는 구리 소재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고 지난 2017년 말부터 적용해 연간 1만 톤 이상의 구리 폐기물을 저감했는데, 이를 통해 창출한 경제적 이익만 연간 90억 대만 달러(약 3,783억 원)에 달한다. 인텔 역시 황산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개발 및 적용해, 미국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제조 시설에서만 지난 3년간 약 70만 달러(약 10억 원)의 폐기 비용을 절감했다. 나아가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반도체 부품 역시 수거 및 재활용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해 재활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은 폐기물 처리 비용 효율화, 회수 자원의 부가가치 향상 등 추가적인 경제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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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새로운 도전 시작한 SK에코플랜트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신규 편입하고 반도체 분야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도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는 최근의 반도체 산업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에센코어는 반도체 메모리를 칩과 모듈 형태로 가공, 디램(DRAM), 낸드(NAND), SSD(Solid State Drive), SD카드, USB 등의 메모리 디바이스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다.
SK에코플랜트는 ‘에센코어’와 기존 E-Waste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SK tes’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 tes가 수거한 메모리 부품과 반도체 재활용 소재들을 에센코어가 재활용해 원가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에센코어와 그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E-Waste를 SK tes가 수거함으로써 *ITAD(IT Asset Disposition, IT자산처분서비스)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여기 더해 양사 모두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너지는 다양하게 발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ITAD: 서버와 같은 IT 자산의 저장매체에 들어있는 데이터들을 파기한 이후 자산의 재활용/재사용하는 서비스.
여기 더해 SK에코플랜트는 그린수소,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확보하고 있는 역량과 그동안 쌓아온 수처리, 초순수 생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을 넘어, 환경사업과 융합된 반도체 솔루션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코앞에 닥쳐 있는, 모두가 합심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같은 맥락에서 반도체 산업과 같은 환경 영향이 큰 분야에서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은 중요도가 매우 높다. 그간 친환경 분야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온 SK에코플랜트가 새롭게 시작한 도전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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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산업과 함께 탈탄소화가 시급한 산업 분야로도 꼽힌다. 이에 따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 목표를 제시, 이행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앞서 2021년 발표한 ‘SV 2030 로드맵’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재활용 소재 활용의 비중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또한 인텔(intel)의 경우에는 탄소중립 시점을 기존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길 만큼 탄소감축 목표를 순조롭게 이행 중이며, TSMC도 지난해 2040년까지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구조는 정말 실현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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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금 반도체 산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먼저 반도체 제조시설은 막대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150㎜의 *웨이퍼(Wafer) 1장을 깎아내는 데만 1톤 이상의 *초순수가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 더해 최근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사용되는 물의 양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 중인 반도체 공장에서는 하루에만 475만 갤런(약 1,800만 리터)의 물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현지 1만 4,250가구가 하루에 사용하는 생활용수와 비슷한 양이다. 또한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순수는 사용 과정에서 여러 화학약품과 섞여 한 번 쓰고 나면 재사용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 일반적인 폐수 처리 과정뿐 아니라, 약 20단계에 달하는 초순수 제조 단계도 다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년 내내 쉴 새 없이 가동되는 생산시설에 막대한 양의 새로운 용수가 계속 공급돼야 하는데, 그 물을 재사용하기도 까다롭다는 뜻이다.
*웨이퍼: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실리콘 등의 단결정 막대기를 얇게 썬 원형 판.
*초순수: 일반적인 물속에 존재하는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유기물, 이온 등 함유 물질을 모두 제거한, 순수한 수소와 산소로만 이뤄진 물.
또한 반도체 산업은 전력 사용 규모가 매우 큰 데 반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매우 낮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칭화대학교 연구진이 28개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조사·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이들 기업의 총 에너지 소비량은 약 150TWh에 달하는 반면(같은 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533TWh)의 약 30% 수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2.7%(약 4TWh)에 그쳐,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Water Cycle, 2023).
폐기 단계에서의 환경 영향 역시 상당하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반도체는 버려지는 기기 속에 담겨 E-Waste(전자∙전기 폐기물)로 폐기 처리된다. 폐스마트폰 한 대만 보더라도 배터리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PMIC(Power Management IC), 액정에 이미지를 나타내는 DDI(Display Driver IC), 카메라로 피사체를 인식하는 CIS(CMOS Image Sensor), 터치 컨트롤러 등 수를 다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반도체가 내장되어 있다. 즉, 급격한 디지털 전환의 속도와 비례한 E-Waste의 증가는 곧 반도체 폐기물의 증가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중 쓸 만한 것들을 재사용하거나 금, 코발트, 니켈 등의 가치 있는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면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엔 훈련조사연구소(UNITAR, United Nations Institute for Training and Research)에 따르면, 2022년 연간 E-waste 규모는 6,200만 톤에 달했지만, 이 중 22.3%만 적절히 수거돼 재활용된 것으로 기록됐다(Global E-waste Monito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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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수량: 수원지 따위에서 끌어 쓰는 물의 양.
투입되는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분야로는 지난해 말 기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99%를 달성한 인텔이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대체로 낮은 편이며, 가장 높은 기업도 30% 수준에 머물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
반도체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반도체 폐기물은 크게 불량품, 부산물 등 공정 중 발생한 폐기물과 E-Waste에 포함된 폐반도체 부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정 중 발생한 불량품이나 부산물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회수해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TSMC는 구리 소재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고 지난 2017년 말부터 적용해 연간 1만 톤 이상의 구리 폐기물을 저감했는데, 이를 통해 창출한 경제적 이익만 연간 90억 대만 달러(약 3,783억 원)에 달한다. 인텔 역시 황산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개발 및 적용해, 미국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제조 시설에서만 지난 3년간 약 70만 달러(약 10억 원)의 폐기 비용을 절감했다. 나아가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반도체 부품 역시 수거 및 재활용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해 재활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은 폐기물 처리 비용 효율화, 회수 자원의 부가가치 향상 등 추가적인 경제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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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새로운 도전 시작한 SK에코플랜트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신규 편입하고 반도체 분야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도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는 최근의 반도체 산업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에센코어는 반도체 메모리를 칩과 모듈 형태로 가공, 디램(DRAM), 낸드(NAND), SSD(Solid State Drive), SD카드, USB 등의 메모리 디바이스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다.
SK에코플랜트는 ‘에센코어’와 기존 E-Waste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SK tes’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 tes가 수거한 메모리 부품과 반도체 재활용 소재들을 에센코어가 재활용해 원가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에센코어와 그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E-Waste를 SK tes가 수거함으로써 *ITAD(IT Asset Disposition, IT자산처분서비스)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여기 더해 양사 모두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너지는 다양하게 발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ITAD: 서버와 같은 IT 자산의 저장매체에 들어있는 데이터들을 파기한 이후 자산의 재활용/재사용하는 서비스.
여기 더해 SK에코플랜트는 그린수소,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확보하고 있는 역량과 그동안 쌓아온 수처리, 초순수 생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을 넘어, 환경사업과 융합된 반도체 솔루션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코앞에 닥쳐 있는, 모두가 합심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같은 맥락에서 반도체 산업과 같은 환경 영향이 큰 분야에서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은 중요도가 매우 높다. 그간 친환경 분야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온 SK에코플랜트가 새롭게 시작한 도전이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