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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싸지려면? 그리드 패리티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화석 발전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 그리드 패리티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 가격이 똑같을 때 생기는 일

국내 전력시장은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으로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도매시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및 다른 연료의 발전사업자들이 전력을 생산해 판매하고, 소매시장에서는 한국전력공사만이 도매시장에서 구매한 전력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지금까지 도매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력은 발전단가에 상관없이 우선 구매되었으나,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발전소의 전력은 발전단가가 낮은 순서부터 전력수요에 맞춰 구매되어 왔다.

도매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이 우선 구매되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자력, 화력 발전 등 다른 연료의 발전단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거래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태양광의 발전단가는 1kWh 당 93.4원, 풍력의 발전단가는 1kWh 당 99.3원이다. 반면,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1kWh 당 56.1원이다. 비교적 연료비용이 높은 LNG를 포함하더라도 원자력, 석탄 및 LNG의 평균 발전단가는 94.4원/kWh으로 태양광과 풍력의 평균 발전단가 96.3원/kWh보다 낮다. 도매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한국전력공사가 우선 구매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초기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제도이다. 결국에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발전단가가 다른 연료로부터 생산한 전력의 발전단가와 같아져야 전력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이를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고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동일해지는 시점(균형점)을 그리드 패리티라고 한다.

그리드 패리티가 달성된다는 것은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할 경제적 이유가 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우선 구매와 같은 제도가 없더라도 전력시장에서 경쟁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가 효율적으로 보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최종 전력 소비자가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한 전력을 다른 연료의 전력과 차별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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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패리티를 성공시키기 위한 몇 가지 조건

그리드 패리티의 성공 전략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를 낮추는 것. 두 번째는 석유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높은 설비와 낮은 전기요금은 그리드 패리티의 걸림돌이 된다.

국내 전력 판매시장에서 전기요금은 도매시장의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내에서 전기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품질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합의가 유지되고 있어 정부가 전기요금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전력공사는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비싸게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전력공사는 전기를 1kWh 당 169원에 사서 소비자에게는 110원에 팔았다. 이처럼 발전원가가 반영되지 못하고 전기요금이 낮게 유지된다면 그리드 패리티의 달성 시기는 더 멀어질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8년 연구보고서 ‘그리드 패리티의 결정요인에 관한 국가별 비교 연구’에 따르면,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국가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지 못한 국가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거래소 통계를 확인해보니 2019년 기준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1kWh 당 10.2센트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독일 33.4센트, 이탈리아 28.9센트, 영국 23.4센트, 일본 25.4센트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의 ‘2021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평균 태양광 발전단가가 1kWh당 0.42달러였던 2010년 대비 2021년엔 0.048달러로 약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하락하면서 관련 설비도 크게 증가하였는데, 2021년에 전 세계에서 늘어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총 257GW로 전 세계에서 추가된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81%를 차지했다.

세계적 흐름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보급과 성장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가 속도는 둔화하고 있는데, 2020년(5,194MW) 대비 2021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증가량(4,799MW)은 7.6% 감소하였다(한국에너지공단). 또한 2021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는 4,684개로 전체 발전사업자 4,822개 중 97%를 차지하나,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6.2%, 전력거래량 기준으로는 4.8%에 불과하다(한국전력거래소). 이는 다시 말해,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한 전력을 우선 구매하고 있음에도 다른 연료를 이용한 전력보다 발전단가가 높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태양광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의 불확실성으로 전력공급의 안정성이 원자력이나 화석연료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그리드 패리티의 달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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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패리티 달성의 결정타

2030년 신재생에너지 20% 확대, 전기료 11% 인상 (출처: YTN 유튜브 채널)

그리드 패리티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잠재량을 결정하는 자연조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관련 기술, 자본조달을 위한 금융시장 발전,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 등이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결정적인 그리드 패리티의 달성요인은 적절한 전기요금에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문제 해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효율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려면 발전비용이 합리적으로 반영된 국내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신동현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환경부 온실가스정보센터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에너지수요관리, 집단에너지 분야의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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